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언급된 작품은 거의 백편이 넘을 것 같다.

 하나하나의 글이 아름답기 때문에 감동하고 넘어가다보면 나중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아 후반부 부터는 특별히 마음에 와닿는 작품과 구절이 있는 쪽수를 메모하며 읽었다.

 그중 194p에는 정전이 된 어느 밤 오빠의 등에 엎혀 초를 사러가며 보았던 하늘의 은하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유독 밤을 좋아한다. 특히 12월의 그 깜깜하고 촉촉한 밤이 좋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중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조지 윈스턴의 December는 12월 뿐만이 아니라 밤의 신비속으로 빠지고 싶을 때 즐겨들었던 음악이다. 중학교때 처음 접한뒤로 나를 그 시절의 그 느낌, 그 생생한 차가움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음악이 되었다.

 최근 몇년간 December를 잊고 살았는데 194쪽의 은하수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그 생생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234p 에는 까뮈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이 구절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정말 별과 깜깜한 밤을 좋아하는가보다.

 314에는 희귀한 불치병으로 꼼짝없이 누워지내야 하는 한 환자의 '소망'이라는 시가 수록되었다.

그 시의 한구절이 너무 슬펐다.

 

   " ...하느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이 책을 읽은후  '나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에게 책을 읽는 것은 여행이고 자유였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나는 여기가 아닌 다른곳,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의 언젠가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정신을 느낄수 있었다. 그들의 고독을 대하는 의연함과 슬픔을 이겨내는 담대함을 배웠다. 진주조개같이 삶을 진주로 만드는 법을 배워온것 같다.

 

 요즘은 문학작품을 잘 읽지 못한다.

 아이들 숙제로 내주는 책을 같이 읽는 정도로 독서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중3 아들의 국어 수행 과제로 나온 책이다. 

 삶이 너무 궁금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설레고 그래서 가슴이 터질것 같던 젊은 날은 이제 지나간 것 같다. 오히려 감성이 안정되니 요즘은 과학이나 수학, 역사 같은 지식위주의 책이 더 재미있다. 그래도  명작동화 전집을 한권씩 뽑아 읽으며 잠들었던 초등시절, 한권에 천원하던 글방문고를 사모으는 재미로 고전을 읽던 중학교시절,  공부에 치여지낸 20대를 지나고 굶주린 사람처럼 책을 읽었던 30대까지... 문학이 없었다면 나는 살 수 있었을까?

 

 고 장영희 교수님의 이 책에 대해 더 많은 감상을 써야하는데 나는 내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이 열리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한 사람임을 느끼게 되어서인것 같다. 예전에 책을 좋아하던 한 여자아이는 마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서로 만날 수도 없는 소설속 사람들 혹은 문학가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터질것 같고 눈이 시큰해진다.  이런 감정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지 장영희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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