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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선행은 그냥 기부하고 끝나는 형태가 아니다. 아부지의 선행으로 다섯 딸들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정의롭게 살고 싶었다면 자식을 하나만 낳든가 아예 자식을 낳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그게 그렇게 며칠 생각하고 저지를 수 있는 일인가? 부인은 당연하고 다섯 딸들과도 몇날 며칠에 걸쳐 피튀기는 논쟁을 하고 결론을 내린 후에 일을 진행했어야지.. 다섯 딸들이 현실적인 어무이가 아닌 정의로운 아버지를 닮아서 선행을 지지하고 데려온 사람을 가족으로 맞아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그집 딸이라면 나는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 것이다. 추상적으로 정의롭게 사는 것과 실제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오죽하면 '말로 떡을 하면 조선팔도가 다 먹는다' 라는 속담이 있을까.. 이 책은 너무 비겁하다. 사실 이 소설은 그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선택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들을 가져오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그래서 동화가 되든 다큐가 되든 장르가 정해졌어야 한다.
본인이 사생아로 태어났고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의 주인집 할머니가 내 쫒지 않고 받아주어 평생 그 집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자랐다. 그래서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선행을 받았으니 자기도 갚아야 하고 자기보다 형편이 못한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왜 더 좋은것을 당당하게 누리지 못하는 것인지.. 새벽에 나가서 어두워질때까지 일만하고 다섯 딸을 키우느라 이미 번아웃 상태로 보인다. 석탄이나 땔감을 배달하는 트럭은 덜덜대고 언덕에서 멈춰버릴까봐 책을 읽는 내가 다 불안할 지경이다. 이 아부지가 겉으로 보기에 직장이 있고 가정이 있어서 형편이 나아 보이는가? 나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하루종일 일만하고 먹는것도 너무 소박한 이 아부지가 막달레나 수녀원에서 세탁과 바닥닦기로 착취당하는 부녀자들과 다를게 뭔가? 그 아부지는 그 미혼모를 구출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먼저 구출했어야 했다. 그 아부지는 이성이 마비되고 극도로 감상적인 된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인 선택을 저지른 것이다. 이제 이 아부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아부지는 자기를 평생 노동의 사슬에 묶어버린 아내와 다섯 딸들에게 복수한 것인가? 본인의 아버지는 자기를 버렸는데 자기는 새벽별을 보며 일을 시작해서 다섯 딸을 먹여살리고 있으니 할일을 넘치게 했다고 생각한 건가? 막내는 아직 산타할아버지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나이인데?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이 아부지는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 맞는가? 앞으로 실직자가 되고 딸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지 아내는 어디가서 돈을 벌어와야 하지 않을지 데려온 여자가 집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