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수현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작가중의 한명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물어본다면 작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많이 들어봤던 <압구정 다이어리><페이퍼 쇼퍼>...등 작가의 책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한번쯤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지~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를 작가에게로 눈을 돌리게 한 책이 바로 <그녀가 죽길 바라다>이다.

어쩌면 내 마음대로 정한 선입관이 미안해서일까? 작품을 통해 작가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왔음을... 2012년 밝아오는 새벽녁에 읽기 시작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난 작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은 두 여자 이야기이다.

이름은 윤재희...배우가 되기 위해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사표까지 던지고 나온 용감한 아가씨이다. 이걸 용감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오디션의 낙방을 계속 마시고도 도전하는 거 보면 끈기의 여전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공부보다 언제가부터 노래가 재희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지만 그리 녹록한 길이 아님을 낙방의 고배를 마시면서 점점 절망하는 그녀.... 성량은 좋지만 연예인이 될 만한 외면적인 모습은 갖추지 못했다. 작은 키와 통통한 몸에 피부도 까칠하니~노래를 듣기도 전에 그녀의 모습만 봐도 선입견을 갖게 될 그런 외모니 살맛나는 인생을 살고 있진 않은 듯 하다.

그런 그녀가 아랫층 꼬마가 떨어뜨린 인형을 집어줘려고 하는 순간...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왜 하필 나야?".....이승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

 

"세상은 마치 주연은 하나고 조연은 차고 넘치는 연극 세계와도 같다. 실제로 세계 인구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조연들은 협박 같은 알람 시계의 기계음과 더불어 아침을 맞이한다. 비몽사몽 샤워기 앞에서 잠을 깨고 허기 품은 배를 움켜쥐며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중략~~

그렇게 매일 조금씩 소진되는 에너지. 누군가 불쑥 나타나 귀에 대고 'game over' 라고 속삭인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삶."(p13)

또 한 여자는 이민아...대한민국이 부러워할 재벌 아가씨로 한번쯤 뒤돌아보게 될 외모와 젊은 나이에 변호사게 되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아우라는 어둡고 냉소적이며 비판적일 뿐더러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를 경계한다. 겉으로 부러울만치 대단한 스펙을 가졌어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자신의 친엄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전화...  자신을 학대한 친엄마에 대해 증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민아에게 그저 증오하는 상대를 마지막으로 본다는 그런 단순한 의미로 찾아간 병원에서 앞으로 겪게 되는 기이한 일이 시작되는 장소가 된다.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재희와 민아의 친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니었음을......

어디서 오는지 알수 없는 목소리가 재희의 영혼에게 하루동안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살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고 재희는 그저 친엄마를 보고 병원을 나가는 아름다운 민아를 선택하게 되면서 민아의 몸속에 두 영혼이 공존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거라는 알게 된다면 그것도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건우의 대답이 압권이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지 말아요"...

안다고 해서 얼마나 특별한 이변이 있을까...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스펙은 똑같을 것을... 여튼 이 물음의 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것이겠지~~

 

대부분 인간의 몸에 깃든 다른 영혼들을 보면 일상생활을 할수 없도록 방해하고 자신의 몸인양 주인 행세를 한다. 하지만 재희의 영혼은 참 착하다. 이렇게 얌전하고 예의바른 영혼을 본적이 있는가? 재미있었던 건 매일 가던 커피전문점의 사장님이 자신이 재희의 몸이었을땐 한번도 수제 초콜릿을 서비스로 주지 않더니 아름다운 민아의 몸을 하고 나타난 재희의 영혼에게는 어쩌면 그리도 상냥하게도 서비스로 수제 초콜릿을 주는지 참...어쩔 수 없는 슬픈 현실임을...  자신이 갖지 못한 우월한 미모를 조금씩 자신의 것인냥 즐기는 재희.....그런 재희가 밉지 않다.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다.

 

이 책에 나오는 민아와 재희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법을 자신의 상처로 인해 잊어버렸을 수도. 민아와 재희 또한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에도 자신을 자학하고 모두에게 움추려 있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 강한 척 하지만 그들은 모두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상처받은 두 여자의 상처 회복하기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겉으로 드러난 빙의라는 모티브를 통해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좀 더 보듬어서 불완전한 사랑을 완전케 하자는 게 작가가 외치고자 했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외모나 배경이 따라주면 좋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빠져들수 밖에 없는 몰입감과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하나가 되어 다 읽지 않고서는 내려놓기 힘든 책이다. 빙의라는 소재도 참 신선했고 재희와 민아의 캐릭터를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있어서 참 좋았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를 받고 또한 주기도 하면서 산다. 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의 인생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