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냄새다. 화장도 안 했던데 무슨 냄새일까. 이런 게 어머니 냄새라는 걸까. 그분이 먹었던 라면 그릇이 전과 달라 보였다. - P70

그 흔한 아들이니 엄마니 하는 말은 없었다. 옆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어머니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 내가 어머니라는 말 대신 그 분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다른 건 있다. 그분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하긴, 그분은 내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편지를 봉투에 도로 넣고 방바닥에 휙 던졌다. 무슨 모자 상봉이 이렇게 허무한지. 그분이든 나든 눈물 한 방울은 흘려줘 야 하는 거 아닌가? 삼팔선만 안 그어졌지 남북이산가족 상봉하고 뭐가 달라. 십칠 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라는 분하고 고작 라면이나 끓여 먹고 헤어지다니. 어머니라는 존재 별거 아니군. 그나저나 똥주, 두고 보자. - P70

"고작 싸움이나 하라고 서울로 온 줄 아냐?"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예요."
"그래, 나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춤쟁이라고 하더라. 그게 세상이야!"
"세상이 뭐라고 해도, 아버지는 춤추셨잖아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날 안 받아줬다. 춤은 그나마 다른 사람하고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었고. 사지 멀쩡한 놈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쌈질을 하겠다고······."
"다른 사람하고 별로 잘 산 것 같지도 않은데요."
짝!
아버지가 내 뺨을 내려쳤다.
"아버지가 제 몸 같았으면 춤······ 안 추셨겠네요."
짝!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내 뺨을 내려쳤다. 예상했고 피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그런 춤을 춰서, 세상이 더 받아주지 않은 것 같은데요." - P79

"가지 말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만히 버티면 풀릴 오해는 풀린다고. 오해를 안고 떠나면 남은 애들한테는 죽을 때까지 그런 애로 기억될 거라고 하더라."
"그냥 말해서 얼른 풀어."
"아닌 걸 아니라고 어떻게 보여줘? 지나가는 아저씨들 붙잡고 나랑 그런 사이 아니죠, 그래? 맞는 걸 증명하는 것보다 아닌 걸 증명 하는 게 더 어렵더라."
"그런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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