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풍의 계절 ㅣ 암실문고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엄지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평점 :

그들은 강에서 이어지는 좁은 샛길을 따라 농수로에 도착했다. - 첫문장
‘어떤 리얼리즘은 악몽보다 깊은 곳에 있다’ <태풍의 계절은>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된 책입니다. 멕시코의 어둠에서 빈곤이 부른 절망적인 현실에 폭력과 증오가 난무하던 수많은 이미지와 이야기를 다룬 책은 멕시코 베라쿠스에서 태어난 저자 페르난다 멜초르의 작품입니다. 그는 많은 저널리즘을 기사와 단편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환상적인 요소를 더하는 라틴아메리카 작품 특유의 묘미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꿈과 이상을 넘나드는 마녀하고 불리우는 여성의 출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인들이 금요일 아침 일찍 그녀의 집을 찾아올 때마다 그 카네이션은 시들고 말라붙어- 거의 썩어-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들이 집에 몰고 온 나쁜, 기운으로 인해 누렇게 떠 있었다. 그게 마녀가 쓰는 방법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여자들이 마음 속에 켜켜이 쌓아둔 부정한 기운, 사방을 모두 막아 놓은- 늙은 마녀가 언제부터 창문을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p.32
치료와 주술을 업으로 삼아 찾아오는 여인네들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산 사람들과 태격 태격한 일, 아니면 돈 문제로 ‘마녀’라 불리던 여자들이 찾아옵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여자가 누군가에게 복수하려고 아니면 남편의 등골을 빼먹으려고 매춘부에게 저주를 내리려는 것으로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가진 돈과 집과 땅을 차지하기 위해 나쁜 놈으로 악명이 높던 마놀로콘데를 죽였다고 그의 두 아들은 주장 했지만 공동묘지로 향하던 길에 달리던 트럭에서 철근이 떨어져 두 아들이 갑자기 즉사하게 됩니다. 마녀는 어떤 사람일까 내용은 점점 흥미롭제 전개되는데 갑작스럽게 마녀가 죽고 마녀의 딸이 등장하면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서술됩니다. 작품은 빠르게 전개되어 독자는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학력이 낮고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술이나 마약에 취해 있고 직업도 변변치 않아 미래는 불투명했습니다.
그런 악령들은 누가 자기를 받아 줄지 보려고 언제나 산 사람 주위를 얼쩡거리거든 주로 불경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주술 의식을 행하는 이들, 또 미신에 사로잡힌 사라들이 그 대상이란다. 불행하게도 우리 마을은 그런 사람드로 넘쳐나지, 그건 이곳에 유독 아프리카의 후손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인디오들이 가진 우상 숭배 풍습, 가난과 빈곤, 그리고 무지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 ---p.254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된 21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어두운 성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은 실제로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로 불리던 자가 살해당하고,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 나가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어디나 사랑과 증오가 공존합니다. 믿을 것이 없을 때 지나치게 열렬히 누군가를 맹신하는 것도 약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020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태풍의 계절> 은 그해 후보작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빈곤이 불러 온 절망적인 현실과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폭력을 그대로 노출 시켰다는 이유였습니다.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정수를 느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을유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