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 인간의 멍청함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강아지
데니스 프라이드 지음, 김옥수 옮김 / 뜰book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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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애지중지 길렀던 개에게 물린 뒤로는 개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제 안에 자리잡아서 작은 강아지만 봐도 흠칫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요. 이뻐라 했던 개가 저를 배신한 결과로 인해 어른이 되서도 개를 무서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제 모습이 조금은 창피하긴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됨을 어찌할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막 태어난 새끼 강아지는 어찌 그리 이쁜지요.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고는 좋아서 어쩔줄 모른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의 영향 떄문인지 개를 무서워합니다만 새끼 강아지는 키우고 싶다고 성화랍니다. 끝까지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지만요.

 

이제 애완동물은 그냥 이뻐하는 동물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의 개념을 뛰어넘어서 강아지가 짖는 말을 영어로 번역해서 책을 써 놓은 작가가 있습니다. 좀 황당한 설정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요. 이 책에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도도하게 인간의 멍청함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강아지로 소개되고 있는 파피용이 주인공입니다. 확실히 이전까지 출간됐던 책과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이 사람이 아닌 파피용이라는 강아지가 1인칭 시점이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강아지가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실래요?

 

 

뾰족한 귀가 나비 날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파피용종인 주느비에브를 소개합니다.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가 참 이쁘네요. 잘난체 해도 밉지 않을 것 같지요? 인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기 전에 자신을 키우게 될 주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될 데니는 예전에 유기견을 키운 전적이 있다네요. 마음을 주었던 강아지가 아파서 하늘나라로 간 뒤로는 애견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엄마인 카트리나는 농촌에서 태어나서 개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아지들과 친구처럼 지냈답니다. 그런데 데니아빠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카트리나 엄마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죠. 하지만 마음을 주었던 애완견과 이별을 경험했던 데니 아빠는 애완견을 키우는 걸 반대했지만 결국 주느비에브(파피용)와 가족이 되는 걸 허락해서 그들이 가족이 되었답니다.

 

가족이 됐지만 서로 적응할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주느비에브는 엄마와 아빠를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주도권싸움이 시작된거죠... 두 사람이 쓰다듬을 떄 손가락 물기, 아무런 이유없이 거실에서 돌기,등등 누가 이길까요?..ㅎㅎ 이긴다는 표현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주느비에브는 이 책이 끝날떄까지 인간을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려고 하지요. 참 개성있고 독립적인 강아지입니다.

주느비에브는 개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인간들은 '이유'를 찾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하면서요. 사실 개들은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행동들을 인간들은 과민반응으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네요. 사실 주느비에브는 개성있는 강아지라 말 듣는 걸 싫어하지요. 주도권 싸움에서 우선은 이긴것 같네요.

 

 

엄마,아빠의 말에 반대행동만 하는 주느비에브 떄문에 고심히 많아서 결국은 개를 훈육하는 사람으로 인해 행동을 교정케 할려고 합니다. 인간이 애완견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이제부터 똑똑한 주느비에브는 인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방법을  많은 개들에게 전파한다고 합니다.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거죠.  그동안에 갈고 닦았던 인간 다루기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동차를 즐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애견 공원 에티켓은 무엇인지, 같이 살게 될 인간을 제대로 고르는 법...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지를 장소에 따라 행동 방침을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전생에 분명 여우였지 아니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을 성격이 명랑하고 느긋한 아가씨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장난끼가 하늘을 치솟을 정도로 심하답니다. 엄마가 장난감을 던져서 물어오라고 하면 "내가 무슨 할 일 없는 강아지이기라도 한 것처럼" 라고 생각하는 주느비에브....!! 반려인간의 지적능력을 시험하는 문항까지 적어놓은 그 세심함에 혀를 내두릅니다.

"인간도 생각을 해?"고 주제넘을 수 있는 발언도 하지만 사실 인간만큼 사랑을 받아들이고 능력이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는 주느비에브.

