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가 누군가의 진실에 달려있다고 절실하게 믿었던때가 있었다. 진실은 오직 하나여야 했고 그외의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기회주의나 배신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를 깨닫고 나니 사람들과 지내기가 더 편안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18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작가의 다른 두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고독함이 느껴졌다. 그 고독은 슬프지만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흙구덩이' 이다. 주인공 사라의 인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고 마지막 결정이 멋있었다. 특히 전남편의 재혼녀인 '로즈'에 대해서는 나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다른 작품인 ' 진실' 도 재미 있었다. 내가 언젠가 영국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그사람들이 이렇게 냉철한지 꼭 확인해보고 싶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중요한건 진실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결론이 내려질것 같다. 이 책은 좀 나이와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읽어야 재미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