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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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작가중의 한명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물어본다면 작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많이 들어봤던 <압구정 다이어리><페이퍼 쇼퍼>...등 작가의 책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한번쯤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지~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를 작가에게로 눈을 돌리게 한 책이 바로 <그녀가 죽길 바라다>이다.

어쩌면 내 마음대로 정한 선입관이 미안해서일까? 작품을 통해 작가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왔음을... 2012년 밝아오는 새벽녁에 읽기 시작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난 작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은 두 여자 이야기이다.

이름은 윤재희...배우가 되기 위해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사표까지 던지고 나온 용감한 아가씨이다. 이걸 용감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오디션의 낙방을 계속 마시고도 도전하는 거 보면 끈기의 여전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공부보다 언제가부터 노래가 재희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지만 그리 녹록한 길이 아님을 낙방의 고배를 마시면서 점점 절망하는 그녀.... 성량은 좋지만 연예인이 될 만한 외면적인 모습은 갖추지 못했다. 작은 키와 통통한 몸에 피부도 까칠하니~노래를 듣기도 전에 그녀의 모습만 봐도 선입견을 갖게 될 그런 외모니 살맛나는 인생을 살고 있진 않은 듯 하다.

그런 그녀가 아랫층 꼬마가 떨어뜨린 인형을 집어줘려고 하는 순간...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왜 하필 나야?".....이승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

 

"세상은 마치 주연은 하나고 조연은 차고 넘치는 연극 세계와도 같다. 실제로 세계 인구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조연들은 협박 같은 알람 시계의 기계음과 더불어 아침을 맞이한다. 비몽사몽 샤워기 앞에서 잠을 깨고 허기 품은 배를 움켜쥐며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중략~~

그렇게 매일 조금씩 소진되는 에너지. 누군가 불쑥 나타나 귀에 대고 'game over' 라고 속삭인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삶."(p13)

또 한 여자는 이민아...대한민국이 부러워할 재벌 아가씨로 한번쯤 뒤돌아보게 될 외모와 젊은 나이에 변호사게 되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아우라는 어둡고 냉소적이며 비판적일 뿐더러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를 경계한다. 겉으로 부러울만치 대단한 스펙을 가졌어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자신의 친엄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전화...  자신을 학대한 친엄마에 대해 증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민아에게 그저 증오하는 상대를 마지막으로 본다는 그런 단순한 의미로 찾아간 병원에서 앞으로 겪게 되는 기이한 일이 시작되는 장소가 된다.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재희와 민아의 친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니었음을......

어디서 오는지 알수 없는 목소리가 재희의 영혼에게 하루동안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살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고 재희는 그저 친엄마를 보고 병원을 나가는 아름다운 민아를 선택하게 되면서 민아의 몸속에 두 영혼이 공존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거라는 알게 된다면 그것도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건우의 대답이 압권이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지 말아요"...

안다고 해서 얼마나 특별한 이변이 있을까...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스펙은 똑같을 것을... 여튼 이 물음의 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것이겠지~~

 

대부분 인간의 몸에 깃든 다른 영혼들을 보면 일상생활을 할수 없도록 방해하고 자신의 몸인양 주인 행세를 한다. 하지만 재희의 영혼은 참 착하다. 이렇게 얌전하고 예의바른 영혼을 본적이 있는가? 재미있었던 건 매일 가던 커피전문점의 사장님이 자신이 재희의 몸이었을땐 한번도 수제 초콜릿을 서비스로 주지 않더니 아름다운 민아의 몸을 하고 나타난 재희의 영혼에게는 어쩌면 그리도 상냥하게도 서비스로 수제 초콜릿을 주는지 참...어쩔 수 없는 슬픈 현실임을...  자신이 갖지 못한 우월한 미모를 조금씩 자신의 것인냥 즐기는 재희.....그런 재희가 밉지 않다.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다.

