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의 도서관 2
자넷 스케슬린 찰스 지음, 우진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3월
평점 :
책은 2차 세계 대전 중에 일어났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사람들과 나누고, 문학에 대한 사랑을 전파하며 도서관 이용자들을 돕기 위해 나치 독일에 맞섰던 용감한 도서관 사서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책을 썼다고 합니다.
오딜의 책장을 살펴볼 때마다 서로 다른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떤 날은 금박이 입혀진 제목이, 또 어떤 날은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이 읽어달라고 아우성쳤다. 오늘 오후에는 에밀리 디킨슨이 나를 불렀다. 엄마가 디킨슨의 시 한 편을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나도 한 구절을 외우고 있었다.
“희망이란 날개가 달려, 내 영혼 위로 날아와 머무르네.” 오딜이 가지고 있는 디킨슨의 얇은 시집에는 도장이 찍혀 있었고 도장 자국을 빙 둘러 ‘파리 미국 도서관, 1920년’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도장 속 태양 주변으로 햇살 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양이 그려져 있었고, 책 아래에는 소총이 한 자루 있었는데 책에 거의 가려진 것이 지성이 폭력을 이긴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었다.
8월24일 저녁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초가 다 닳기 전에 <어둠 속의 항해>를 마저 읽으려는데 갑자기 파리에 있는 모든 성당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잠옷 차림의 엄마는 하나님의 기적에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아빠는 어린 시절 레미와 내가 달려가 안길 때처럼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우리 세 식고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미도 함께면 얼마나 좋을까. 독일군의 검령 시대가 저물고 잇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돕고 어떻게 방해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어떤 관계를 통해 맺어지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언어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동시에 가로 막기도 하는 통로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우리의 인식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읽은 책,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리 미국 도서관의 외국인 직원들과 이용자들은 나치 독일에 의해 ‘연합국 국민’으로 취급되고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전쟁속에서 그들은 모두 이방인이었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였습니다. 실화인지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직원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포기하지 않고 도서관을 전쟁에서 지킨 것입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