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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었다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신이 죽는다면?? 신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던가? 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터라 "신이 죽었다"라는 문장은 예초부터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 문장이다.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라고 한다면 어쩌면 이 세상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그동안의 구분짓고 있던 선과 악의 경계선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하다. 파격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작가의 글이 궁금해진다.
신이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지만 땅에 내려와 있다. 그것도 딩카족의 젊은 여인으로 부상을 당한 채 난민촌에 내려왔다. 왜 하필이면 부상당한 온전치 못한 몸을 빌어 지상에 내려와야만 했을까?.... 첫 페이지부터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내용이 참 신선하기도 하지만 소재로 인한 분위기가 마음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결국 신은 온전치 못한 몸으로 지상에 내려와 사람들의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고 난민들과 허망하게 죽는다. 사실 허망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이 목구멍에 차올라 신은 목이 맸다. 신은 이 소년이나 난민촌에 있는 다른 사람들-늙은 나이에 갑자기 혼자가 된 사람들,남편을 잃고 배고픈 아이들을 떠맡은 젊은 여인들- 이 토마스만큼이나 자신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들이 자신의 태만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기 위한 제단이 되리라는것을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p45
이 책은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이긴 하지만 "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조명하고 신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그려 나가기에 단편이라고 굳이 명칭하기가 어렵다. 신의 부재로 인해 이제 어느 것도 참이라 할수 없고 어느 것도 거짓이라 할 수 없음을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며 어떤 기준이나 명확성도 없어진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마한 세상을 연출하는 장면들이 낯설기도 하면서 신선하다. 신이 죽었음을 사람들은 인정하지 못하고 혼돈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빛이 떨어져 어둠 속에서 헤매일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참하면서도 작가만의 유머로 버무려놓았다.
단편 중의 하나인 <인디언 서머>에서는 각자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엄마를 잃거나 또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거나..) 친구들과 집단 자살을 하는 내용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이 와해되는 느낌일 것이다.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세상에서 선택한 죽음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또 다른 단편인 <거짓우상>에서는 신의 부재로 믿음의 대상이 사라짐에 대한 공허함을 어린아이를 통해 보상받을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어린아이들이 구원의 통로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여론이 형성됨으로 정상인 사람과 비정상인 사람들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신의 시신을 먹은 들개무리 중 마지막 남은 들개와의 인터뷰> 에서는 신의 시체를 먹고 말을 할수 있게 된 들개와의 인터뷰를 엮어 놓았다.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단편중에 제일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탐욕을 주체하지 못하여 살인까지 서슴치 않은 인간들의 모습을 들개를 통해 보여준다.
"들개의 사회적 관습에 물든 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들은 그런 겸손과 숭배가 정당하다는 이유나 실질적인 증거 없이 그저 머리를 조아리는 것일 뿐이기 떄문에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제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겸손으로 당신들 인간 세계에 만연한 탐욕과 특권의식을 가리려 할 때 특히 불쾌하다. 그 이중성은 끝이 없다. 그렇게 보면 인류 중 많은 이들이 불행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요약해보자. 당신을 보통의 영양보다 더 똑똑하다. 그거면 충분하다.-p169
전체적인 이 책의 분위기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모든 색을 혼합해놓은 검은색이라고 할수 있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진실을 보는 사람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세상을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 세상이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탐욕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색을 발하며 공존한다. 하지만 결국은 신이 죽은 상황에서 끈 떨어진 연처럼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사랑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다.
오랫만에 기발하고 신선한 소재를 접하게 되서 흐뭇하다. 작가의 처녀작으로 비상한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 책은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2007년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고 하니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곳이 되길 기도하며......
"<신이 죽었다>는 신인 작가로서는 보여주기 힘든 깊이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작가의 뛰어난 창조적 정신세계를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주 오랫동안 독자의 뇌리에 남을 그런 이야기다."-<하트포트 쿠란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