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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희 아빠는 자상하면서도 한편으론 엄했던 분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신지 한번 혼을 내실라치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으니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였죠. 185cm의 장신에 외모가 상당하셨던 아빠께서 같은 동네의 처자인 엄마에게 열성적으로 구애를 하셨다네요.ㅎㅎ
아빠와 제일 좋았던 추억을 꼽으라면 제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저희 아빠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는데 유치원 갔다가 아빠가 수업하고 계시는 교실 밖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괜히 발걸음이 그 쪽으로 향했나봐요. 수업 받고 있는 학생 하나가 "선생님~밖에 누가 왔어요?" 라고 저의 존재를 알려 줍니다. 아빠가 잠깐 나오시더니 저에게 100원을 쥐어주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하시더군요. 뭐~그 뒤로 유치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빠가 수업하고 계시는 창문을 어슬렁거렸지요. 그럼 어김없이 저의 손엔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동전이 생기구요....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만 보내주시는 아빠의 관심이 좋았나봐요.
살면서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어~무엇을 좋아하셨지?라고 특별히 생각하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잠시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둔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은 저희 곁에 계시지 않지만 추억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아빠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럼 작가와 함께 아빠와의 추억에 잠시 잠겨보실래요?
작가의 아빠는 정년 퇴직하고 집 근처에 밭을 빌려서 채소를 키우는데 자식들이 오면 손수 키운 채소를 자랑하기 여념이 없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식에게 신선하고 맛좋은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똑같겠죠. 하지만 유달리도 사랑 표현이 서투르신 아빠들....마음속에는 큰 사랑을 감춰 두시고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시는 우리네 아버지~어릴때는 원망스럽기도 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아빠는 너랑 안녕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둬라"는 작가의 아빠~이게 아빠의 마음이겠죠?
아이같은 면이 많은 작가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식탁 위에 있는 간식거리는 항상 아빠차지이고 밥 먹을 때 리모컨을 쥐고 당신이 보고싶은 TV 프로를 보는 모습은 여느 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 집도 주말이면 식탁에서 먹지 않고 상을 펴 놓고 밥을 먹는데 그 때부터 아이들과 신랑과의 리모컨 차지하기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어찌나 웃긴지 전 관객이 됩니다.
아빠는 어딘가 가까이하기는 조금은 어려운 사람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고민이 생기면 엄마에게 털어놓고 엄마는 그 문제를 아빠에게 말하는 보고체제이다 보니 아마 조금은 서운하셨을 듯도 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특징이 그런가 봅니다. 아빠는 어떤 분이셨는지 과거를 추억하게 합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분이었음을요...
아빠라는 존재가 그런가 봅니다. 자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사랑 표현은 서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사람~ 묵묵히 자식의 인생길을 같이 걸어가주는 사람~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아빠에 대해 서술해 놓은 거 보면 정말 솔직하게 글을 쓴 걸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가 봤다면 조금은 기분 나쁠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그것도 작가의 아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오랫만에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저에게 내어줬습니다. 문득 문득 생각만 했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이 책이 마음속에 묻어 둔 아빠와의 추억을 다시 선물해 준것 같아서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