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똥주. 남의 일에 설레발치고 다닐 때부터 눈치 챘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자매님 하고 튀어나오던 핫산은 왜 덤으로 얹혀 간 거야. 선생님도 아닌 것 같은 똥주. 어리바리한 핫산. 능력치 잘못 올리고 키운 캐릭터 같은 인간들. 동급 레벨 대비 최저 능력을 보유한 망한 캐릭터들이다. 게임처럼 확 삭제시키고 다시 키울 수도 없고. 영 꺼림칙하다. 똥주 하는 걸 보면 왠지 죄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나한테 지은 죄만 해도 몇 개야. 나 말고 또 누구 가슴을 후벼 팠나. 근데 핫산은 왜지? 순진하게 생겨서 알고 보면 똥주과 인가? 남 가지고 놀기 좋아하고 가슴에 못질 쾅쾅하는 것들은 죄다 잡혀가야 돼. 내가 한 기도가 슬슬 먹히고 있나 보다. 이상한 방식으로 먹히네······. - P94

그렇게 많이 싸우지도 않았는데 왜 싸움 습관이 뱄다고 할까. 아주 가끔 몸이 달려가서 팼을 뿐인데. 업소 아저씨들끼리 싸우는 걸 보면서 싸움에서 지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몸으로 옮겨졌나. 어쨌거나 나는 일단 싸우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포츠도 이겨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니, 뭐 이런 스포츠가 다 있냐. - P96

집에 올라가는 길에 교회를 슬쩍 둘러보았다. 늘 불이 켜 있던 쉼터 창은 요 며칠 불이 꺼져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항상 켜 있었는데. 교회가 기운이 쏙 빠져 보였다. 건물도 힘이 빠질 때가 있나. 세모난 지붕이 어깨를 축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96

본 적 있다. 신호등 앞에서 장사하다 걸린 노점상과 단속반이 싸우는 모습을. 다 팔아도 얼마 안 될 것 같은 채소를 비 맞으며 팔던 할머니. 카바레에 툭하면 뜨는 단속반 때문에 아버지는 죄인처럼 벽에 붙었었다. 이제는 노점상 단속반 때문에 벽에 서 있을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삼촌은, 우리 물건이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맞아가면서 혹은 다행히 그냥 빼앗기면서 우, 우, 우리 거예요, 라고 했겠지. - P103

관장님은 싸움과 스포츠는 다르다고 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고 매너 있게 경기하라고 했다. 이것을 어기면 이기고도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리지만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다.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상대가 말로 내 가슴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고, 나도 똑같이 말로 건드릴 자신이 없어 손으로 발로 건드렸을 뿐이다. 상처가 아물면 상대는 다시 뛰어다녔지만 나는 가슴에 뜨거운 말이 쌓이고 쌓였다. 이긴다고 다 이기는 게 아니라고? 이겨야 이기는 거지. 관장님도 은근히 폼 잡기 좋아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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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냄새다. 화장도 안 했던데 무슨 냄새일까. 이런 게 어머니 냄새라는 걸까. 그분이 먹었던 라면 그릇이 전과 달라 보였다. - P70

그 흔한 아들이니 엄마니 하는 말은 없었다. 옆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어머니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 내가 어머니라는 말 대신 그 분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다른 건 있다. 그분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하긴, 그분은 내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편지를 봉투에 도로 넣고 방바닥에 휙 던졌다. 무슨 모자 상봉이 이렇게 허무한지. 그분이든 나든 눈물 한 방울은 흘려줘 야 하는 거 아닌가? 삼팔선만 안 그어졌지 남북이산가족 상봉하고 뭐가 달라. 십칠 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라는 분하고 고작 라면이나 끓여 먹고 헤어지다니. 어머니라는 존재 별거 아니군. 그나저나 똥주, 두고 보자. - P70

"고작 싸움이나 하라고 서울로 온 줄 아냐?"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예요."
"그래, 나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춤쟁이라고 하더라. 그게 세상이야!"
"세상이 뭐라고 해도, 아버지는 춤추셨잖아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날 안 받아줬다. 춤은 그나마 다른 사람하고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었고. 사지 멀쩡한 놈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쌈질을 하겠다고······."
"다른 사람하고 별로 잘 산 것 같지도 않은데요."
짝!
아버지가 내 뺨을 내려쳤다.
"아버지가 제 몸 같았으면 춤······ 안 추셨겠네요."
짝!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내 뺨을 내려쳤다. 예상했고 피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그런 춤을 춰서, 세상이 더 받아주지 않은 것 같은데요." - P79

