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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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의 책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주홍색 연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제목과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제목은 셜록홈즈의 <주홍색 연구>를 연상케 하고 또한 많이 들어왔던 <46번째 밀실>을 쓴 작가였음을...!  왜 제목을 셜록홈즈의 <주홍색 연구>와 동명으로 지었을까라는 의문은 책 앞부분만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셜록홈즈에서 홈즈와 왓슨의 관계에서 따온 듯한 구조로 작가 자신인 아리스가와와 그의 친구 히무라가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처음에 작가 자신이 나와서 꽤 놀랐음을 고백한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프롤로그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열한다. 아리스가와의 집, 범죄학자 히무라를 찾아온 제자의 이야기, 그리고 어떤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다른 공간을 통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건에 대한 복선을 이야기해주고자 하는 것 같다.

아리스가와의 집에 그의 친구 히무라가 찾아온 날 새벽녁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지금 당장 유령맨션이라고 불리우는 806호로 가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의 히무라를 찾는 전화..그리고 확인차 가본 맨션에 목에 졸려 교살당한 시체 한 구...!! 어떤 사람이 전화를 했던 것일까? 그럼 아리스가와의 집으로 전화한 사람이 범인일까?....왜..왜..왜라는 많은 의문을 던져둔 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히무라 선생님이 나섰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확 사로잡던 스토리의 긴장감이 참 좋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게 하는 프롤로그에서 <노을>이 어떤 의미일지 고심하게까지 한다. 하지만 사건이 중반으로 흘러 가면서 조금은 지루한 듯한 사건 진행들이 쉬이 읽히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작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서 착각의 늪 속에 헤매게 한다. <노을>이라는 테마가 그렇다. 어쩌면 그것도 작가의 노련함인가?

 

이 책은 활동적인 몸싸움이나 강한 임펙트가 있는 스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히무라의 추리를 보면서 작가의 저력을 확인했다. 사건을 풀어가는 전개력의 촘촘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새로웠고 작가의 "작가 아리스"시리즈도 읽어 볼 만할 것 같다.

작가의 새로운 매력을 느껴간다는 건 참 실로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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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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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빠는 자상하면서도 한편으론 엄했던 분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신지 한번 혼을 내실라치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으니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였죠. 185cm의 장신에 외모가 상당하셨던 아빠께서 같은 동네의 처자인 엄마에게 열성적으로 구애를 하셨다네요.ㅎㅎ

아빠와 제일 좋았던 추억을 꼽으라면 제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저희 아빠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는데 유치원 갔다가 아빠가 수업하고 계시는 교실 밖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괜히 발걸음이 그 쪽으로 향했나봐요. 수업 받고 있는 학생 하나가 "선생님~밖에 누가 왔어요?" 라고 저의 존재를 알려 줍니다. 아빠가 잠깐 나오시더니 저에게 100원을 쥐어주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하시더군요. 뭐~그 뒤로 유치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빠가 수업하고 계시는 창문을 어슬렁거렸지요. 그럼 어김없이 저의 손엔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동전이 생기구요....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만 보내주시는 아빠의 관심이 좋았나봐요.

 

살면서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어~무엇을 좋아하셨지?라고 특별히 생각하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잠시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둔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은 저희 곁에 계시지 않지만 추억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아빠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럼 작가와 함께 아빠와의 추억에 잠시 잠겨보실래요?

 

작가의 아빠는 정년 퇴직하고 집 근처에 밭을 빌려서 채소를 키우는데 자식들이 오면 손수 키운 채소를 자랑하기 여념이 없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식에게 신선하고 맛좋은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똑같겠죠. 하지만 유달리도 사랑 표현이 서투르신 아빠들....마음속에는 큰 사랑을 감춰 두시고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시는 우리네 아버지~어릴때는 원망스럽기도 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아빠는 너랑 안녕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둬라"는 작가의 아빠~이게 아빠의 마음이겠죠?

