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이었다. 제임스 패트릭 매든은 절룩이는 다리에 걸맞은 도시로 들어섰다. 그는 예측 가능한 꿈들만 꾸고, 오로지 축구 도박만이 엄청난 부를 약속하는 나라에 있는 도시로 돌아왔다. 결국 큰돈을 벌지 못한 채 돌아온 미국인, 타임스퀘어라는 넓은 광 장에서 잊힌 얼굴, 축축한 언덕과 척박한 바위로 뒤덮인 고향 도니골에서 자취를 감춘 아일랜드 사람. 지금이나 앞으로나 운이 없는, 그리고 할 일도 없는 인간. - P76
그의 목적지는 케이브 언덕 가까이에 있는 벨뷰 시립 공원이었다. 이름만 공원일 뿐, 아무런 매력이 없는 장소. 그는 뉴욕의 팰리세이즈 공원이나 코니아일랜드를 어설프게 흉내 낸 그곳의 놀이기구를 보고서 진작에 실망한 터였다. 하지만 긴 산책로와 연안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괜찮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일랜드 인근을 항해하는 배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다가오는 비구름 아래 차분하게 녹아내리는 언덕들도 볼 수 있었다. 그곳에 서면 마치 그가 남긴 모든 것, 그가 해왔던 모든 일로 향하는 관문에서 있는 것 같았다. 벨뷰 공원의 전망대는 그를 다른 세계와 이어주는 연결 고리였다. - P80
그는 눈앞에 술이 아른거릴 지경이 되더라도 하루에 1파운드 이상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캐슬 정션에서 하차한 그는 술집을 향해 몸을 돌렸고, 뻣뻣한 다리를 종종거리며 술집 문을 열었다. 술은 항상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지금은, 채워 가야 할 기나긴 날들과 불확실한 미래와 더불어 귀향을 즐겁게 하는 위안거리였다. - P81
이게 종교였다. 종교란 숙취로 입이 바싹 마르고, 하녀와 있었던 어젯밤 일을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이런 아침에 하느님께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부활절 의무를 다하고 일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게다가 종교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훗날 구원을 받을 거라는 뜻이다. 그러니 언제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삶의 최후를 맞기 전에 완벽히 회개하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매든 씨는 연옥이나 속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해와 그에 따른 용서가 그의 신앙을 지탱하는 기둥 이었다. 그는 되도록 자주 과거를 잊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시작하는 게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11
그녀는 순수한 행복 속에서 기도했다. 하지만 미사가 끝난 직후부터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었다. 통로를 따라 바깥세상으로 줄지어 나가는 사람들이 내뿜는 현실감, 그리고 모순과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거리를 마주하자 그녀의 간절한 기도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그녀는 위대하고 전능한 심판관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주장을 펼치며 열정적으로 발언했고, 이제는 변론도 논쟁도 모두 끝났건만, 거리에 있는 속세의 배심원들은 어영부영 그녀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것 같았다. 하느님의 집과 기도라는 보증금과 선한 의지를 외면한 채로. - P126
주디스는 비로소 깨달았다. 남자들의 시간을 기분 좋게 훔친 뒤,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약속을 한 뒤, 그들과 다시 만날 거라고 굳게 언약한 뒤, 그녀 자신도 저렇게 홀연히 떠나곤 했었음을. - P131
사랑하는 이모가 돌아가신 뒤로는 과거로의 여행이 점점 잦아졌다. 이제는 뒤로 돌아가는 편이 훨씬 쉬웠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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