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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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의 소설 붕대감기는 작가정신에서 출간하고 있는 향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시리즈는 김사과 작가의 <0, 제로>라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여성이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김사과 작가님의 책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더랬다. 두 번째 작품인 <붕대감기>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각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은정 씨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어디에 호소할 길이 없어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너무 걸어서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금세 터져버린 물집이 은정 씨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자신의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그게 은정 씨의 잘못이 아닌데도 죄책감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사회에 유능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조금 노력한 것뿐인데,,, 그 대가는 혹독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자책감의 짐을 지고 걷는다. 그런 그녀가 찾아간 곳은 해미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니 몇 달 전에 갔었던 미용실이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본다.

 

원장 해미가 몸이 아파 나오지 못하자 걱정이 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혜는 해미를 찾아온다. 멘토라고 생각할 만큼 어떤 면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있는 해미에게 조언을 들을 참이다. 사실 지혜는 남존여비 사상이 무척 중요시되는 집안에서 자랐다.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고, 아들은 앞으로 부모의 제사를 모시는 사람들이기에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곳. 그런 그녀가 불법 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다. 예전에 불법 촬영의 피해자였던 친구 미진이에게 아무것도 못해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린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나, 나의 말로 인해 상처가 되면 어쩌나,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아이가 혼수상태인 학부모에게 말을 건넬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진경 씨는 참 난감하다. 하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가 괜찮냐고 물어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건넨다.

은정 씨에게 말을 건넨 진경은 엄마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여자는 강해야 한다. 남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많은 규칙들 속에 따스함이 적은 강한 규칙 속에 돌아가는 모녀 지간. 여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누가 정하는가? 사람마다 모두 다를진대 지금도 잣대를 들이대며 남자와 여자를 이편, 저편으로 가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너의 마음은 괜찮냐고, 그냥 무심한 듯 쓰윽 물어만 봐줘도 위로가 될 거다.

 

서로의 아픔에 붕대가 되어주면 좋겠다.

윤이형 작가의 말 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진경은 체육 시간에 세연과의 실기 시험을 잊지 못한다. 머리에 붕대감기 실습을 할 때 붕대로 자신의 머리를 감는데 너무 조이는 데다가 급기야 붕대가 부족해서 자신의 머리가 큰 게 아닐까 고민했다는 진경. 어쩔 줄 모르는 세연을 진경은 감싸준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됐다. 안타까운 캐릭터가 세연이었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랐던 세연.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경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서툴렀던 세연. 진경이 세연을 감싸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붕대가 되어주면 어떨까.

 

소설 <붕대감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다 안아주고 싶다. 나 자신도 여자라서도 있지만,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주관적으로 행동하고 개인적일 것 같지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그들. 아직까지도 여성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다. 페미니즘이라고 가를 게 아니라 성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캐릭터 각자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갔던 소설이다. 같은 성이기에 더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연대의식을 갖고 서로의 붕대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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