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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 - 생명을 품은 정원에서 일구어낸 사랑과 평화
일곱째별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11월
평점 :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 받은 책입니다.
생명을 품은 정원에서 일구어낸 사랑과 평화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는 2017년 조영관문학창작기금을 수혜하고, 2018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르포 작가 일곱째별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자연의 순리와 소박한 삶의 지혜가 깃든 지상의 방 한 칸에서 비우고 기도하고 사색하는 고요한 나날의 기록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표지가 아름다운 책입니다.
“여기 있는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가지세요. 마지막이니 그냥 드릴게요.” 빨간 줄에 매달린 은으로 만든 굴뚝새, 즉 나는 그렇게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입소문이 난 공예작가인 창조주는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10년 가까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가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수요가 줄자 월세를 감당하기 벅차 공방은 폐업 수순을 밟던 중 창조주는 자신의 유일한 수강생 목에 아끼던 나(굴뚝새)를 걸어주었고 그렇게 하이얀 목덜미에 내려앉은 나, 굴뚝새의 새 주인전국을 걸어 순례하며 글을 쓰는 멋진 작가였습니다. 쇄골 가운데 흠이 내 둥지였고 귀를 기울이면 주인의 마음을 들을 수 있고 이렇게 모험은 시작되었습니다.
나 굴뚝새는 지난 4년 동안 내 주인과 함께 다녔다.
2020년 원주와 정읍과 별담리,
2021년 정읍과 곡성과 해남,
2022년 다시 정읍과 남원과 담양과 다시 남원과 대전,
2023년 대전,
2024년 지금 여기.
주인은 정원을 찾아다녔다.
열심히 찾으면 어딘가에 자신의 정원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이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언젠가 이 땅을 떠날 뭇 생명을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정원의 사랑 방식에서 배우는 소박한 삶의 지혜
정읍 만영재에서부터 아껴 먹은 김장김치를 7개월 만에 곡성 강빛마을에서 다 먹고 다음 정원에서는 배추 모종과 무 씨앗을 심을 수 있을지 맥문동과 상사화 피는 계절이 왔으니 곧 꽃무릇을 볼 수 있을지 그곳이 어디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 나를 위한 작은 정원 하나 없을까요. 마지막 막 피어날 꽃송이처럼 설레이는 날도 기대해 봅니다.
소중히 여기던 생명이 사라질 때마다 놀라고 슬퍼한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애달프다. 오늘 내 앞에 있는 존재에게 내어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준다.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므로. --- p.162
도보로 전국을 순례하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거친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병들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과 기꺼이 연대하는 르포 작가 일곱째별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미래라고는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나날의 고통을 말없이 견디며 어딘가에 있을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 떠도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 배롱나무를 사랑한 굴뚝새의 노랫소리처럼 청아하게 마음을 적십니다. 소유하지 않기에 비울 수 있었고, 아낌없이 사랑하기에 떠날 수 있었다. 태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법칙이 지배하는 작은 정원에서 배운 소박한 삶의 지혜가 맑고 푸르른 문장으로 책 곳곳에 새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