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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유한성을 사색할 여유를 찾기 어렵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과학자와 미용사는 젊음의 영약을 찾느라 바쁘고 그 사이에 우리는 죽음이 끼어들 자리를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병원에서조차 노화나 죽음을 이야기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해 나름 공부를 하고 생각을 깊게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만 정작 삶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뤄둔채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가족들은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시키고 싶어했으나 터너씨에게는 세 번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한 삶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 책은 잘 죽는데 실패한 개인과 사회를 이야기 합니다.
p.30 “썩어가는 시체, 전염병, 약 냄새가 뒤섞여 악취가 가득한 공기로부터 ... 뇌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을 코 끝에 갖다 댄 채로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 죽음이 도시를 점령했다.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페스트, 전쟁, 기근으로 대분분 일찍 생을 마감했던 1400년대 이야기입니다. 21세기 현재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까지 눈부시게는 잘 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과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터너 씨가 맞이한 세 차례의 죽음을 이야기 합니다. 인간은 누구난 한번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리스 모리엔디’ 라는 새로운 문학의 장르를 이해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p.44 메멘토 모리의 대표적인 형태로 바니타스 회화를 꼽을 수 있다. ‘바니타스’라는 명칭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코헬레트의 유명한 설교 구절에서 비롯됐다. 무한한 것에 비해 모든 유화한 것은 사고하고, 하찮고, 헛되다. 코헬레트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
p.27 600년 전 중세 유럽인들도 병원에서 맞는 죽음의 문제를 고민해왔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죽음의 기술’을 의미하는 라틴어 소책자 <아르스 모리엔디>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죽음과 좋은 삶에 대한 중세 유럽인들의 실용적 지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탄생과 삶, 죽음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죽음 자체에 대한 사색이 필요하다.
현명한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의학은 아직 형편없는 죽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빠르던 늦든 우리 모두는 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리스 모리엔디 문학은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수백 년 동안 유럽과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죽음의 기술은 힘을 잃었고 삶의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고 좋은 삶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p.246 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죽음이라는 적에 맞서 싸유도록 용기의 미덕을 키우라고 권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죽음의 공포를 정복하려고 노력해서는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두려움과 슬픔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괴롭지만 고귀한 임무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는 잘 죽기 위해 어떤 미덕을 갖추어야 하는지 오랜 생활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사람이 흔히 마주하는 인내, 희망, 겸손, 믿음. 초월의 5가지 덕목의 유혹과 그 유혹을 떨쳐내는 데 필요한 인간의 유연함을 인정하는 태도, 겸손한 습관, 공동체 구성원을 수용하는 태도가 죽음의 기술에서 꼭 필요한 필수적 요소라고 뽑았습니다. 잘살아낸 삶이 모여서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만든다는 결론입니다. 후회없는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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