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 - 인류학과 정치경제학으로 본 세계사 1400~1980
에릭 R. 울프 지음, 박광식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앞 리뷰에 적은 와인 책도 그렇고 20살때부터  몇번을 들춰보고 있는 '물리이야기'라는 책도 그렇고 읽으면서 앞장의 내용을 까먹는 한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마지막장까지 전진해야한 하는 책들이 있다.

 한번을 일단 읽고 나면 대략의 윤곽을 잡게 되고 꼭 이책을 다시 읽지 않더라도 그 사이사이의 구멍들을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생기기 마련이다.

 700쪽 가까이 되는 어려운 이 책을 끝내고 얻은 성과라면 나의 세계지도가 드디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카리브해 지역, 서인도제도 등등

전혀 나와 상관없던 곳들이 이제는 내 이웃사촌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샤인볼트의 조국 자메이카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 줄 알았다.

우샤인 볼트를 아프리카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메이카는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동계올림필에 나가는 영화 '쿨러닝'의 모델이기도 한데 도대체 나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메이카를 알아오면서 그 위치를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옮길 기회를 어떻게 한번도 갖지 못했을까?

 그동안 나의 독서가 얼마나 편향되어 있었고, 얼마나 유럽 그중에서도 서유럽 바라기였는지 새삼 반성하게 된다. 내가 대학교 다닐때는 유럽 배낭여행이나 캐나다/미국 어학연수가 엄청난 유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때 가졌던 선망과 부러움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그런지 그냥 파리가서 에펠탑보고 모나리자 보고 런던에 가서 빅벤보고  런던아이보고 그러고 오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공부, 역사공부가 이제는 제법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피렌체에 대한 책을 읽던 중에 중세에게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가 궁금해졌는데 마침 이 책의 제목에 1400-1980이라는 구절이 담겨있었다. 이 책은 유럽의 어떤 왕조의 역사나 전쟁보다는 유럽 여러나라들이 해외의 해상무역을 어떻게 전개해나갔는지 그들이 발견했다는 신대륙이나 그들이 욕심내던 아시아, 인도를 어떻게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이용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지고, 또 자기의 고향을 빼앗기고, 학대받고, 희생되었는지를 자세히 담고 있다. 그리고 막연하게 노예들이 잡혀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의 빈약한 지식에 (자메이카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좀더 생생한 그림을 그려 주었다.

 노예무역은 백인만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라 부족이나 국가의 권력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노예를 넘겼다는 사실도 나와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끼리의 전쟁도 가슴 아팠고  포루투칼, 에스파냐,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의 해상무역을 높고 벌인 수많은 전투와 협상, 국가간 전쟁이 정말 대단했다. 나는 정치보다는 경제에 더 관심이 많다. 나에게는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한것 같다. 그런 면에서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펼쳐지는 종교개혁과 근대사상의 발전, 산업혁명, 프랑스 혁명과 근대국가 성립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뒤에는 바다로 나가 새로운 기회를 찾은 모험가와 상인들의 역할이 무척이나 크지 않았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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