 

이 책에 나오는 민아와 재희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법을 자신의 상처로 인해 잊어버렸을 수도. 민아와 재희 또한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에도 자신을 자학하고 모두에게 움추려 있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 강한 척 하지만 그들은 모두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상처받은 두 여자의 상처 회복하기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겉으로 드러난 빙의라는 모티브를 통해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좀 더 보듬어서 불완전한 사랑을 완전케 하자는 게 작가가 외치고자 했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외모나 배경이 따라주면 좋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빠져들수 밖에 없는 몰입감과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하나가 되어 다 읽지 않고서는 내려놓기 힘든 책이다. 빙의라는 소재도 참 신선했고 재희와 민아의 캐릭터를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있어서 참 좋았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를 받고 또한 주기도 하면서 산다. 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의 인생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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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 - 나쁜나라 네팔에서 배운 착한 사랑
반영난 지음 / 반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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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의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왜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눈망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특이하다.  <내 이름은 쁘리띠 뻐허리>...."쁘리띠"란 이름은 안도와 네팔에서 여성의 애칭으로 사랑스럽다는 뜻이고  "뻐허리"는 작가가 자원봉사 갔던 마을 이름을 따서 쁘리띠 뻐허리가 이름이 됐단다.

사실 작가가 처음 해외봉사를 할려고 마음 먹은 이유가 대단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든가 인류애가 투철하다든가 라는 이유가 아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삶의 도피처로 택한 네팔로의 봉사는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네팔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네팔이란 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임에도 하루에 절반은 전기가 없는 채로 지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선택했다지만 네팔에 도착한 첫 날부터 한국에서 달고 간 감기란 놈이 기성을 부려서 슬프게 하니 앞으로의 낯선 이국 생활을 어떻게 지낼꼬.....

원래는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직업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맞은 편 판자집 고물상에 있는 여자아이가  수거한 고물을 분류하다 말고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간 곳이 오지마을인 버디켈의 뻐허리 마을이다.

" 내 가슴 속에 있는 뜨거운 것. 다 태워버리지 않고서는 꺼질 것 같지 않은 불길이 갈피를 못 잡아서 마치 나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그 뜨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p31)

 

 

 

네팔에서 적응할려면 전기가 정전되는 어둠과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드는 먼지. 그리고 짐승을 잘 다루면 된다고 한다. 뭐~먼지는 온 몸을 꽁꽁 싸매면 되고 정전이 될때는 자가발전 손전등을 돌리며 오피스텔을 어슬렁거리면 된다는 삶의 지식을 터득한다. 하지만 그녀가 적응할 수 없는게 한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가려움의 대명사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려울지... 사실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다. 나 또한 개에 있던 벼룩이 내 다리를 놀이터 삼아서 한달 남짓을 병원에 다녔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얼마나 벅벅 긁어 댔을지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서로의 이를 잡아주며 굳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 그게 생활이 됐으니까....

 

아침 5시30분을 기상으로 아이들과의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다. 오늘은 어떤 녀석이 말썽을 부릴지...그녀 마음에 노크를 할지 기대가 된다는 쁘리띠 뻐허리....

학교 가기 전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구구단도 외우고 영어단어도 외운다. 문제집도 자습서도 없는 아이들의 학습법은 그저 달달 외우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추억을 하나씩 쌓아간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나또한 조금씩 그들과 하나가 되간다.


 

 

그녀가 만났던 아이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는다.

어릴 적 집이 무너질 때 다리가 깔려 목발을 짚게 된 럭스먼....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결국 목발까지 짚게 되고 같은 또래보다 이해도 느린 아이...집안 환경이 어려워 방학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갈 상황이 되지 못해 축제 기간이 되어도 변변한 잔치음식 한번 먹기 힘든 아이다.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그녀의 마음에 노크한다. 잘 살아갈거라고 말이다. 럭스먼은 마음 한쪽이 짠해지는 그런 아이다. 그녀와 럭스먼의 대화는 기어이 나에게 눈물을 쏟게 한다.

다리에 난 종기가 곪아 아랫마을에 있는 진료소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던 날 럭스먼을 업고 걸어가며 물었다.

"아주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그때도 니가 날 기억할까?

"네. 미스."

"아닐 거야. 못할 거야."

"아니예요. 할 수 있어요."

"어떻게 기억해. 십년 후, 이십년 후인데, 구구단도 못 외우면서.."

