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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유령이 자주 발견되는 지역을 고스트 스팟이라고 부르는데 유령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순한 눈의 착각이나 프라즈마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래와 사람에서 이번에 선보인 책은 시카고 플랜 시리즈로 <나사의 회전>을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했습니다. 만약에 어린아이 한 명이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가져 온다면, 어린 아이가 두 명일 때는 어떻게 되겠어요? 스산한 날씨에 공포감이 엄습해 오면서 유령과의 만남은 시작됩니다.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하면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영화나 연극으로 많이 상영된 유명한 작품입니다. 혼자 걷던 산책길의 오래된 탑 위에, 세차게 펄럭이던 촛불이 꺼진 어둠 속 계단 꼭대기에,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밖에, 한적한 오후 호수 건너편에, 누군가 나타나는데 가정교사는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자신이 돌보는 순진무구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력을 다합니다. <나사의 회전>은 미국 문학사상 “가장 결실이 풍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헨리 제임스의 작품으로, 대표적인 유령소설이자 최초의 심리소설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복합적 심리, 숨겨진 진실의 탐색해보는 책입니다.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과 두려움도 조금씩 엷어져 갔다. 사실은 아이들을 시야에서 떼어놓지 않고 지내던 그 기간 동안 새롭지 않은 날들이 거의 없다 보니 나의 비통한 공상들과 불쾌한 기억들은 스펀지로 닦아내듯 지워져 가고 있었다. ---p.96
유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동생이기도 한 헨리 제임스는 작품 속의 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각 인물의 의식 심층을 깊숙이 파고 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적인 서술에다 성격 묘사에 중점을 두고 인간 행동의 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를 심리학적 혹은 병리학적으로 해부하여 분석해 나가는 심리주의 문학의 모태를 이루었고,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조지프 콘래드, D. H. 로렌스 등의 영국 작가들과 이디스 워튼, 윌라 캐더 등의 미국 작가들이 제임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사의 회전>은 최초의 심리 소설로 꼽히고 유헨리 제임스가 이 작품에서 1인칭 화자로 설정한 인물은 바로 가정교사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내안에 어떤 영가 같은 것이 스치면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속삭여 주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 싸우는 것 같았으며, 나는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서야 내가 떨리는 두 팔로 붙들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p.205
성탄 전야, 고가의 난롯가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괴담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소설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돌아가며 괴담을 꺼내놓는 가운데 더글라스라는 남자가 자기가 알고 있는 괴담이야말로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진짜 오싹하는 이야기라며 좌중의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리지요 그는 서문의 말미에 가서야 이야기 원고를 좌중에 읽어주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익명의 화자가 다시 한번 끼어들어, 더글라스가 전하는 이야기의 중심인물이자 두 번째 화자인 가정교사의 출신배경과 더글라스와의 관계, 이야기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어 읽으면 미스테리한 스토리에 재미가 있습니다.
정원을 산책하다가 퀸트의 유령을 처음 목격했던 6월의 어느 저녁 유령과의 조우를 떠올리는 것은 영매의 기운이었습니다. 젊은 여자의 예민한 이성이 수그러들기보다는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고민하기보다는 그것을 잃을까봐 고민한다는 것이 평범한 사고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정말로 유령을 보는지 보지 못하는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어떤 경우든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그들의 경험에 전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교사가 본 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유령이 있느냐 혹은 가정교사가 미쳤느냐의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유령이 목격되는 일, 그녀의 관점으로 모든 것이 해석되는 일, 또한 유령이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이 현실인지 망상인지 책을 읽는 독자의 뜻에 남겼습니다. 어릴 때 들었던 유령 이야기 누구나 한 가지씩 있지 않나요? 미래와 사람의 시카고 플랜 고전 문학 여섯 번째는 <나사의 회전>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