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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비노의 비너스 - 유목민을 위한 티치아노 ㅣ 나남창작선 85
윤혜준 지음 / 나남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라가 비상사태라 도서관이 계속 문을 닫고 있다. 중간에 잠깐 도서관이 열렸다는 문자가 와서 전에 빌려서 읽은 책을 반납하고 읽을 책을 골라왔다. 소설로 두권 빌렸는데 그날 후로 나라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서 다시 도서관을 닫는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서는 한국판 '다빈치 코드'를 기대했었지만 실제는 그냥 남의 일기를 엿보는 수준 정도의 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586세대이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었다. 이명박 임기가 2008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라고 확인되니 이명박이 대통령된지 1년정도 지났고 노무현 자살 한달전쯤 되려나보다.
윤혜준이라는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일단 남자라는게 확인되었고 학교는 외대를 나와서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장도 하고 지금은 영문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
윤혜준을 검색하니 미국산 소고기파동, 세월호때 성명도 내고 한것 같다. 좌파지식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철인씨는 아버지 살아계실때는 사업이 꽤 잘 되서 풍족한 집안 삼헝제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두 형들이 사업으로 남은 재산을 다 날리고 막내앞으로 남긴 건물까지 은행으로 넘어간다. 이철인씨는 우리나라 명문대학 미학과로 추정되는 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아직 정교수가 되지 못하고 시간강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대학때는 아직 집안이 살만할때라 캠퍼스 커플로 일명 그 학교 퀸카와 결혼까지 했지만 가세가 기울고 본인도 수입이 너무 적어 위축되어 지내는 상태이다. 그런 상황을 바꿔보려고 이철인씨는 논문을 쓰기위한 유학을 결정하고 그 주제를 ' 티치아노'로 정했다. 티치아노의 그림이 소장되어있는 런던, 파리, 마드리드, 로마, 피렌체, 베니스까지 근 일년을 해외에서 유목민처럼 지낸다. 그 경비는 아직 큰형이 은행빚으로 날려먹기 전인 건물의 월세를 받아 어머니가 보내주는 돈으로 충당한다. 그의 어머니는 며느리와 손녀가 자신이 유산으로 물려준 대치동 아파트에 살면서 필요한 교육비와 가사 도우미비도 보내주고 있다. 이철인씨의 부인 나상희씨는 박사를 먼저 따고 연구소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다.
그러던 때에 우연히 대학동아리모임이 열리고 거기서 나상희와 김우정이 재회를 한다.
김우정은 대학때 나상희를 좋아했지만 선택받지 못한 상처를 갖고 있다. 김우정은 현재 국회의원에 입후보로 나설정도로 성공한 재력가이자 정치인이다.
김우정은 나상희를 다시 꼬셔보기로 결정하고 끈질기게 구애하여 결국 성공한다.
나상희는 김우정의 출세한 모습과 그가 제공하는 물질적 세상에 끌린것이다.
여기서 반전은 김우정과 이철인이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냥 친구도 아니고 서로 메일로 시시콜콜한 것 까지 나누는 사이라는 것이다. 김우정은 나상희와 즐기는 과정을 자세히 적어 메일로 보낸다. 그것이 자기부인이라는 것을 새카맣게 모르는 이철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나중에 자기 얘기인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유랑생활을 도와주던 건물은 은행빚으로 넘어가고 부인은 이혼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김우정은 나상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10개월동안 잘 놀았다고하면서...
이건 진짜 막장소설이다. 사랑과 전쟁이나 일일연속극에서 볼수 있는 익숙한 소재이다. 괜히 티치아노니 르네상스니 그런배경으로 좀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림 소개도 너무 주관적이고 감상적이다. 그리고 피상적이다.
내가 내린 이 책에 대한 결론은 이 책은 막장드라마이고 영문과 교수가 왜 이런 수준낮은 막장드라마를 썼는지도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이 책의 주인공인 이철인씨는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도 잘 모르겠다. 자기가 본것, 생각하는것, 느끼는 것은 자기에게나 중요하지 남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모르는것 같다. 이철인씨는 자기애의 끝판왕이다.
그런데 이철인은 윤혜준의 표상일테니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