"가지 말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만히 버티면 풀릴 오해는 풀린다고. 오해를 안고 떠나면 남은 애들한테는 죽을 때까지 그런 애로 기억될 거라고 하더라."
"그냥 말해서 얼른 풀어."
"아닌 걸 아니라고 어떻게 보여줘? 지나가는 아저씨들 붙잡고 나랑 그런 사이 아니죠, 그래? 맞는 걸 증명하는 것보다 아닌 걸 증명 하는 게 더 어렵더라."
"그런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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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나를 싸움꾼이라고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싸움꾼이 아니다. 누가 나를 아는 게 싫어서 눈에 팍 띄는 싸움질은 되도록 피했다. 단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린 놈들만 두들겨 팼다.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이유로 팬 건 아니다. 쪽팔리고 열 받아서 팼다. 진짜 난쟁이인 아버지를 놀렸든 그 핑계로 나를 놀렸든. - P10

"왜? 너도 쪽팔려? 새끼야, 가난한 게 쪽팔린 게 아니라, 굶어서 죽는 게 쪽팔린 거야."
나는 당신이 담임이라는 게 쪽팔려.
"잔말 말고 가져가. 그리고 잡곡밥은 좀 남겨라."
똥주는 앞장서서 걸었다. 건들건들 걷는 모습이 동네 양아치 저리 가라다. 수급품. 내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 조용히 해 줄 수 없을까. 우리 집 앞에 몰래 놓고 가주는 자비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건 뭐, 자기가 먹으려고 수급대상자인 제자한테 배달시키니, 천하의 야비한······. - P11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키를 넘어섰다. 아버지는 그렇게 키 작은 어른이었다. 절대로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야, 너, 이봐, 식으로 애 부르듯 불렀다. 아버지가 어깨만 흔들어도 웃어대더니 이제는 싫은 모양이다. 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정말 싫었다. - P16

시끄럽고 어두운 곳에서만 일하던 사람들이 조용하고 환한 곳에서 일하려 한다. 낮에는 숙소에서 나오지도 않던 두 사람이 낮에 나가는 일을 택했다. 작업환경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바뀌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 P17

"글은 잘 쓰고 있냐?"
"······."
"대학 가라."
"······."
"좋은 데 가라는 말 아니다. 남들이 해보는 건 해봐라. 때 놓치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 2호선 타고 도는데, 대학생 애들······ 보기 좋더라."
몽키 몽키 몽키, 몽키 매직. 몽키 몽키 몽키, 몽키 매직. 서른이 넘은 삼촌의 디스코, 보기 좋았다. - P21

똥주 말은 틀린 게 없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맞는 말이 나는 영 거슬린다. 남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내가 거짓말했어? 진짜잖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남의 자존심을 긁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끼워 넣어서 웃음거리로 만들고 마는 인간. 내가 한 잘못을 나한테서 끝내지 않고 아버지까지 들먹이는 너절한 인간이다. 아프다, 엉덩이. - P28

오늘은 고급 스타킹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급 스타킹에는 관심 없었다. 자기 앉은키와 비슷한 아버지에게 관심 있었다. 대놓고 보지도 못했다. 안 보는 척 힐긋힐긋 보았다. 카바레에서 하던 아버지의 바람잡이 실력은 지하철에서도 빛을 발했다. 평상시에는 거의 웃지도 않으면서 바람잡이 할 때는 정말 신나게 웃는다. 어렸을 때 나는 저 웃음이 정말 좋아서 웃는 웃음인 줄 알았다. - P29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에서, 꼴 같지 않게 제3세계니 뭐니 해가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아낌없이 무시해주는 나라에 서, 어머니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그럼 그 조건에 +1 해서, 어머니 없이 사는 나는 뭔가. 주가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아버지는 장애를 숨기지 않고 서류에 썼는데, 가운데에서 브로커가 그 부분을 싹 지우고 결혼을 진행시켰단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어머니를 신부로 맞기 위해 사기를 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 P41

"자기 집 앞에 차를 댔는데, 못으로 씨불놈이라고 써놓는 게 정상입니까? 저분이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저 양반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었겠냐고요. 사회가 이러면 안 됩니다."
똥주는 책상을 탕탕 치며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연기 좀 한다.
"거기가 왜 저 양반 집 앞이야! 내 집 앞이지."
"두 대문이 꼭 마주 보고 있는데, 왜 당신 집 앞만 돼! 차도 없는 양반이."
"나는 내 집이고, 저 양반은 세 들어 사는 사람 아냐!"
"세를 냈으니까 집 앞까지 쓸 자격이 있지!" - P47

늘 어둠침침한 곳에서만 춤을 추던 두 사람이 이제 시장에서 춤을 춘다. 아직 장에서 춤추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확실한 건 카바레 다닐 때보다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카바레······ 아버지가 맞는 모습을 봤고, 그러면서도 웃는 모습을 본 곳이다. 웃는데 그 웃는 모습이 싫었고, 웃으면서도 울까 봐 괜한 걱정을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을까. - P50

"완득아. 너도 내 춤이 우습냐? 헤헤헤. 나는 되는데, 사람들은 왜 자꾸 안 된다고 하지? 리듬은 키가 타는 게 아니라, 몸이 타는 건데. 바보 천치들, 그 쉬운 걸 몰라요. 딱 십 센티만 더 컸으면······ 헤헤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이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아버지 키를 넘길 때부터 가슴 무겁게 들리기 시작했 다. 나는 열네 살 때 카바레를 떠났다. 내 기억의 첫 번째 장소 카바레. 가끔은 그곳이 그립다. - P51