 

아이같은 면이 많은 작가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식탁 위에 있는 간식거리는 항상 아빠차지이고 밥 먹을 때 리모컨을 쥐고 당신이 보고싶은 TV 프로를 보는 모습은 여느 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 집도 주말이면 식탁에서 먹지 않고 상을 펴 놓고 밥을 먹는데 그 때부터 아이들과 신랑과의 리모컨 차지하기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어찌나 웃긴지 전 관객이 됩니다.

 

아빠는 어딘가 가까이하기는 조금은 어려운 사람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고민이 생기면 엄마에게 털어놓고 엄마는 그 문제를 아빠에게 말하는 보고체제이다 보니 아마 조금은 서운하셨을 듯도 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특징이 그런가 봅니다. 아빠는 어떤 분이셨는지 과거를 추억하게 합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분이었음을요...

아빠라는 존재가 그런가 봅니다. 자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사랑 표현은 서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사람~ 묵묵히 자식의 인생길을 같이 걸어가주는 사람~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아빠에 대해 서술해 놓은 거 보면 정말 솔직하게 글을 쓴 걸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가 봤다면 조금은 기분 나쁠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그것도 작가의 아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오랫만에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저에게 내어줬습니다. 문득 문득 생각만 했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이 책이 마음속에 묻어 둔 아빠와의 추억을 다시 선물해 준것 같아서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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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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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아릿할 수 있다는 건 아마 엄마라는 단어 때문일 겁니다.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마음 속에서 뭉클한 무엇이 올라오는 걸 느낍니다. 부르고 불러도 절대로 질리지 않는 말~부를수록 행복해지는 말~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사람~나와 제일 친밀하고 은밀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사람~바로 엄,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그 이름 엄.마.....이 책은 엄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듭니다.

 

표지가 정말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제목에 한번 반하고 표지에 또 한번 반하게 되네요. 배가 아플 때 제 배를 문질러 주면서 "엄마 손은 약~손~!!" 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표지 속에 있는 빨간 장갑이 일깨워 주네요. 또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일까?..."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작가는 엄마에 대해 어떤 에피소드들을 들려줄까요?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엄마의 포근함을 느꼈다면 표지 안의 글과 삽화는 우리네 엄마들의 수수함이 느껴집니다. 처음엔 무거운 주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는 내내 웃어가면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읽는 독자들도 어머니에 대해 상고하게 만듭니다.

 

엄마도 예전엔 꿈 많은 소녀였을 거고 미래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했겠죠.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들이 태어나면 엄마의 인생은 남편과 자식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게 됩니다. 많은 걸 희생하면서도 그걸 기쁨으로 여기는 우리들의 어머니~그러다 보니 이쁜 옷을 봐도 자신의 것보다는 자식들과 남편의 옷을 먼저 사고 자신의 것은 가판대에 누워 있는 옷들을 쇼핑하시는 어머니...작가의 어머니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어머니의 마음은 똑같나 봅니다.

 

 

작가는 10년째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미혼녀랍니다. 작가라는 자유로운 상황 때문인지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고향집에 자주 간다는 작가...집에 가면 어머니께서 사진첩을 꺼내서 보여준다고 합니다. 어쩌면 자신의 추억들을 딸과 공유하고 싶어서였을까요? 아님 자신의 추억이 점점 희미하게 묻혀가는 게 아쉬운걸까요?....그래서 저도 저희 엄마의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사진첩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꺼내 놓으신 사진첩엔 역시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빠와 엄마와의 결혼식 사진, 그리고 우리들의 어린 시절 사진등....잠시 마음에 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해주시는 엄마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셨고 굉장히 즐거워하셨습니다. 근데 저도 작가의 말했던 것처럼 즐거워 하시는 모습에 저도 흐뭇하고 좋았던 반면에 한쪽 마음이 찡해져 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행 갈 때 이것저것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챙기다 보면 일정은 1박 2일인데 일주일은 여행하고 와야 할 짐 보따리를 만드시는 엄마~맛있는 음식을 하면 꼭 나눠주는 엄마, 하지만 음식을 담았던 반찬 용기는 꼭 챙기시는 어머니~어떤 선물을 드려도 기분 좋게 받아주실 뿐만 아니라 그 수십배로 돌아오는 사랑~가족들에게 양보하느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잠시 묻어두고 사신 엄마...우리네 엄마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솔직하게 자신의 엄마에 대해 만화를 삽입하여 편하게 읽히게 했습니다. 엄마라는 주제인데다가 솔직한 작가의 이야기에 어느 새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옆에 계실 것 같은 엄마에 대해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며 살겠다고 다짐도 해봅니다.

