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 부지런함이 숨긴 게으름의 역사
이옥순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는 게으름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좋은 선생님은 늘 그렇듯이 많은 자료를 재미있게 제시하며 학생의 눈을 열어주며 노력할 뿐이다. 역사적 사실들과 소설,시, 동서양의 전설, 우화, 논문들이 짜임새 있게 인용되고 있다.

 게으름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물질주의적 관점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저자는 '세상에는 생산적이지 않아도 가치있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강조하던 지난 세기와 달리 오늘날은 상상력과 창조성이 필요합니다' 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게으름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건 절반만 진실입니다. 14세기 독일 마인츠 출신의 구텐베르크는 게을렀기 때문에 책을 베끼는 일을 싫어했고, 그래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사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느리고 게으릅니다.' 라고 게으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책에 인용된 많은 이야기 중에 영혼을 기다리는 인디오 원주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미하엘 엔데의 '엔데의 메모장'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 책의 리뷰를 마치겠다.

 

 '한 탐험대가 유적을 발굴하러 가다가 정글을 지나갔습니다. 일행 중에는 짐을 운반하는 인디오 원주민이 몇 사람 있었습니다. 처음 나흘은 일정표대로 진행됐지요. 그런데 5일째가 되자 인디오들이 전진하는 걸 거부했습니다. 당황한 탐험가들은 돈을 더 주겠다고 회유했습니다. 어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총으로 협박도 했고요. 그러나 그들은 요지부동이었지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인디오들은 다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탐험가들이 왜 그랬느냐고 묻자 한 인디오가 대답했습니다. "너무 빨리 걸었기 때문에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