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베냐민은 「나의서재 공개」라는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낡은 세계를 새로이 하는 것. 이것은 새로운 사물을 얻는 일에 자극받은 수집가가 가장 깊이 느끼는 욕망이다." - P45

오늘날의 독자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가상세계, 즉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나타나는엄청난 정보와 텍스트의 네트워크에서 우리를 미로 속 환영처럼 헤매게 만드는 거만한 인터넷에 대한 예언적 알레고리이다. - P49

우리가 웹이라고 부르는 전자 네트워크는 도서관의 기능을 복제한 것이다. 인터넷이 만들어진 근원에는 세계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는 꿈이 담겨 있었다. - P49

그는 도서관의 구조를 모방해 모든 자료에 주소를 부여하고 다른 컴퓨터로부터의 접근을 허용했다. URL은 도서관의 등록번호처럼 작동한다. 이후 버너스리는 우리가 http로 알고 있는 하이퍼텍스트의 이동 프로토콜을 고안했다. http는 우리가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으려고 사서에게 써내는 요청서에 해당한다. 도서관이 광대하게 증강되어 방사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들어가는 경험은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을 경험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놀라움과 방대한 공간이 주는 아찔함. 알렉산드리아의 항구에 내려서 서둘러 책의저장고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자, 도서관 현관에서부터 어렴풋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풍요로움에 아찔함을 느끼는 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이 시대 사람이라면 누구든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토록 많은 정보는, 이토록 많은 지식은, 공포와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이토록 많은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 P49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엄청난 진보였다. 수세기에 걸쳐 돌과 흙과 나무와 금속을 이용해 쓰여오던 언어가 마침내 제대로 된 재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책은 언어가 수생식물의 줄기에 자리를 틀면서 탄생했다. 무겁고 경직된 과거의 재료에 비해 책은 처음부터 가볍고 유연하여 여행과 모험에도 적합했다. 펜과 잉크로 쓰인긴 텍스트를 품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장차 건설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도착할 책의 단면이었다. - P53

모두가 알렉산드로스를 그리워했으며 그의 환영을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물려받은 세계적인 제국을 파괴하고, 가까운 친인척을 하나씩 제거하고, 그들을 뭉치게 했던 충성심을 배신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사랑에 관하여 오스카 와일드는 「레딩 감옥의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신이 사랑한 것을 죽인다" - P54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아우구스투스가 알렉산드로스의 묘에서경의를 표하고 있을 때 그에게 프톨레마이오스의 묘도 보고 싶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우구스투스가 "나는 죽은 자를 보러 온 게아니라 왕을 보러 왔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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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르
난, 신문 기자들을 믿지 않아. 그들 모두가 거짓말쟁이라고. 난 내 나름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학교 선생 출신으로서 말이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 명확한 것만 믿는다고. 그럼, 아무쪼록 명확하고 합리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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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 발명되었을까? 책이 널리 전파하려는, 혹은 책을 없애려는 비밀스러운 노력의 역사는 무엇일까? 그 길에서 사라진 것들과 구원받은 것들은 무엇인가? 그중 몇몇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가? 시간의 이빨, 불의 손톱, 물의 독이 얼마나 많은 책을 앗아갔는가? 얼마나 많은 책이 분노로 인해 불탔으며 어떤 책이 열정적으로 필사되었는가? 그것들은 동일한 책이었을까? - P17

프로도와 샘, 두 호빗이 모르도르의 험한 산에 있는 키리스 웅골의 계단에 도착했다. 그들은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예기치 못한 자신들의 모험 이야기를 한다. J. R. R. 톨킨이 쓴 반지의제왕 2부인 두개의 탑 마지막 부분에 일어나는 일이다. 샘 와이즈가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일은 맛있는 음식과 위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우리가 노래나 전설에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가 거기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불 옆에서 들려줄 수도 있고 책으로 읽어줄 수도 있겠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말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거예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야!‘" - P39

그것이 알렉산드로스의 꿈이었다. 자신의 전설을 갖는 것. 기억에영원히 남을 수 있게 책에 기록되는 것. 그는 그렇게 했다. 그의 짧은 생은 동서양에서 신화로 남았다. 코란과 성서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남아 있다. 그가 죽은 뒤 수 세기 동안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그의 환상적인 여행과 모험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며 그리스어로 쓰였다가 나중에는 라틴어와 시리아어를 비롯해 1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소설 「알렉산드로스」로 알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현재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 이야기를 종교서를 제외하면 전근대 시대에 가장 많이 읽힌 작품으로 간주한다. - P40

로마 시대의 어느 여행자이자 지리학자는, 알렉산드로스에 관해 쓰는 사람들은 늘 진실보다는 경이로움을 선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P40

"지구는 나의 것이다."였다.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 P45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는 아프리카를 가든 아시아를 가든 늘 일리아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조언와 통찰력을 구했다. 독서는 마치 나침반처럼 그에게 미지의 길을 열어주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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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주 좋아. 내 관심사는 이거다.
단편소설을 써야지. 문제는 ‘계획‘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든다는 사실이다.
비가 내린다.
"아, 삶은 얼마나 느리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아, 아폴리네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나는 얼마나 지루한가.
그냥 도망쳐버릴까? 어쩌면. - P59

빗줄기, 비가 퍼붓는다. 점심이 늦춰졌다. 햇살을 머금은 비로 불투명해진 창문. 아름다워졌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화를 잘 내고, 태양에 매혹된 눈부신 비, 전날 풀이 베였다는 데 위안을 느끼는잔디밭, 이 자리에 있다는 데 잠시나마 위안을 느끼는 나……
"비가 온다, 참 멋지네, 사랑해, 우린 집에 있자, 이런 늦가을 날씨에는 우리끼리 있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을 테니."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카르코의 시가 맞을 거다. <집시 여인과내 사랑>. 누구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집에 있으리란 건 확실히 알겠다. - P60

담배 파이프가 손에서 미끄러져 창가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파이프가 우연히 심연의 가장자리에 멈추기를 기다렸다. - P62

프루스트를, 스완의 열정을, 행복해하며 다시 읽는다.
진정한 행복은, 진실과 산문이 일치하는 순간처럼 드문 일이다.
나는 문학에서 발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포크너를 읽으며 한 번도 진짜로 감동을 받은 적이 없는 이유다. 그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 눈에 대서양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마지막 문장이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 혼자 쓸데없는 말놀이를 하는 대신 단편소설이나 써야겠다. - P77

마지막으로, 넓은 잔디밭과 나무들을 바라본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주의 깊게…… 불안에, 아니면 마약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수백 명이 있고, 신경이 쇠약해진 사람들이 올 겨울에, 내년 여름에 이 풍경을 바라볼 것이다.
병은 정말 최악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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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 P11

알렉산드리아 시대에는 책을 사고파는 국제적 시장이 존재하지않았다. 오랜 문화생활이 누적된 도시에서 책을 사는 일은 가능했지만 청년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아직 책을 살 수 없었다. 자료에 따르면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려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살 수 없는 책은 몰수했다. 탐나는 책을 손에 넣으려면 목을 자르거나 수확물을 쓸어버려야만 했던 때도 나라의 숭고함이 사소한 양심의 가책보다 중요하다며 명을 내렸다. - P13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 P16

책은 오래전에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어느 전쟁에서 우리와 동맹을 맺었다. 우리는 귀중한 창조물이면서 한 줌의 공기 같은 말을 지켜내고자 투쟁했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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