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누군가와 정기적인 대화를 나눴다 해서, 긴장과 웃음, 안부를 나눴다 해서 헤어짐이 이렇게 서운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지. 직장에서는 그 모든 게 지겨웠는데. 사회적 감각의 스위치를 꺼두고만 싶었는데. 고향에서 엄마와 나 오직 두 사람만의 관계로 세계가 쪼그라들자 그 많은 언어가 그리워졌다. 실수하고,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반문하고, 더러 표 안 나게 유혹하고, 티 나게 매혹하고, 긍정하고, 의심하고, 호응하는 사회적 몸짓이. - P254
신혼초, 볕 안 드는 투룸에 살다 이 년 만에 방 세 개짜리 신축 빌라로 옮긴 지수는 한동안 밝은 얼굴로 집을 오갔다. 거실 창 너머 무성한 초록을 보고 한눈에 반한 집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럼 더 상급지로 간 거야?"라 물었을 때 쉽게 대답 못한 건, 요즘 부동산 채널에서 유행하는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말도 그때 처음 들은데다 순간 자신이 개천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어서였다. 거주지에 따라 ‘급‘이 아니라 ‘종‘ 자체가 나뉘는. -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