 

읽다 보면 조금은 화도 나고 어처구니 없다가도 또 귀엽기도 하는 참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임을 느낍니다. 아마 어떤 이들은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인간들의 멍청함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인간과 애완견들의 긴밀한 가족 개념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웃음을 유도하는 유머스런 문구들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요즘 애완견을 키우다 병들었다고 싫증나서 버리는 유기견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키우다 버리는 인간들을 위해 우화적으로 일침을 놓는 책일 수도 있겠네요. 만물의 영장을 인간이라고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그만한 행동도 뒷받침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조금은 독특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완견인 파피용종인 주느비에브가 1인칭 시점으로 인간을 향해 외치는 소리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또한 웃기도 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주느비에브가 이끌어갑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인간이 아닌 개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들의 친구이기도 하고 또 가족이기도 한 반려동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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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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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구 조절 구역>.....읽으면서도 적응하기 힘든 주제였기에 읽는 내내 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를 바라고 바랐던 책이었습니다. 한번 잡은 책은 왠만하면 다 읽는다는 게 저의 신조라 읽다가 포기했던 책을 다시 들었지요. 읽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짓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견도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가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했더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작가였습니다. 참 낯익은 이름이다 했거든요.

 

요즘 고령화 사회로 노인문제가 참 심각합니다. 의료발달과 생활 환경이 개선되다 보니 예전보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노후대책을 준비하셨던분들이라면 실버타운을 간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만 경제력이 없는 노인 분들은 딱히 갈 데가 마땅치 않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들 보았을 겁니다. 며느리 눈치 보여서 하루종일 집에 있기 불편해서 나오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혼자 사시면서 외로워 나오신 분들도 있으시지요.

그러다 극단의 선택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지요. 아마 그래서 이 책이 쓰여졌나 봅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은령의 말로> 입니다. 은령이라는 말이 '눈에 덮여 은빛으로 빛나는 산꼭대기'라는 말로 하얗게 센 머리털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라서 나이가 드신 노인 분들을 지칭해서 쓰는 말이라네요.

일본 정부가 급격히 늘어난 노인들의 인구를 조절하고자 지정된 지구 내에서 70세 이상의 노인들끼리 서로 죽여 한 사람만 남게 하는 실버 베틀을 시행합니다. 끔찍한 베틀이 아닐 수가 없죠? 혹여나 마지막에 두 명이 살아남게 되면 두 명 모두 처형된다는 규칙으로 베틀이 시작됩니다. 결국 다 죽이겠다는 건가요? "여러분~서로 죽여주십시오" 라는 시작의 말과 함께 서로를 죽이고 죽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냥 소설이니 편하게 읽자~읽자 다짐하지만 자꾸 몰입해져서 불편해지는 심기를 감출 수 없습니다. 근데 왜 계속 읽냐고 반문하신 분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먼저는 고령화 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문제를 극단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우리의 당면과제이기에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첫번째였습니다. 두번째는 역시 일본소설이라 직접적이고 생생한 표현들이 나와서 눈쌀이 찌뿌려지긴 했지만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죽고 죽이는 베틀의 스토리는 적응이 안돼더라구요.

 

노인이라고 불리우는 그 순간부터 죄가 되는 세상이 이 책의 세상입니다. 우리나라의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는 대역죄에 해당하는 말과 동급입니다. 심지어 누가 죽으면 중계 하듯이 시신을 확인하고 많이 죽이는 사람에게 격려를 하는 웃지 못할 풍경들이 펼쳐지지요.

하지만 지금 노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하는 책이지 싶습니다. 스토리는 정말 황당하여 입을 다물 수 없었지만 극단적인 방법으로 심각한 고령화 사회를 꼬집어 놓아서 마음에 확 와닿을 겁니다. 앞으로는 초고령화 사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하죠? 그렇다면 더 심각해질 노인 분들의 문제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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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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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작가중의 한명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물어본다면 작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많이 들어봤던 <압구정 다이어리><페이퍼 쇼퍼>...등 작가의 책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한번쯤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지~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를 작가에게로 눈을 돌리게 한 책이 바로 <그녀가 죽길 바라다>이다.

