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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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엠브리오 기담>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진 그는 기담 전문 작가이다. 두 번째 책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은 8개의 기담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머리로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형태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 냈을까 꽤 궁금하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아련한 슬픔과 따뜻함을 교차하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한다. 따뜻한 색감의 표지 때문인 걸까?

8개의 단편들 모두 기이한 일의 연속성 속에 현실과 비현실 중간에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첫 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은 귀신이 어느 부부의 일상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에피소드라고 치부하기엔 놀라운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생선을 보면 이 단편이 생각이 났다는 웃픈 사실 (읽어본 독자들만 알 수 있는 문장). 두 번째 단편은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인데 제목이 꽤 그로테스크하다. 머리 없는 닭을 몰래 키우는 가난한 친구의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이 단편은 마음이 참 아려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말이 예측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더 힘들게 읽혔나 보다. 그녀가 행복하기를,,,, 그녀 안에 싹튼 감정만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기에,,,,

 

8개의 단편 중에 아이를 주제로 한 글이 <아이의 얼굴> <무전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아이들아 잘 자요> 총 네 편이다. 아이들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감정의 동요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더 안타깝고 심장을 옥죄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의 얼굴>이라는 단편은 자신들의 괴롭힘으로 죽음을 선택했던 친구의 얼굴이 자신이 낳은 아이의 얼굴에서 보인다는 설정이다. <무전기>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작품의 기저에는 애정이 깔려 있다. 그 애정의 결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유독 사람에게 초점이 맞혀져 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는 자신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딸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엄마, 그리고 동생,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온전한 내 품을 내어주는 그들! 그리고 그 뒷이야기. 많은 단편 중에 왜 이 단편의 제목을 골랐을까? 궁금했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간절함이 또 다른 간절함으로 다가왔고, 누군가는 죽었지만 누군가는 그 간절한 소리로 생의 길로 갈 수 있음을,,,,

작가라는 타이틀 속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SF로 탈바꿈시킨 <곤드레만드레> <이불 속의 우주>는 꽤 신선한 스토리였다. 특히 <이불 속 우주>는 과연 그 사람이 어디로 갔을까?, 나도 그 이불을 갖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끔 한다. 상상력을 마구 부러 주는 작품이었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슬픈 기담 이야기

 

작가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오른다. 이렇게 슬픈 기담이 있다니,, 기이하지만 그 속에 따듯한 색채가 물들었다고 하면 이 책의 느낌이 설명이 될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단편 속에 등장하다 보니 안타까우면서 아련한 마음이 더 강해진다. 꼭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기이하지만 사랑이 저변에 깔려 있는 이야기. 긴 호흡이 아닌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여운은 절대 짧지 않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뭔가 기이한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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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나 책으로 만나는 나라의 모습은 낯선 나라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지도 않으니 안전지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눈으로 여행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일본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면서 마감에 허덕이고, 야근은 필수인 전쟁터 속에 살았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메말라가는 감정에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 아버지의 일로 1년 동안 독일에 살았던 기억이 좋았기에 독일 베를린로 가게 됐고, 현재까지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가 10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일에서 10년 째 살고 있는 작가는 어떤 눈으로 그 나라를 바라보는가.>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독일로 떠나 왔다. 하지만 행복은 꼭 어디로 떠남에 있는 건 아니다.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거기다 제도까지 뒷받침 해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작가는 독일에 대해서 굉장히 호의적이다.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 크게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10년을 살아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독일의 제도 중에 인상 깊었던 건 "근로시간 계좌" 라는 제도다. 근무시간 외에 추가로 일한 시간을 차고차곡 계좌에 넣어 놨다가, 필요한 시점에 휴가로 전환한다거나, 근무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다. 그리고 독일은 큰일이 아닌 이상 칼퇴를 한다고 한다. 제 시간에 퇴근하지 않고 야근이 잦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평가는 무능력함이라니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분이다. 주어진 시간에 집중과 성과를 본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일인들은 대개 30일의 유급휴가가 있다고 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다). 휴가를 중시하는 그들의 특징답게 저렴한 패키지 여행이 구비되어 있어서 한 해의 1년이 시작되면 휴가부터 잡는다는 말도 있단다. 좀 더 여유롭게 사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제한된 시간에 일을 하고, 그 나머지는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이는 그들. 일과 가정에 대해서 확실히 강약을 둔다.



