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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 채만식 장편소설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1
채만식 지음, 이주형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평점 :
1930년대 사회상은 착찹하다. 자본을 조금이라도 쥔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더 불리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없는 사람들은 자본에 매여 모든걸 다 빼앗기고마는 비참한 삶을 살았다. 영감탱이들이 남의 집 귀한 어린딸을 유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일어났고 열 살이 조금 넘는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조혼 풍습도 그래도 있었다. 돈이 있는 집의 아이들은 일본이나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돌아오지만 그들을 써줄 나라가 없다. 그들은 일본에 굽히고 들어가 관리라도 하나 해보든가 아니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볼 수 있지만 집에 돈이 있다면 이러저러하다 주색잡기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사회주의도 하나의 중요한 운동이었고 여기에 몸담는 지식인들도 많았다. 봉건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제국주의가 온통 뒤섞여있는 혼란의 시대가 일제식민지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서 채만식은 여러가지 부정적인 모습을 외면하지 않으려했고 그것을 이 책에서는 풍자라는 형식으로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채만식은 지식인이 사회와 역사인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주요한 비판대상은 자신의 동물적 욕구만을 채우려고 하는 윤직원이라는 영감이다. 그는 일제가 자신을 재산을 지켜주기에 좋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그런 세상이 태평천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증손자와 동갑인 어린 기생을 탐하는 것에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으며 타고온 인력거꾼에게 삯을 지불하는것에도 아깝다고 느낄만큼 덕이 없는 인물이다. 그의 자식과 손주들은 주색잡기에 빠져 살고 있으며 누구하나 나라 걱정을 하거나 주변의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다. 채만식은 그러한 행태를 비판하며 물질적이고 동물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하고 주변을 돌아보라고 촉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