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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예술 산책 - 피렌체를 걷고, 우피치를 만나고, 르네상스에 취하다
김영숙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나는 '원조'를 좋아한다. '원조'를 이어 더 좋은 것들이 나왔어도 원조만이 갖는 고집과 천재성이 있다. 여기 피렌체에는 그런 '원조' 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로마에서 더 유명한 미켈란젤로는 피렌체의 위대한 로렌초가 데려다 키우다시피했다. 그의 리즈시절 조각들이 피렌체 곳곳을 빛내고 있다.
지지장치 없이 쌓아올린 돔의 원조는 고대 로마의 판데온 신전이지만 후세에는 아무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하다가 부르넬레스키가 연구하고 돌아와 피렌체 대성당 두오모에 붉은 돔을 올렸다.
그러니 르네상스형식의 돔으로는 부르넬레스키가 원조이다.
원근법의 원조는 마사초의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성 삼위일체'로 얘기되고 있다.
소묘와 뎃생을 중시하며 더 사실적으로 인간을 그린 회화의 원조도 피렌체이고 아름다운 원조 작품들이 우피치 미술관과 피렌체 여러성당들의 벽을 채우고 있다. 인간의 신체와 감정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타나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이 정도일 뿐 조각과 건축, 회화가 작은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충격이고 보면 볼수록 감동이다.
나는 베네치아 회화를 보러 이탈리아를 가고 싶었고 피렌체는 '스테이크 먹고 두오모 큐폴라를 올라갔다 와야지' 정도로 생각했었다. 보티첼리의 그림이 유명하다니 우피치 미술관에 들러보고 다비드상은 원조를 보러 아카데미아 미술관 까지 가지 말고 광장에서 모조품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정했었다.
농담과 일탈을 좋아하는 나에게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피렌체의 예술은 어쩐지 맞지 않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르네상스의 정신이 좋아진다. 아마도 작가의 친절한 설명들이 르네상스 예술의 높은 벽을 넘을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주는것 같다.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색감이 참 예쁘다. 분명 어딘가에서 보았던 그림인데도 이 책에서 유난히 더 예쁘게 보인다. 500년도 전에 다른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것은 작가가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제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도 군대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었던 그 시대의 피렌체 사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