어쩌면 내 마음대로 정한 선입관이 미안해서일까? 작품을 통해 작가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왔음을... 2012년 밝아오는 새벽녁에 읽기 시작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난 작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은 두 여자 이야기이다.

이름은 윤재희...배우가 되기 위해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사표까지 던지고 나온 용감한 아가씨이다. 이걸 용감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오디션의 낙방을 계속 마시고도 도전하는 거 보면 끈기의 여전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공부보다 언제가부터 노래가 재희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지만 그리 녹록한 길이 아님을 낙방의 고배를 마시면서 점점 절망하는 그녀.... 성량은 좋지만 연예인이 될 만한 외면적인 모습은 갖추지 못했다. 작은 키와 통통한 몸에 피부도 까칠하니~노래를 듣기도 전에 그녀의 모습만 봐도 선입견을 갖게 될 그런 외모니 살맛나는 인생을 살고 있진 않은 듯 하다.

그런 그녀가 아랫층 꼬마가 떨어뜨린 인형을 집어줘려고 하는 순간...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왜 하필 나야?".....이승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

 

"세상은 마치 주연은 하나고 조연은 차고 넘치는 연극 세계와도 같다. 실제로 세계 인구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조연들은 협박 같은 알람 시계의 기계음과 더불어 아침을 맞이한다. 비몽사몽 샤워기 앞에서 잠을 깨고 허기 품은 배를 움켜쥐며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중략~~

그렇게 매일 조금씩 소진되는 에너지. 누군가 불쑥 나타나 귀에 대고 'game over' 라고 속삭인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삶."(p13)

또 한 여자는 이민아...대한민국이 부러워할 재벌 아가씨로 한번쯤 뒤돌아보게 될 외모와 젊은 나이에 변호사게 되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아우라는 어둡고 냉소적이며 비판적일 뿐더러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를 경계한다. 겉으로 부러울만치 대단한 스펙을 가졌어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자신의 친엄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전화...  자신을 학대한 친엄마에 대해 증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민아에게 그저 증오하는 상대를 마지막으로 본다는 그런 단순한 의미로 찾아간 병원에서 앞으로 겪게 되는 기이한 일이 시작되는 장소가 된다.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재희와 민아의 친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니었음을......

어디서 오는지 알수 없는 목소리가 재희의 영혼에게 하루동안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살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고 재희는 그저 친엄마를 보고 병원을 나가는 아름다운 민아를 선택하게 되면서 민아의 몸속에 두 영혼이 공존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거라는 알게 된다면 그것도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건우의 대답이 압권이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지 말아요"...

안다고 해서 얼마나 특별한 이변이 있을까...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스펙은 똑같을 것을... 여튼 이 물음의 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것이겠지~~

 

대부분 인간의 몸에 깃든 다른 영혼들을 보면 일상생활을 할수 없도록 방해하고 자신의 몸인양 주인 행세를 한다. 하지만 재희의 영혼은 참 착하다. 이렇게 얌전하고 예의바른 영혼을 본적이 있는가? 재미있었던 건 매일 가던 커피전문점의 사장님이 자신이 재희의 몸이었을땐 한번도 수제 초콜릿을 서비스로 주지 않더니 아름다운 민아의 몸을 하고 나타난 재희의 영혼에게는 어쩌면 그리도 상냥하게도 서비스로 수제 초콜릿을 주는지 참...어쩔 수 없는 슬픈 현실임을...  자신이 갖지 못한 우월한 미모를 조금씩 자신의 것인냥 즐기는 재희.....그런 재희가 밉지 않다.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다.