인상 깊었던 제도 중에 "상점 페점법" 이 있다. 음식점, 벼룩 시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요일과 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슈퍼마켓도 열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에 미리 장을 본다. 신기한 건 독일엔 편의점이 없다. 한국은 여기저기 곳곳에 보이는 곳이 편의점인데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그 부분은 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주말엔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한다거나, 조금은 특별한 음식을 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긴다. 집을 중요시하는 독일인의 여유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느긋하게 쉬는 모습을 선호하고 미니멀라이프가 생활화 되어 있다고 하니 본받을 점이 많은 나라다.



결론

독일에서의 삶이 꽤 즐거운 작가의 나들이를 보는 듯 하다. 직접 살아보지 않아도 전해지는 여유있는 모습은 한번쯤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어떤 나라든 장점과 단점은 공존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음가짐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과 호수, 숲이 많은 나라 독일의 문화를 알아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하니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는 중간중간 하루를 좀 더 의미있게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 나에게 불행하다면 그야말로 지옥 아니겠는가! 나에게 온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 작가가 독일로 떠난 이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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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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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 프렌즈 친구 중에 멋진 로맨티스트 프로도가 전하는 관계의 이야기.

시크할 것 같기도 한 도시남 스타일인 프로도는 어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까요?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은 패션니스트 네오와 커플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오~~프로도와 네오, 너희들 커플이었구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각자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위로를 전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 바라보기, 친구 등 열거하기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주었죠. 어쩌면 뻔한 이야기들일 것 같지만, 그 뻔한 것을 알면서도 우리들의 삶에 실제로 적용시키지 못함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엔 자신에게 집중하는 책이라기 보단 손힘찬 작가와 프로도가 만나 그 영역을 조금 넓힙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관계에 대한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완벽한 어른은 존재할까?

 

람들은 누구나 결핍 한 개 이상 쯤은 가지고, 그 결핍 때문에 아파하고 좌절하며,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힘들어합니다.

과연 100% 인간이 있을까? 누구한테 물어봐도 없다 라고 대답할 겁니다. 인간의 인생이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면 좀 느긋한 마음을 가지는 건 어떨까,,,조금은 천천히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걸 하려고 초초해하기보다 한 번에 하나씩, 그렇게 시작하자.

팔굽혀펴기를 하루 1500개 하는 방법은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라던 어느 배우의 말처럼, 하나가 둘이 되고 ,곧 셋이 될 거야. (p159)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아이가 첫 걸음마를 할 때 한 걸음 부터 시작하듯이 우리 또한 욕심 부리지 말고 여유를 가져보기를 프로도는 이야기 합니다.

처음엔 '나만 너무 느린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 시작도 못한 사람도 많고,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욕심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지요. 처음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자신이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실 겁니다. 자신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 부끄럽지 않다고 이야기 해주는 프로도는 그 마음이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이어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프로도가 네오를 향한 사랑의 꽁냥꽁냥도 달콤했습니다. 이런 남자 세상에 또 없나요? 라고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겠죠? 매일매일 다짐하고 행동하고, 또 배워 가다 보면 어느 새 자신의 변화를 느끼실 겁니다.

배움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인생이 재밌는 게 아닐까요?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것 처럼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인생은 우리 생의 마지막 끝자락까지 배움의 연속이고, 관계의 연속입니다.

2019년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관계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프로도와 갖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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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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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문학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집이 현대 문학에서 35번 째로 출간 되었다.

내가 자주 접해 보지 않은 장르라면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현대 문학 단편집은 언제나 기대로 가득찬다. 설사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책은 마르케스가 쓴 <콜레라 시대의 사랑> <백년의 고독>을 읽은 거 외에는 많이 접하지 못했다. 라틴 아메리카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 냄새가 내 주위를 떠도는 듯 하다.