아버지는 변두리 지역이라도 꼭 서울을 고집했다.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괜찮은 대학을 가는 줄 안 것이다. 거리가 먼 2 지망 학교가 배정되면서 아버지는 학교 근처로 집을 옮겼다. 말이 근처지 개천을 따라 버스로 세 정거장을 간 뒤, 가파른 골목 꼭대기 까지 올라가야 나오는 옥탑방이었다. 조용히 살자는 내 인생 철학에 제동을 건 똥주가 사는 동네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어설픈 맹부 삼천지교가 내 인생을 이렇게 꼬이게 할 줄이야.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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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도 더 한 생각을 한 번 더 했다. ‘그때 내가 이 집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창밖의 초록을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우리가 이 집 말고 다른 집을 먼저 만났더라면. 그날 날씨가 그렇게 화창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 공인중개사 말이니까, 말 그대로 국가가 인증한 사람이 보증하는 곳이니까 괜찮으리라 믿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지 않았다면 수호는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텐데.‘ 한 번도 입 밖에 내본 적은 없지만 지수는 수호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 집이 좋다고 한 사람도, 이 집에 살자고 한 사람도 자기였기 때문이다. - P278

어느 날 지부장이 티브이 뉴스를 보다 "바보같이 저런 걸 왜 당하지"라고 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지수를 가장 괴롭힌 말도, 스스로를 끝없이 질책하게 만든 말도 바로 그 말이었기 때문이다.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누구든 당할 수 있고, 정말 많은 사람이 당한 일인데도 그랬다. - P278

지수는 ‘저 사람들, 어쩌면 저렇게 자기 삶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얼굴로 거리를 누빌 수 있지?‘ 어리둥절해했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오늘을 믿고, 내일을 기대하며 지낼 수 있지?‘ - P279

어느 순간 지수의 눈이 차분하게 빛났다. 그간 고민 해온 문제의 답을 얻은 얼굴이었다. 지수는 자신이 이 집 말고도 갈 데가 있음을 깨달았다. 거기 수호가 있다는 것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만날 방법이 있다는 데 작은 기쁨마저 일었다. 그뒤 지수는 주머니 속에 ‘그래, 그래도 돼‘라는 말을 공깃돌마냥 넣고 다녔다. 그러곤 그 말을 자주 만지작거렸다. 한번 그런 생각이 들자 반대로 그러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 P281

—비는 한 집 위에서만 내리는 게 아니다.
여자의 팔자주름 위로 작은 미소가 어렸다.
—카메룬 속담입니다. 내 친구가 알려줬어요. 한글학교 친구입니다. - P286

문득 아침에 여자가 안방 천장을 보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이가 건넨 정중한 문장이라 한국의 그 어떤 행정 언어나 법률 언어보다 더 정직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던 말.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어했는지 깨달았다. 더불어 그 답 또한 얼마나 기다렸는지도. 하지만 대답 따위 아무도 들려주지 않을 테지.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지수가 절망적인 얼굴로 뭔가 결심한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방금 전 낙숫물에 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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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안녕‘에는 ‘반갑다‘는 뜻과 ‘잘 가‘라는 뜻 말고도 또다른 의미가 있어.
—어떤?
—‘평안하시냐‘는 혹은 ‘평안하시라‘는 뜻. - P254

한 시절 누군가와 정기적인 대화를 나눴다 해서, 긴장과 웃음, 안부를 나눴다 해서 헤어짐이 이렇게 서운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지. 직장에서는 그 모든 게 지겨웠는데. 사회적 감각의 스위치를 꺼두고만 싶었는데. 고향에서 엄마와 나 오직 두 사람만의 관계로 세계가 쪼그라들자 그 많은 언어가 그리워졌다. 실수하고,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반문하고, 더러 표 안 나게 유혹하고, 티 나게 매혹하고, 긍정하고, 의심하고, 호응하는 사회적 몸짓이. - P254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결국 못한 누군가의 입술을. 그래서 나는 오래전 들은 팝송에 한국어로 새 가사를 덧씌우듯 내가 듣지 못한 말을 스스로 중얼거렸다. 몇 해 전 헌수가 끄덕여준 대로 "안녕"이라고. 부디 평안하라고. - P255

신혼초, 볕 안 드는 투룸에 살다 이 년 만에 방 세 개짜리 신축 빌라로 옮긴 지수는 한동안 밝은 얼굴로 집을 오갔다. 거실 창 너머 무성한 초록을 보고 한눈에 반한 집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럼 더 상급지로 간 거야?"라 물었을 때 쉽게 대답 못한 건, 요즘 부동산 채널에서 유행하는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말도 그때 처음 들은데다 순간 자신이 개천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어서였다. 거주지에 따라 ‘급‘이 아니라 ‘종‘ 자체가 나뉘는. - P260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다. 더불어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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