 

이 책에 나오는 민아와 재희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법을 자신의 상처로 인해 잊어버렸을 수도. 민아와 재희 또한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에도 자신을 자학하고 모두에게 움추려 있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 강한 척 하지만 그들은 모두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상처받은 두 여자의 상처 회복하기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겉으로 드러난 빙의라는 모티브를 통해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좀 더 보듬어서 불완전한 사랑을 완전케 하자는 게 작가가 외치고자 했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외모나 배경이 따라주면 좋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빠져들수 밖에 없는 몰입감과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하나가 되어 다 읽지 않고서는 내려놓기 힘든 책이다. 빙의라는 소재도 참 신선했고 재희와 민아의 캐릭터를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있어서 참 좋았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를 받고 또한 주기도 하면서 산다. 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의 인생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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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 - 나쁜나라 네팔에서 배운 착한 사랑
반영난 지음 / 반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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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의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왜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눈망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특이하다.  <내 이름은 쁘리띠 뻐허리>...."쁘리띠"란 이름은 안도와 네팔에서 여성의 애칭으로 사랑스럽다는 뜻이고  "뻐허리"는 작가가 자원봉사 갔던 마을 이름을 따서 쁘리띠 뻐허리가 이름이 됐단다.

사실 작가가 처음 해외봉사를 할려고 마음 먹은 이유가 대단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든가 인류애가 투철하다든가 라는 이유가 아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삶의 도피처로 택한 네팔로의 봉사는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네팔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네팔이란 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임에도 하루에 절반은 전기가 없는 채로 지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선택했다지만 네팔에 도착한 첫 날부터 한국에서 달고 간 감기란 놈이 기성을 부려서 슬프게 하니 앞으로의 낯선 이국 생활을 어떻게 지낼꼬.....

원래는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직업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맞은 편 판자집 고물상에 있는 여자아이가  수거한 고물을 분류하다 말고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간 곳이 오지마을인 버디켈의 뻐허리 마을이다.

" 내 가슴 속에 있는 뜨거운 것. 다 태워버리지 않고서는 꺼질 것 같지 않은 불길이 갈피를 못 잡아서 마치 나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그 뜨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p31)

 

 

 

네팔에서 적응할려면 전기가 정전되는 어둠과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드는 먼지. 그리고 짐승을 잘 다루면 된다고 한다. 뭐~먼지는 온 몸을 꽁꽁 싸매면 되고 정전이 될때는 자가발전 손전등을 돌리며 오피스텔을 어슬렁거리면 된다는 삶의 지식을 터득한다. 하지만 그녀가 적응할 수 없는게 한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가려움의 대명사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려울지... 사실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다. 나 또한 개에 있던 벼룩이 내 다리를 놀이터 삼아서 한달 남짓을 병원에 다녔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얼마나 벅벅 긁어 댔을지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서로의 이를 잡아주며 굳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 그게 생활이 됐으니까....

 

아침 5시30분을 기상으로 아이들과의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다. 오늘은 어떤 녀석이 말썽을 부릴지...그녀 마음에 노크를 할지 기대가 된다는 쁘리띠 뻐허리....

학교 가기 전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구구단도 외우고 영어단어도 외운다. 문제집도 자습서도 없는 아이들의 학습법은 그저 달달 외우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추억을 하나씩 쌓아간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나또한 조금씩 그들과 하나가 되간다.


 

 

그녀가 만났던 아이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는다.

어릴 적 집이 무너질 때 다리가 깔려 목발을 짚게 된 럭스먼....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결국 목발까지 짚게 되고 같은 또래보다 이해도 느린 아이...집안 환경이 어려워 방학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갈 상황이 되지 못해 축제 기간이 되어도 변변한 잔치음식 한번 먹기 힘든 아이다.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그녀의 마음에 노크한다. 잘 살아갈거라고 말이다. 럭스먼은 마음 한쪽이 짠해지는 그런 아이다. 그녀와 럭스먼의 대화는 기어이 나에게 눈물을 쏟게 한다.