 

 

"이토록 대담한 지성이나 공들이고 애쓴 환상이 또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판에 박힌 비판적 감각으로 적당히 다정하게 그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그가 길지 않은 우리 문학사에 발을 내딛음으로써 영원히 하나의 상징, 즉 시인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14개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환상의 선구자답게 조금은 이해하지 못할 시공간을 왔다갔다 한다. 현실의 눈으로 바라보다 보면 핀트가 어긋나고, 또 좀 더 이상적으로 바라보면 그것도 어긋난 선상에 있다.

여튼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책은 현실과 환상의 중간 어디쯤 속해 있는 것 같다.

 

14개의 단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라고 하면 <눈의 위증>이다. 인간의 본질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 스토리 안에 녹여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몇 단편들은 죽음, 자살, 절망,,,,이라는 주제를 넣어 짧지만 임펙트 있게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모르게 버무려 놓았다.

특이했던 단편은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였다. 메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독특한 스토리다.

 

조금은 색다른 라틴아메리카의 소설. 색달라서 더 꽂혔던 책이다. 이해는 완벽히 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은 낯섬과 설레임이 한 몫 먹고 들어가는 거니까.

이 책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괜찮다. 우선 분위기로 익히고, 느낌으로 익히길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라틴아메리카 어느 지방을 눈으로 여행하고 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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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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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확한 이름이 나오지 않은 '나'로 지칭되는 그녀의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성연우, 그 앞에서 가련한 여주인공이 되는 그녀. 그녀에겐 모든 게 완벽한 순간이다. 주위의 시선도 자신의 편이다.

그녀의 렌즈로 보여지는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은 자신의 행동과 말을 대변하고 있다. 독자들의 시선을 마구잡이 식으로 흔들어 놓아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한다.

 

상대의 불행은 자신의 불행이 좀 더 나음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고, 위안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상대의 불행이 전제가 되어야만 한다는 게 아니러니하다. 책 속의 문장처럼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으로 인해 자신의 불행을 가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리는 것이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세상은 참 모순덩어리다. 그 모순 속에 기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타인을 잡아 먹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장면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그녀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사람을 가르고 판단한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설 중반 쯤엔 나오지만 절대로 옹호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숨어있던 자신의 어두운 성향을 어떤 상황에 의해 돌발케 했을 뿐, 성향은 언제든 돌출 되었을 것이다. 스위치가 켜지지 않길 바랬다. 진심으로.

 

그녀 안에는 사람을 배려하고 연민하는 감정이 있지 않다. 즉 그녀의 행동과 말은 입 속에서 나오는 입김처럼 사라져 버리는 연기 같다.

자신이 사냥할 대상을 점 찍고, 조금씩 야금야금 사냥 대상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식인종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식인종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다른 식인종에게 잡아 먹힐 테니까.

 

영혼을 헤치고, 더 나아가서는 몸을 헤칠 수도 있는 사람이 내 옆사람일 수도 있다는 게 참 무섭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소시어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중간 어디쯤 되는 것 같다. 그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권력을 명예를 가진 사람이다.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소시어패스라면 그 사냥감은 휘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학교 제자 세영이처럼 말이다.

권력을 가지고 사람을 어두운 바닥까지 끌어 내리는 행태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 자신이 피할 구멍은 만들어 놓고 "내가 잘못한 게 있어?"라고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전남친 성연우가 말한 것 처럼 그녀의 영혼은 제로다. 값이 전혀 없는 수인 제로, 심장이 없는 허수아비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정체를 모른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귀신 들린 허수아비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갈수록 입을 다물 수 없는 스토리에 점점 빠져 든다. <0. ZERO> 라는 작품으로 만난 김사과 작가는 새롭게 내 맘을 강타하며 관심작가로 등극했다. 어쩜 글을 소름 끼치게 쓸 수 있을까. 작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갔다가 제자리에 둔 격이랄까.

처음엔 무슨 소설이지? 라고 의아해하다가, 3분의 1일이 지날 쯤엔 점점 휘몰아치는 전개와 일인칭 시점의 그녀의 심리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악마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위에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악마는 누군가를 사냥하기 위해서 두리번거리고 있겠지. 영혼 없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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