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유럽여행 - 여자 혼자 떠난 유럽 13개국 자전거 여행
김윤정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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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여러 여행기 중에서 가장 자유롭고 편안했다. 가고싶으면 가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하루저녁 재워주는곳이 있으면 신세도 지면서 주변의 정취를 느끼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진짜 여행이 이런것 아닐까? 작가는 목표가 정확했다. 일단 독일의 유로바이크 박람회를 보는것과 스페인의 세비아까지 다녀오는것. 이과정에 자신이 가고싶은 곳을 집어넣어 일정을 짰다. 그래서 런던을 출발해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아일랜드,웨일스, 노르웨이, 스웨덴,덴마크, 독일, 네델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의 경로가 만들어진것이다.
작가는 여행중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친절한 유럽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아마도 같은 자전거족이라는 유대감이 이런일을 가능하게 해준것 같다. 처음에는 왠지 거짓말같고 소설을쓰고있는것 같다는 불신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않는 내 여행의 경험을 비추어봐도 길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20살 겨울에 혼자 보길도여행을 갔을 때 육지로 오는 배 시간이 마땅치않아 선착장근처에서 머뭇거리고 있을때 마침 떠나려는 고깃배 아저씨들이 태워주시겠다고 제의를 하셨다. 나는위험하다는 생각을 눈꼽만큼도 하지않고 이게 왠 횡재냐하며 냉큼 올라탔다. 배 깊숙한곳에 있는 지하실같은 선실에서 아저씨들이 고도리 치시는것도 옆에서 보고 식사시간에는 큼직하게 잘라 빨간 고추가루양념에 조린 두부조림과 금방 지은 김이 펄펄나는 하얀쌀밥 한그릇을 맛있게 얻어먹기까지 했다. 세월이 흐르고 흉흉한 뉴스들을 듣게 될 때면 그때의 일이 떠오르고 점점 삭막해져가는 세상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뉴욕에서 현대미술관의 모네의 수련앞에 한참 앉아있었는데 어떤 나이가 지긋해보이고 헤르만 헤세 혹은 간디를 닮은 어떤 분이 말을 거셨다. 그분은 메트로폴리탄에서 높은 직위에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셨는데 박물관에 오면 무료입장을 시켜주신다고 연락처를 주셨다. 용기를 내어 연락을 드렸더니 마중을 나오셔서 옷섶에 무슨 뱃지같은것을 달아주셨다. 그것이 통행증이되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실컷 구경할수 있었다.
독일의 가르미슈에서는 간호사로 독일에 오셨다가 독일 의사분과 결혼해서 정착하신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너무 반가워하시면서 우리가족에게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대접해주셨다. 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나에게도 이런 추억이 있는데 자전거로 혼자 유럽을 여행하는 작가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것은 절대 거짓말도 소설도 아닌 실제상황일거다. 지은이는 정말 순수하고 강하고 총명한 얼굴을 갖고 있는 한국의 자랑스런 젊은이다.
이 책은 나의 시계를 20년전으로 돌려주었고 한때 내가 가졌던 용기와 도전정신을 일깨워주었다.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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