다리에 난 종기가 곪아 아랫마을에 있는 진료소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던 날 럭스먼을 업고 걸어가며 물었다.

"아주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그때도 니가 날 기억할까?

"네. 미스."

"아닐 거야. 못할 거야."

"아니예요. 할 수 있어요."

"어떻게 기억해. 십년 후, 이십년 후인데, 구구단도 못 외우면서.."

 

오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소개할수 없지만 그 중 내 마음에 들어왔던 아이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많은 아이들 중에 말도 못할 장난꾸러기인 그녀가 작은 왕으로 부르는 비까스...꼴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려 형들에게 꿀밤을 맞기가 일쑤지만 귀여움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하는 라디카...부끄러움이 많아 정전이 될떄에 살짝 와서 뽀뽀하고 가는 아이, 자신의 손이 차가워서 난로에서 손을 덥혀와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친구는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 못하는 게 없는 아속...성격도 서글서글해서 금방 친해졌던 아이가 그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단다. 하루는 술에 취한 형이 이렇게 가난한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며 아속의 책을 모두 찢어 버렸다는데 그런 아픔을 자기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를 잊으려 하는 아속....몸에 피가 나도 발톱이 빠져도 상관없이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아이...자신의 왼쪽 팔뚝을 자해함으로 지금의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아이...눈물을 쏟지 않을래야 쏟지 않을수가 없는 참 마음 아픈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 것인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음을....몸이 힘들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수 있을까?
만화 주인공을 닮은 산투...공부를 참말로 못하는 아이지만 뭐든 열심히 할려고 하는 아이.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의 열일곱살 소년 디네스...피아노를 좋아하는 뿌루. 다 열거할수 없지만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느 나라가 다 그렇겠지만 네팔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미신들이 많다.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가 켜지면 전기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가 하면, 일식이 일어나는 날에 해를 보면 실명할수도 있기 때문에 휴교를 한다는 거다. 이 날은 관공서도 쉬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고 하니 참,,,,할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네팔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항상 발을 조심해야 한다. 보기는 아름답게 보여도 똥밭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팔의 아이들은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응석을 부릴수도 없다. 아프면 그저 끙끙 앓으며 이불을 뒤집고 오롯이 아퍼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내 맘속에도 이미 자식처럼 들어앉아 있다. 과연 네팔이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나라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나라일수도 있다. 지금 당장, 아니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희망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무색할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생각한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꿈 그리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다면 네팔의 미래도 밝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생판 모르는 남의 나라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적응하며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녀도 많이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음에 어찌 계속 징징대고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줬던 것보다 받은것이 많다고 말하는 그녀로 인해 직접 가보지 않은 네팔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온 기분이 든다. 네팔이라는 나라의 풍습이나 먹거리~그리고 지켜야 할 원칙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
아마 한동안은 비까스, 아속,산투, 디네스,라디카,뿌루 ...이 친구들이 내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그녀를 통해 나 또한 이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전해받았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만은 그들을 기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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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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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할수록 추하고 솔직할수록 퇴폐적인 그녀의 사랑의 끝은....

 

김별아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눈을 돌리게 할진대 지금도 그리 편하지 않은 금기시된 내용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김별아 작가라고 하면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저력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스토리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문학세계를 잘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작가의 문체를 맘에 들어하고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열애>라는 작품들이 평이 좋아 작가에 대해 기대하고 있던 참이다.

 

"계집이 사내가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면 무조건 음녀이고 탕녀입니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것이랍니까?"....

"......그저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제가 사랑한 사람이 여인이었을 뿐입니다.!"?"....(p14)

만약에 2012년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씻을 수 없는 죄악도 아니고 음녀도 아닐뿐 아니라 탕녀도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알면 저 말이 의미하고 있는 말은 분명 죽음밖에 없음을 알 것이다. 조선의 다섯 번째 왕인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인 순빈 봉씨....그녀가 폐서인 당하고 친정집으로 돌아와 오라버니에게 내뱉은 가슴아픈 말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가녀린 인간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임을..그렇게 죽음을 부르는 것임을....

