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조지 오웰의 숨은 의도가 독자들에게 복서처럼 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면 나에게는 제대로 전달된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화가 나는 대상이 나폴레온이 아니라 복서이다. 그의 완고한 믿음 '나폴레온은 언제나 옳다.' '내가 좀더 일하면 되지'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그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서 만족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는 말이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다.

 나 역시 이 말에 깊게 동감한다. 나는 진상보다 호구가 더 싫다.

 자기 혼자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조차 숨막히게 만든다.

어디나 남을 이용하여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이 잘 쓰는 방법은 여론을 이용하는것, 공포를 조장하는 것, 속이는 것, 뇌물을 먹이는 것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접할때마다 개개인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복서의 발길질 한방이면 나폴레온이고 누구고 다 나가떨어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이렇게 늦게나마 접하게 된것은 아들의 학원 숙제책을 같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아들보다 더 어렸을때 글방문고의 단행본들이 각각 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많은 나라의 많은 고전을 그 문고를 통해 접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손이 가질 않았다.

 풍자소설이라는 장르가 싫었던 것 같다.

결론이 이미 다 나 있는 책 같아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내 머리속에 주입되는 것이 싫었던것 같은데 이제 읽어보니 고전은 역시 고전이었다.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는 다행스럽게도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도 나처럼 한발 물러서 있는 사람인것 같다.

 그리고 어느쪽이 더 좋고 어느쪽이 더 나쁘다는 판단은 성급히 내리지 않고 있어서 이 책에대해 오해하고 있던 내가 미안해졌다.

 만약 작가가 복서에 대한 무한 연민을 갖고 있었다면 내가 이책을 잘 못 이해한 것이겠지만 내 생각에는 작가도 복서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은 언제나 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