"어머니들이 베풀어 주신 사랑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랑을 가슴에 담고 어머니에게 배운 사랑을 표현하며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우리 가족 모두의 응석을 받아주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했던 엄마의 등은 그렇게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굽어갔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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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래? - 존중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3
정진 지음, 지영이 그림 / 소담주니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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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의 이야기를 모두 아실겁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라는 생각에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참 마음이 먹먹해졌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어서 왕따라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요즘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들까지 친구를 왕따시킨다고 하니 참 한숨만 나올 뿐이지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의 중심은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에서 <존중>이라는 테마가 붙어 있습니다. 친구들이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인정하고 이해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지요. 어쩌면 <존중>이라는 주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그리고 어른들이 읽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한 초등학교의 혜원이 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혜원이는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이 맘에 들지 않나봐요. 먼저 혜원이부터 소개해 봅니다. 외동딸로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니 배려심도 없고 자신만 아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혜원이와 친구들이 어떻게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지가 이 책의 키포인트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릅니다. 혜원이 반의 호준친구는 분홍색을 참 좋아하는 친구예요. 그래서 분홍색 필통,분홍색 신발 주머니...등 분홍색을 엄청 사랑하는 친구이지요. 여자냐구요? 아닙니다. 남자인데 분홍색을 좋아하는 호준이가 혜원이에게는 이상하고 괴상하게 보였나 봅니다. 그리고 커트머리를 한 군인처럼 보이는 여자담임선생님...여자는 머리를 길어야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혜원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혜원이와 반 친구들에게 선생님은 반의 급훈을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로 짓고 서로 조금씩 이해해보자고 말씀하십니다.

 

 

 

 

이해하자고 마음만 열면 이해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음을 친구들은 배워 갑니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호준이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친구들이 알게 되지요.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다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장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제 분홍 왕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병을 앓고 있는 서윤이...사실 반 친구들은 서윤이 병을 앓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요.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온 몸을 긁기 시작했던 모든 행동들이 병이 있기 때문이었음을 알고 반 친구들은 서윤이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또 한 친구는 인도에서 전학 온 간디라는 친구예요. 얼굴색도 다르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친구들에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간디....사실 인도에서는 왼손은 화장실 갈 때 쓰는 손이라고 해서 오른손으로 신체 접촉을 해야 한다네요. 그걸 알게 된 친구들은 서로 다르다는 게 무엇인지..또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배워갑니다.

 

역시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하는 책입니다. 가치관이 형성 되어가는 친구들에게 인성 교육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테니까요. 가정에서의 선생님은 부모님일테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분은 학교 선생님일 겁니다. 어쩌면 어릴 때 부터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시킨다면 집단 따돌림이라는 부분은 조금씩 근절되지 않을까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아이들은 스펀지라서 교육한 대로 따라갑니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인성이 변화합니다.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은 결코 아님을 알게 하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와 다르기에 더욱 재밌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부모님이 같이 읽고 토론을 하면 좋을 책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대화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지도해야 할지도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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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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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벽은 속삭인다>는 <사라의 열쇠>로 잘 알려진 작가의 책이다. 얇은 두께로 책으로 술술 잘 읽히며 호기심을 잔뜩 불러 일으키는 마력을 지닌다. 책을 펼치자마자 금새 읽어버렸지만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지금 당신은 벽의 속삭임을 들을 준비가 됐는가?

