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 - 나쁜나라 네팔에서 배운 착한 사랑
반영난 지음 / 반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의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왜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눈망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특이하다.  <내 이름은 쁘리띠 뻐허리>...."쁘리띠"란 이름은 안도와 네팔에서 여성의 애칭으로 사랑스럽다는 뜻이고  "뻐허리"는 작가가 자원봉사 갔던 마을 이름을 따서 쁘리띠 뻐허리가 이름이 됐단다.

사실 작가가 처음 해외봉사를 할려고 마음 먹은 이유가 대단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든가 인류애가 투철하다든가 라는 이유가 아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삶의 도피처로 택한 네팔로의 봉사는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네팔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네팔이란 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임에도 하루에 절반은 전기가 없는 채로 지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선택했다지만 네팔에 도착한 첫 날부터 한국에서 달고 간 감기란 놈이 기성을 부려서 슬프게 하니 앞으로의 낯선 이국 생활을 어떻게 지낼꼬.....

원래는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직업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맞은 편 판자집 고물상에 있는 여자아이가  수거한 고물을 분류하다 말고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간 곳이 오지마을인 버디켈의 뻐허리 마을이다.

" 내 가슴 속에 있는 뜨거운 것. 다 태워버리지 않고서는 꺼질 것 같지 않은 불길이 갈피를 못 잡아서 마치 나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그 뜨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p31)

 

 

 

네팔에서 적응할려면 전기가 정전되는 어둠과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드는 먼지. 그리고 짐승을 잘 다루면 된다고 한다. 뭐~먼지는 온 몸을 꽁꽁 싸매면 되고 정전이 될때는 자가발전 손전등을 돌리며 오피스텔을 어슬렁거리면 된다는 삶의 지식을 터득한다. 하지만 그녀가 적응할 수 없는게 한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가려움의 대명사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려울지... 사실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다. 나 또한 개에 있던 벼룩이 내 다리를 놀이터 삼아서 한달 남짓을 병원에 다녔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얼마나 벅벅 긁어 댔을지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서로의 이를 잡아주며 굳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 그게 생활이 됐으니까....

 

아침 5시30분을 기상으로 아이들과의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다. 오늘은 어떤 녀석이 말썽을 부릴지...그녀 마음에 노크를 할지 기대가 된다는 쁘리띠 뻐허리....

학교 가기 전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구구단도 외우고 영어단어도 외운다. 문제집도 자습서도 없는 아이들의 학습법은 그저 달달 외우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추억을 하나씩 쌓아간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나또한 조금씩 그들과 하나가 되간다.


 

 

그녀가 만났던 아이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는다.

어릴 적 집이 무너질 때 다리가 깔려 목발을 짚게 된 럭스먼....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결국 목발까지 짚게 되고 같은 또래보다 이해도 느린 아이...집안 환경이 어려워 방학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갈 상황이 되지 못해 축제 기간이 되어도 변변한 잔치음식 한번 먹기 힘든 아이다.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그녀의 마음에 노크한다. 잘 살아갈거라고 말이다. 럭스먼은 마음 한쪽이 짠해지는 그런 아이다. 그녀와 럭스먼의 대화는 기어이 나에게 눈물을 쏟게 한다.

다리에 난 종기가 곪아 아랫마을에 있는 진료소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던 날 럭스먼을 업고 걸어가며 물었다.

"아주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그때도 니가 날 기억할까?

"네. 미스."

"아닐 거야. 못할 거야."

"아니예요. 할 수 있어요."

"어떻게 기억해. 십년 후, 이십년 후인데, 구구단도 못 외우면서.."

 

오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소개할수 없지만 그 중 내 마음에 들어왔던 아이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많은 아이들 중에 말도 못할 장난꾸러기인 그녀가 작은 왕으로 부르는 비까스...꼴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려 형들에게 꿀밤을 맞기가 일쑤지만 귀여움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하는 라디카...부끄러움이 많아 정전이 될떄에 살짝 와서 뽀뽀하고 가는 아이, 자신의 손이 차가워서 난로에서 손을 덥혀와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친구는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 못하는 게 없는 아속...성격도 서글서글해서 금방 친해졌던 아이가 그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단다. 하루는 술에 취한 형이 이렇게 가난한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며 아속의 책을 모두 찢어 버렸다는데 그런 아픔을 자기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를 잊으려 하는 아속....몸에 피가 나도 발톱이 빠져도 상관없이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아이...자신의 왼쪽 팔뚝을 자해함으로 지금의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아이...눈물을 쏟지 않을래야 쏟지 않을수가 없는 참 마음 아픈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 것인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음을....몸이 힘들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수 있을까?
만화 주인공을 닮은 산투...공부를 참말로 못하는 아이지만 뭐든 열심히 할려고 하는 아이.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의 열일곱살 소년 디네스...피아노를 좋아하는 뿌루. 다 열거할수 없지만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느 나라가 다 그렇겠지만 네팔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미신들이 많다.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가 켜지면 전기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가 하면, 일식이 일어나는 날에 해를 보면 실명할수도 있기 때문에 휴교를 한다는 거다. 이 날은 관공서도 쉬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고 하니 참,,,,할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네팔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항상 발을 조심해야 한다. 보기는 아름답게 보여도 똥밭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팔의 아이들은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응석을 부릴수도 없다. 아프면 그저 끙끙 앓으며 이불을 뒤집고 오롯이 아퍼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내 맘속에도 이미 자식처럼 들어앉아 있다. 과연 네팔이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나라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나라일수도 있다. 지금 당장, 아니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희망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무색할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생각한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꿈 그리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다면 네팔의 미래도 밝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생판 모르는 남의 나라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적응하며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녀도 많이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음에 어찌 계속 징징대고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줬던 것보다 받은것이 많다고 말하는 그녀로 인해 직접 가보지 않은 네팔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온 기분이 든다. 네팔이라는 나라의 풍습이나 먹거리~그리고 지켜야 할 원칙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
아마 한동안은 비까스, 아속,산투, 디네스,라디카,뿌루 ...이 친구들이 내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그녀를 통해 나 또한 이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전해받았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만은 그들을 기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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