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와 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귄터 그라스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우리가 잘 하는 작품 [양철북]의 작가이며 1999년 소설[나의 세기Mein Jabrbundert]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독일의 귄터 그라스(Gunter Grass)는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면서 회고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가는 시대의 어둠을 증언하는 동시에 종전 직전 나치 친위대에 입대했던 전력으로 독일의 범죄에 가담한 공범을 인정하고 말케가 울대뼈를 가리려고만 했던 일은 자신의 과거를 글을 통해 죄의식의 심연을 드러내 보인 책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94 ‘계몽주의자’ 귄터 그라스 고양이와 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 고양이를 들어 말케의 목에 올려놓았던가, 아니면 이가 아팠거나 그렇지 않았던 내가, 고양이를 들어올려 말케의 쥐를 보여주었던가, 그리고 요아힘 말케는 비명을 질렀으나, 대수롭지 않은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 너의 쥐를 한 마리의 그리고 모든 고양이의 눈에 띄게 했던 나는 이제 써야만 한다. 설사 우리 둘마저 허구라 해도 나는 그래야 할 것이다. 직업상의 이유로 우리를 만들어낸 그가 내게, 자꾸만 너의 울대뼈를 손에 쥐고, 그것이 승리했거나 패배했던 모든 장소로 데려가라고 강요한다. ---p8
우리는 바람에 식었어도 여전히 뜨거운 녹과 갈매기똥 위에 벌렁 드러누워, 말케가 이미 두 번이나 잠수하고 나올 때까지도 꼼짝하지 못했다. 그가 왼손에 뭘 들고 올라왔다. 함수와 선원실을, 반쯤 썩어 축 처진 채 너울거리거나 여전히 단단히 묶여 있을 해먹 안이나 밑을, 반짝거리며 몰려다니는 가시고기떼 속을, 미끈거리는 해초와 뿔뿔히 흩어지는 칠성장어들 사이를 취젓고 다니다가. 잡동사니들 틈에서 한때 비톨트 두신스키나 리신스키 수병의 소유였을 선원용 가방을 찾아낸 것이다. 말케가 피우수트스키 원수의 초상을 끌고 나온 것이다.---p23
누가 내게 좋은 결말을 써주려나? 고양이와 쥐로 시작한 것이, 오늘날 갈대로 둘러싸인 웅덩이의 뿔논병아리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가 자연을 피하면 문화영화가 내게 이 솜씨 좋은 물새를 보여준다. 아니면 주간뉴스가 라인강에서 침몰한 화물선의 인양 작업이나, 함부르크 항구에서의 수중 작업을 취재했다. ---p182
올해는 고양이와 쥐가 세상에 나온지 60년, 학교와 군대사이의 긴장관계, 이데올로기를 통한 무분별한 학생 동원, 비이성적인 영웅숭배에 대한 작가의 회고전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작품으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목표는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자체를 바꾸는 점이라는 것입니다. 어두운 시대를 먼저 살아간 작가는 독자에게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