 

"샤르므는 벽이 고통을 느낀다고 믿었다. 그녀는 돌이 인간이 불행을 빨아들이고 그 속에 빠져든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감수성 예민한 사람이 이사를 오면 돌은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벗어서 되돌려주는 것이다." -자크 란츠만<로지에 거리>

 

벽이 고통을 느낀다니~~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는 문구는 섬뜩할만치 무섭다. 감수성 예민한 파스칼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월세가 비싸긴 하지만 볕이 잘 드는 조용한 석조 건물과 활기찬 동네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던 사십대 이혼녀인 파스칼린...이제는 더 이상 둘이 아닌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파스칼린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당부르 가에 집을 구한다. 근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이사가 결정이 되서 짐을 옮기는 중에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아직 낯설다는 이유로 무시하기엔 첫째날,둘째날,,,,계속 잠을 못 이루는 지경에 이르는 상황에 어찌할 줄 모르는 파스칼린....하지만 사무실만 가면 속이 울렁거리거나 어지러운 느낌이 싹 사라지는 정체모를 이 오싹한 느낌은 도대체 무엇일까?..혼자만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도 버거울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알게 된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뻔뻔스러운 주인의 말에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홀로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그녀는 살인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당부르 가 살인사건"을 검색해 본 결과 연쇄살인범의 첫 번쨰 희생자인 안나라는 여자가 살해당한 곳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이후로 안나가 살인범에게 살해당하는 꿈을 매일 꾸는 파스칼린....심지어 일에서 완벽함을 자랑하는 그녀가 실수까지 하며 불안한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녀의 내면에 있던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이 자신이 구입한 집이 살인사건의 장소라는 사실로 인해 무너지고 무너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 기댈 수 없는 오롯이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외롭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살인사건에 대해 더 집착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벽은 기억한다. 나는 상상한다"(p41) 그녀는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면서 벽이 그날의 기억들을 말하고 있는 시간들을 상상한다. 사실 그녀는 이미 상처받은 사람이다. 남편에게 맡겨놓고 간 아이가 자신이 외출하고 돌아왔을 땐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음을 안 순간 어떠했겠는가?

아마 아이를 잃은 파스칼린은 첫 번째 희생자인 안나라는 여자의 엄마와 같은 공감대를 느꼈을 것이다. 살인자가 안나엄마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안나를 빼앗은 상실감과 파스칼린은 그동안 남편에게 원망조차 하지 못하고 내면에 꾹꾹 눌러왔던 자신의 아이를 잃은 상실감 같은 것으로 이해했으리라.

과연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체적인 플롯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렇다고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 같은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독자를 몰아쳤다는 생각에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책이 아닌가 싶다. 편하게 술술 읽히는 스토리로 처음에는 그냥 무덤덤하니 진행되다가 중간부분을 지나 예상치 못한 결말로 끝을 낸다. "아~이런 결말로?"...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었음에도 여운이 강하게 남아서 또 한번 결말 부분을 다시 읽었다.

살해당한 피해자의 엄마와 자식을 잃은 자신과의 슬픔을 동일시해 승화시키려고 하는 그녀...책을 다 덮는 순간 섬뜩함을 느낄 것이다. 파스칼린의 삶을 돌이켜 보면 아련한 슬픔이 느껴져 안아주고 싶어진다. 주인공의 불안한 정서를 간결한 문체로 보여준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섬뜻한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간결한 문체의 플롯은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가만히 귀기울여보아라~벽이 무엇을 속삭이고 있는지......

 

"집이나 아파트, 그리고 그곳들이 간직한 비밀과 신비는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 어떤 공간은 내 집처럼 편하고 또 어떤 공간은 달아나고 싶을만큼 불편한 걸까?

 내가 말하는 것은 괴신이니 유령이니 하는 것들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이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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