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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맥스 포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 제공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로 사는 게 지칠 때는 없어?”
방황하는 마음속 어린아이를 보듬어주는 작은 걸작
이 책은 영화로 먼저 만나본 작품입니다. 문제 청소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학교의 교장 스티브가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학생들과 결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는 이 작품이 청소년들을 주제로 한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며 열린 결말을 주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원작을 읽게 되었습니다. 킬리언 머피의 연기를 떠올리며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중학교 입학시험 낙방. 두 학교에서 퇴학. 1992년 열세 살에 받은 첫 경고. 열다섯 살에 첫 체포. 문제아로 낙인찍힌 열여섯 살 소년 샤이는 대안학교 ‘라스트 찬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좋지못한 기록에서 벗어나려면 죽어라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 기회’를 뜻하는 이 학교는 수백 년 된 시골 저택을 개조해 만든 작은 기숙사형 학교로, 샤이를 비롯한 비행 청소년들이 무한한 인내와 애정을 지닌 교사들에게 돌봄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건물주가 독립 구조의 고급 아파트로 개조할 수 있는 건축 허가를 받게 되면, 라스트 찬스는 그나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스티브는 자신과 동료들은 낙관적이라고 말한다. “알다시피, 돈이 좌우하죠. 그래도 누군가의 마음속 자선의 사자가 으르렁대기 시작할지도 모르죠. 안 그러면, 우리 얘들을 캠핑카에 태워서 길을 떠나는 거죠. 안 그래, 얘들아? 델마와 루이스식 마지막 지리 수업, 전속력으로 낭떠러지로 돌진, 맞지?” ---p.65
* 킬리언 머피 제작/주연 영화 [스티브] 원작 소설
*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BBC 선정 올해의 책
* 소설가 김연수 ‘추천의 글’ 수록
하지만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샤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폭력과 죄책감, 불안과 수치심이 번갈아가며 들끓는데, 그는 자신이 만든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끊어내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등에 돌을 짊어지고 걷는거 샤이는 그러면 규칙을 어기는 것 같아 배낭을 벗고 싶지 않았습니다.
네 인생의 운전자는 바로 너야, 알겠어?---p.78
세상은 무서우리만큼 텅 비어 있고 조용하다.---p.115
베니는 친구들에게 자기가 자란 동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찰은 이유없이 차를 세우고, 수색하고, 입을 열기만 하면 시비 걸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베니는 그게 자기가 한 짓에 대한 핑계는 아니지만 자기 일부라고 말합니다. 인종차별적인 교사들, 인종차별적인 경찰들, 그는 라스트 찬스라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이제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샤이는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치지 못하는 남자아이의 심경이 너무나도 잘 그려진, 곧 부서질 것처럼 연약하면서도 6억 년 된 부싯돌’처럼 단단하고 강렬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으니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김연수 작가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의 인상을 “타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슬픔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래서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소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입니다. 끔찍하게 무거운 돌이 가득 든 배낭을 메고 연못까지 내려갔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샤이의 이야기는, 타인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를 낯선 곳으로 데려갑니다.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폭력과 거친 언어, 불신, 좌절과 맞서며 교사로서의 마지막 신념을 지키는 스티브의 하루는 고통스럽지만 그런 아이들을 외면한다면 더 이상 갈곳이 없기에 인간적인 존엄과 마지막 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만들어낸 것도 우리사회고 우리 어른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