 

오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소개할수 없지만 그 중 내 마음에 들어왔던 아이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많은 아이들 중에 말도 못할 장난꾸러기인 그녀가 작은 왕으로 부르는 비까스...꼴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려 형들에게 꿀밤을 맞기가 일쑤지만 귀여움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하는 라디카...부끄러움이 많아 정전이 될떄에 살짝 와서 뽀뽀하고 가는 아이, 자신의 손이 차가워서 난로에서 손을 덥혀와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친구는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 못하는 게 없는 아속...성격도 서글서글해서 금방 친해졌던 아이가 그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단다. 하루는 술에 취한 형이 이렇게 가난한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며 아속의 책을 모두 찢어 버렸다는데 그런 아픔을 자기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를 잊으려 하는 아속....몸에 피가 나도 발톱이 빠져도 상관없이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아이...자신의 왼쪽 팔뚝을 자해함으로 지금의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아이...눈물을 쏟지 않을래야 쏟지 않을수가 없는 참 마음 아픈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 것인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음을....몸이 힘들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수 있을까?
만화 주인공을 닮은 산투...공부를 참말로 못하는 아이지만 뭐든 열심히 할려고 하는 아이.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의 열일곱살 소년 디네스...피아노를 좋아하는 뿌루. 다 열거할수 없지만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느 나라가 다 그렇겠지만 네팔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미신들이 많다.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가 켜지면 전기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가 하면, 일식이 일어나는 날에 해를 보면 실명할수도 있기 때문에 휴교를 한다는 거다. 이 날은 관공서도 쉬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고 하니 참,,,,할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네팔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항상 발을 조심해야 한다. 보기는 아름답게 보여도 똥밭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팔의 아이들은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응석을 부릴수도 없다. 아프면 그저 끙끙 앓으며 이불을 뒤집고 오롯이 아퍼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내 맘속에도 이미 자식처럼 들어앉아 있다. 과연 네팔이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나라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나라일수도 있다. 지금 당장, 아니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희망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무색할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생각한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꿈 그리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다면 네팔의 미래도 밝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생판 모르는 남의 나라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적응하며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녀도 많이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음에 어찌 계속 징징대고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줬던 것보다 받은것이 많다고 말하는 그녀로 인해 직접 가보지 않은 네팔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온 기분이 든다. 네팔이라는 나라의 풍습이나 먹거리~그리고 지켜야 할 원칙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
아마 한동안은 비까스, 아속,산투, 디네스,라디카,뿌루 ...이 친구들이 내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그녀를 통해 나 또한 이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전해받았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만은 그들을 기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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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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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할수록 추하고 솔직할수록 퇴폐적인 그녀의 사랑의 끝은....

 

김별아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눈을 돌리게 할진대 지금도 그리 편하지 않은 금기시된 내용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김별아 작가라고 하면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저력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스토리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문학세계를 잘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작가의 문체를 맘에 들어하고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열애>라는 작품들이 평이 좋아 작가에 대해 기대하고 있던 참이다.

 

"계집이 사내가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면 무조건 음녀이고 탕녀입니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것이랍니까?"....

"......그저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제가 사랑한 사람이 여인이었을 뿐입니다.!"?"....(p14)

만약에 2012년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씻을 수 없는 죄악도 아니고 음녀도 아닐뿐 아니라 탕녀도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알면 저 말이 의미하고 있는 말은 분명 죽음밖에 없음을 알 것이다. 조선의 다섯 번째 왕인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인 순빈 봉씨....그녀가 폐서인 당하고 친정집으로 돌아와 오라버니에게 내뱉은 가슴아픈 말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가녀린 인간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임을..그렇게 죽음을 부르는 것임을....

 

이쁨을 독차지하고 살았던 한 떨기 모란을 연상시키는 열여섯 소녀 난...난의 집안은 남녀유별이 엄격하지 않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던 탓에 사랑을 한껏 받고 자라온 자신감으로 모든게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꿈꿔왔던 결혼생활의 동경을 가지고 온갖 의식을 치르고 난 후 드디어 세자와의 첫날밤....가채(가짜 머리)만 겨우 내려주고 그냥 잠들어버린 세자...참 너무하셨소!!  첫날 밤도 치르지 못하고 난생처음 여자로서 수치심을 맛보았던 그 날......

세자가 만백성을 사랑하면서도 한 여인을 사랑하지 못하고 만백성의 사랑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사랑해야 할 사람의 사랑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문종의 두번째 부인인 순빈 봉씨가 알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자로 태어났음을 탓해야 했던 그 시절.....이제부터 순빈 봉씨의 고통의 나날들은 시작된다.