 

이쁨을 독차지하고 살았던 한 떨기 모란을 연상시키는 열여섯 소녀 난...난의 집안은 남녀유별이 엄격하지 않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던 탓에 사랑을 한껏 받고 자라온 자신감으로 모든게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꿈꿔왔던 결혼생활의 동경을 가지고 온갖 의식을 치르고 난 후 드디어 세자와의 첫날밤....가채(가짜 머리)만 겨우 내려주고 그냥 잠들어버린 세자...참 너무하셨소!!  첫날 밤도 치르지 못하고 난생처음 여자로서 수치심을 맛보았던 그 날......

세자가 만백성을 사랑하면서도 한 여인을 사랑하지 못하고 만백성의 사랑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사랑해야 할 사람의 사랑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문종의 두번째 부인인 순빈 봉씨가 알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자로 태어났음을 탓해야 했던 그 시절.....이제부터 순빈 봉씨의 고통의 나날들은 시작된다.

 

순빈 봉씨(난)는 자신의 말을 할줄 아는 여자였다. 조선시대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캐릭터로 조바심,그리움,사랑의 갈망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도리어 세자의 맘을 멀어지게 하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조선시대에 여자가 어떤 발언권을 갖는다는 자체가 큰 죄이고 그것도 궁궐이라는 공간에서라면 모든 게 시기.질투가 될수 밖에 없음을 조금씩 처절하게 느껴가는 순빈 봉씨....외로움의 연속일수 밖에 없는 독수공방의 세월들을 보내게 되는 순빈 봉씨(난)가 택하게 된 건 결국 세상이 말하는 음양의 이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사실 택한게 아니라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음을....큰 죄이고 목숨까지 걸어야 했지만 세자가 등을 떠밀고 궁궐이 등을 떠밀고 있다. 그녀에게는 사랑이 죄였다. 외로움이 죄였다.사랑받고자 하는 게 죄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사무치게 외롭다. 외로움이 모든 문제의 뿌리였다.

궁녀인 박나인...자신의 볼품과 재주로는 승은을 입기 힘들걸 알기에 묵묵히 궁녀로서 자신의 일만 했던 그녀, 자신의 어머니가 "외로워서 저절로 말이 줄줄 새어 나오는 걸 어떡하냐고~" 했던 것처럼 끝내 외로움이 입밖으로 줄줄 새어 나와 궁궐을 한바탕 들어놓은 그녀....그건 외로움이 뿌리였다.

내시 김태감...집안내력을 바꿔보고자 아들의 고환을 도려낸 비정한 아버지로 인해 내시가 되어 재물에 젊은 아내를 탐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자신의 젊은 아내를 때리는 남자....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처절해지는 외로움이 뿌리였다.

 

순빈 봉씨를 동성애자로 칭하기는 조금은 억지스러움이 있다. 외로움의 절벽에서 어차피 살아도 죽은 느낌일진대 살기 위한 방식을 택했다고 해서 동성애자라고 치부하기는 무리가 있음을 말이다. 처절하리 외로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리요마는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괴리감은 어찌 할 수 없었다.

여자들을 한낱 자손을 잇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조선시대에서 순빈 봉씨는 어쩌면 인간다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성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 눈살을 찌뿌리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들로 인해 오롯이 몰두하기가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처절한 외로움의 끝>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롭다고 모두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궁궐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임금의 부인인 중전이 그랬을 거고~임금의 승은을 입지 못한 궁녀들의 삶이 그랬을 거고~어쩌다 승은을 입은 후처들이 임금 사랑을 받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을 그 시대. 모든 사실을 세세한 사실을 떠나 외로움이 문제였다고 위로해본다. 몹쓸 외로움이 문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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