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혼자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먹는 나이 든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다종 다기한 시선들이다. 내가 혼자 와인 바에서 샐러드에 와인을 마신다면 받지 않아도 좋을 그 시선 들은 주로 순댓국집 단골인 늙은 남자들의 것이다. 때로는 호기심에서, 때로는 괘씸함에서 그들은 나를 흘끔거린다. 자기들은 해도 되지만 여자들이 하면 뭔가 수상쩍다는 그 불평등의 시선은 어쩌면 ‘여자들이 이 맛과 이 재미를 알면 큰일인데‘ 하는 귀여운 두려움에서 나온 것 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메롱이라도 한 기분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요절도 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반세기 가깝게 입맛을 키우고 넓혀온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니까. - P26
왕짱구 분식의 만두는 갈쭉하니 한 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로, 얇고 쫄깃한 피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 있고 씹으면 뜨거운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오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힌 만두였다. 그날 선배들은 만두를 인원수에 맞게 3의 배수로 주문했고, 우리는 도합 12인분의 만두를 먹 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두 가지의 깨달음을 얻었다. 선배들의 대붕 같은 뜻을 참새같이 방정맞은 내 생각으로 섣불리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만두는 더할 나 위 없이 술과 잘 어울린다는 것. - P34
왕짱구 분식은 없어진 지 오래이다. 지금은 칠십 대가 되었을 그들 부부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그리고 오래전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그 선배들은 또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고작 나보다 두 살밖에 많지 않았는데도 그 당시 내 눈에는 모르는 게 없어 보였던, 잘 빚은 만두처럼 적당히 미끈하고 적당히 쫀득했던 그들은......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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