 

순빈 봉씨(난)는 자신의 말을 할줄 아는 여자였다. 조선시대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캐릭터로 조바심,그리움,사랑의 갈망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도리어 세자의 맘을 멀어지게 하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조선시대에 여자가 어떤 발언권을 갖는다는 자체가 큰 죄이고 그것도 궁궐이라는 공간에서라면 모든 게 시기.질투가 될수 밖에 없음을 조금씩 처절하게 느껴가는 순빈 봉씨....외로움의 연속일수 밖에 없는 독수공방의 세월들을 보내게 되는 순빈 봉씨(난)가 택하게 된 건 결국 세상이 말하는 음양의 이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사실 택한게 아니라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음을....큰 죄이고 목숨까지 걸어야 했지만 세자가 등을 떠밀고 궁궐이 등을 떠밀고 있다. 그녀에게는 사랑이 죄였다. 외로움이 죄였다.사랑받고자 하는 게 죄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사무치게 외롭다. 외로움이 모든 문제의 뿌리였다.

궁녀인 박나인...자신의 볼품과 재주로는 승은을 입기 힘들걸 알기에 묵묵히 궁녀로서 자신의 일만 했던 그녀, 자신의 어머니가 "외로워서 저절로 말이 줄줄 새어 나오는 걸 어떡하냐고~" 했던 것처럼 끝내 외로움이 입밖으로 줄줄 새어 나와 궁궐을 한바탕 들어놓은 그녀....그건 외로움이 뿌리였다.

내시 김태감...집안내력을 바꿔보고자 아들의 고환을 도려낸 비정한 아버지로 인해 내시가 되어 재물에 젊은 아내를 탐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자신의 젊은 아내를 때리는 남자....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처절해지는 외로움이 뿌리였다.

 

순빈 봉씨를 동성애자로 칭하기는 조금은 억지스러움이 있다. 외로움의 절벽에서 어차피 살아도 죽은 느낌일진대 살기 위한 방식을 택했다고 해서 동성애자라고 치부하기는 무리가 있음을 말이다. 처절하리 외로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리요마는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괴리감은 어찌 할 수 없었다.

여자들을 한낱 자손을 잇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조선시대에서 순빈 봉씨는 어쩌면 인간다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성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 눈살을 찌뿌리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들로 인해 오롯이 몰두하기가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처절한 외로움의 끝>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롭다고 모두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궁궐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임금의 부인인 중전이 그랬을 거고~임금의 승은을 입지 못한 궁녀들의 삶이 그랬을 거고~어쩌다 승은을 입은 후처들이 임금 사랑을 받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을 그 시대. 모든 사실을 세세한 사실을 떠나 외로움이 문제였다고 위로해본다. 몹쓸 외로움이 문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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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향기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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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경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환경에 대한 책들이 심심찮게 출간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현시대의 이슈들이 그 책에 반영되기 마련인데 아마 재해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다 보니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으로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됐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성경에서 나오는 아담이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와서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 에덴동산을 연상케하는 느낌이 든다. 뭔가 스멀스멀 감싸는 정체모를 긴장이란 놈이 그리 싫지 않다.

 

이 책을 쓴 작가는 현직 의사로 국제 기아퇴치기구 명예의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세계 각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인 환경 운동가이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부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구호활동에 열심인 작가가 환경에 대한 책을 냈다는 건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늦깍이 작가로 데뷔한 그가 독자들에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궁금하다.

 

폴란드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한 여자가 실험실에 침입해 동물들이 가두어져 있던 빗장을 풀고 실험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냉장고에 있는 빨간색 플라스틱 한개를 훔친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체모를 여자가 스토리의 중심이 될것 같은 빨간색 플라스틱을 손에 넣음으로 첫 스토리부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도대체 왜 가져간걸까?....

생물학 연구소의 실험실이 파괴되는 사건으로 예전에 전직 CIA 요원인 폴과 케리가 뭉쳤다. 과연 폴과 케리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폴과 케리는 어떤 사이인가?? 모든게 물음표이다....

빨간색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건 그냥 콜레라 병균...손만 잘 씻으면 전염되지 않은 바이러스를 왜 훔쳐간 것일까??

 

이 책은 환경을 주제로 한 추리소설임과 동시에 스파이소설이라고 명명짓고 싶다. 폴과 케리가 단서를 쫓기 위해 위장하고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명명짓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환경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어야 하는지~무엇을 해야 하는지~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비뚤어진 방법이라면 세상의 위협이 될 것이다. 인간이 정복한 이 세상이 사람들로 인해 더럽혀지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써가며 힘을 쓰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해간다. 어쩌면 그런 모습들을 직시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 있지 않나 싶다.

