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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오후의 햇살이 꽤 따스한 어느 날, 달달한 케익과 아메리카노 그리고 책과
함께 하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딱 좋은 시간에
보라색 표지와 표지속의 그림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몸이 반으로 동강난 그림? 빼빼로가 두렵다고??,,,이거 구미가 당겨~당겨 라며 숨
쉬는 것도 잊으며 읽어 내려갔다.
매년 11월 11일,,,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부여받던 날이기도 하고, 연인들과 부부들에게는 그들의 소중한 만남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빼빼로를
주고 받는 빼빼로 데이기도 하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초등학교 앞에 서 있다 보면 아이들 손에 빼빼로가 한가득 들려있다. "나는 몇 개
받았는데 너는 몇개 받았어?"...이런 대화들이 오가면서 그 날 만큼은 당당히 군것질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막대과자에 초코만 묻혀져 있는 빼빼로,
초코에서 진화해 고소한 아몬드나 땅콩이 붙어 들어있기도 하고, 티라미슈 치즈 빼빼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과자를 즐겨 먹진 않지만 아몬드
빼빼로는 단맛과 고소함이 어우려져 있어서 누군가 주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그런데 빼빼로를 무서워하는 빼빼로포비아가
있다?? 맛있는 빼빼로를 무섭다고??,,,,,
박생강이라는 작가가 누굴까?
알고보니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 소설상으로 등단한
10년차 베테랑 소설가인 박진규씨다. 사진에서 보는 작가의 느낌은 장난기 가득한 소년처럼 보인다.
그런데 박진규라는 기존의 이름을 두고 왜 필명으로 책을 냈을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소설가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바꿨는데 꽤 충동적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여자는 생강이 전부다’란 건강서적을
발견하고 생강의 단어의 느낌이 좋아서 그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생각의 강’,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 주기도 바라고 있다”는 말을 했다.
심리상당사 민형기에게 찾아온 스무 살의 한나리는 심각한 고민이 있다.
남자친구가 초콜릿에 촉촉하게 빠진 막대 과자를 두려워하는 빼빼로포비아란다.
카페 스윗스틱을 운영하는 사장이기도 한 빼빼로포비아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그것 때문에 마트도
못간다고 하는데, 막대과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현실에서도 정말로 존재할까? 애인과 함께 상담하길 바란 한나리의 바람을 무참히 깬 어느 날,
빼빼로포비아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민형기와 빼빼로포비아의 만남은 과연 성사될까?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빼빼로포비아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김만철!!! 그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이제 김만철을 통해 펼쳐지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맘껏 누려보면 된다.
실리칸, 주술사, 네 발로 걷는 요염한 검은 푸들 무무,...과연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상상 그 이상일테니.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 손에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의 인간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양 착각하지만 실은 모두
똑같은 봉지 안에 든, 더 나아가,
똑같은 박스 안에 포장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네."
(p145~146)
이 구절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씁쓸함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나
세상에 나왔지만 결국 세상이라는 박스 안에 포장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는 말,,,,하지만 어쩜 그 말이 일리있는
말이기에 씁쓸함이 몰려 온다.
세상은 우리에게 개성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만, 또한 그 개성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적정선의 비율,,,과연 그 적정선의 기준은 누가 정한걸까?
그렇다고 너무 우울해하지는 마시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씁쓸함만을 전하는
건 아니다. 작가는 분명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삶은 비극적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미리 포기할 만큼
암울한 건 아니다." p178 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무척이나 많다. 아름다운 황금빛 같은 나날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애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최선을 다해 즐겁게,또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자네는 내가 만든 막대 과자 스윗스틱보다 더 자랑스러운 존재가 될 것 같네. 어쩌면 나의 사랑스러운
무무보다도. 하긴 개보다 인간이 이기적이어도 유전학적으론 더 아름다운
존재이니까."(p190)
인간은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니까,,,,,인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
이 책의 묘미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편으론 황당스러운
스토리에 있다. 황당스럽다고 표현했지만 이미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가상세계라는 곳을 익숙하게 만들어줬으니 황당함의 큰 괴리감은
없다.
소설 초반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소설 중간부분에 가서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지 살펴보는 재미와, 또 잠시의 갸우뚱함의 스토리는 여러분들을 또 다른 흥미진진한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줄테니 마음을 활짝 열고 읽으면
재밌을 거라고 자부한다.
필명을 쓰면서까지 소설가의 인생을 살고자 한 작가!! 이 책엔 작가의
사상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으니 그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작가가 자신에게, 또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한 책 내용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마칠까 한다.
" 두려움은 인간에게 다시금 선택을
요구한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 바깥의 세상으로 한발 더 내딛을 것인가?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