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고함 - 130여 년 전 한 아나키스트의 외침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홍세화 옮김, 하승우 해설 / 낮은산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30여 년 전 아나키스트였던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쓴 일종의 격문이다.

진보신당의 대표였던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이 번역하였고 서문을 썼다.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원문이 프랑스어인 것이 신기했다. 19세기 말 러시아 지식인과 귀족층은 프랑스어가 필수였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외교문서 전부가 프랑스어로 쓰였을 정도라고 한다. 예카테리나 시대 그쯤까지만 그랬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고함]은 막 대학이나 사회에 발을 디딘 18~20세를 대상으로 쓰였다. 당시 시대상을 보았을 때 이런 지식인들은 유복한 집안 출신일 경우가 많은데 본인 자체가 그런 유복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부에서 일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 황실과 정부, 국가에 환멸을 느낀 모양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청년들을 일깨우고자 이런 책을 쓴 것 같다. 이렇게 막 새로운 국면을 맞은 청년들에게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세부적으로는 학문가, 의사, 법조인, 공학자, 교사, 예술가가 될 경우를 가정해 이야기한다. 의사의 경우만 이야기하자면 가난해 굶고 병들어 쓰러져 가는 환자를 보고 의사는 ˝고기스프를 먹고 햇살을 많이 보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은 가난하고 또 막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이러한 조건을 갖출 수가 없다. 의사가 되어 사회에 바람직한 일을 한다고 자위하지만 근본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런 여러 가정을 하고 크로포트킨은 청년들이 서재에 틀어박혀 사는 것보다 민중을 위한 사회주의 대열에 함께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19세기말 크로포트킨이 글을 썼을 때와 지금 21세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했던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도 30년이나 지난 시점은 굉장히 다르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적 요소를 일부 받아드려 최저임금제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크로포트킨이 꿈꿨던 사회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세계이다. 이 세계에서는 경쟁이 미덕이고 꼭 필요한 가치이고 성장의 원동력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는 개체 간의 경쟁이 진화의 동력이라고 나온다. 적자생존. 그러나 크로포트킨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 자연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베리아에서 동물들이 사실 경쟁하는 면도 있지만 같은 종에 속한 동물들끼리는 서로 도와주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아나키즘에 생물학적 기초를 부여한 [상호부조론]을 썼다.

그의 사상을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아나코-코뮌주의(anarcho-communism)라고 한다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사회, 국가와 같은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자유인들이 모여 사는 코뮌. 그런 코뮌 안에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사회를 꿈꿨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아나키즘과 공산주의의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의 삶이 차이점을 말해준다. 그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세계 곳곳을 방황하다 드디어 귀국하지만 인간을 누르는 모든 권력을 반대했던 아나키스트들은 볼셰비키의 독재(노동자계급의 독재)조차 거부하고 반대했다. 그렇게 그의 추종자들은 죽거나 감옥에 갔고 크로포트킨은 쓸쓸히 사망했다고 한다.

‘모든 권력의 압제로부터 해방‘, ‘진정한 해방‘, ‘자유인들간의 계약 공동체‘, ‘평화‘ 를 꿈꾸었던 아나키스트의 존재는 다소 이상적으로 보인다. 너무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청년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하긴 군대 갔다오면 아저씨다) 분명 급진적으로 이 세상을 꿈꾸는 대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바뀌는 방향이 더 나을 것이라 확신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런 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새로운 길을 찾고 그 길을 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