 

환경을 주제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역시 재미는 포기할수 없는 거다. 이 책은 재미면에서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부분들을 다 설명하려드니 조금은 신선함이 떨어지고 궁금증이 감해진다. 하지만 현재의 이슈인 환경문제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부분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환경을 위해 할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나 또한 환경에 대해 가해자가 아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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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었다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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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이 죽는다면?? 신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던가? 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터라 "신이 죽었다"라는 문장은 예초부터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 문장이다.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라고 한다면 어쩌면 이 세상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그동안의 구분짓고 있던 선과 악의 경계선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하다. 파격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작가의 글이 궁금해진다.

 

신이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지만 땅에 내려와 있다. 그것도 딩카족의 젊은 여인으로 부상을 당한 채 난민촌에 내려왔다. 왜 하필이면 부상당한 온전치 못한 몸을 빌어 지상에 내려와야만 했을까?.... 첫 페이지부터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내용이 참 신선하기도 하지만 소재로 인한 분위기가 마음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결국 신은 온전치 못한 몸으로 지상에 내려와 사람들의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고 난민들과 허망하게 죽는다. 사실 허망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이 목구멍에 차올라 신은 목이 맸다. 신은 이 소년이나 난민촌에 있는 다른 사람들-늙은 나이에 갑자기 혼자가 된 사람들,남편을 잃고 배고픈 아이들을 떠맡은 젊은 여인들- 이 토마스만큼이나 자신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들이 자신의 태만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기 위한 제단이 되리라는것을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p45

이 책은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이긴 하지만 "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조명하고 신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그려 나가기에 단편이라고 굳이 명칭하기가 어렵다. 신의 부재로 인해 이제 어느 것도 참이라 할수 없고 어느 것도 거짓이라 할 수 없음을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며 어떤 기준이나 명확성도 없어진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마한 세상을 연출하는 장면들이 낯설기도 하면서 신선하다. 신이 죽었음을 사람들은 인정하지 못하고 혼돈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빛이 떨어져 어둠 속에서 헤매일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참하면서도 작가만의 유머로 버무려놓았다. 

 

단편 중의 하나인 <인디언 서머>에서는 각자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엄마를 잃거나 또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거나..) 친구들과 집단 자살을 하는 내용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이 와해되는 느낌일 것이다.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세상에서 선택한 죽음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또 다른 단편인 <거짓우상>에서는 신의 부재로 믿음의 대상이 사라짐에 대한 공허함을 어린아이를 통해 보상받을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어린아이들이 구원의 통로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여론이 형성됨으로 정상인 사람과 비정상인 사람들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신의 시신을 먹은 들개무리 중 마지막 남은 들개와의 인터뷰> 에서는 신의 시체를 먹고 말을 할수 있게 된 들개와의 인터뷰를 엮어 놓았다.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단편중에 제일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탐욕을 주체하지 못하여 살인까지 서슴치 않은 인간들의 모습을 들개를 통해 보여준다.

 

"들개의 사회적 관습에 물든 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들은 그런 겸손과 숭배가 정당하다는 이유나 실질적인 증거 없이 그저 머리를 조아리는 것일 뿐이기 떄문에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제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겸손으로 당신들 인간 세계에 만연한 탐욕과 특권의식을 가리려 할 때 특히 불쾌하다. 그 이중성은 끝이 없다. 그렇게 보면 인류 중 많은 이들이 불행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요약해보자. 당신을 보통의 영양보다 더 똑똑하다. 그거면 충분하다.-p169

전체적인 이 책의 분위기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모든 색을 혼합해놓은 검은색이라고 할수 있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진실을 보는 사람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세상을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 세상이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탐욕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색을 발하며 공존한다. 하지만 결국은 신이 죽은 상황에서 끈 떨어진 연처럼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사랑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다.

오랫만에 기발하고 신선한 소재를 접하게 되서 흐뭇하다. 작가의 처녀작으로 비상한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 책은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2007년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고 하니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곳이 되길 기도하며......

 

"<신이 죽었다>는 신인 작가로서는 보여주기 힘든 깊이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작가의 뛰어난 창조적 정신세계를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주 오랫동안 독자의 뇌리에 남을 그런 이야기다."-<하트포트 쿠란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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