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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박완서 선생님의 책인 <나목>을 독서 모임에서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2019년 어느 날, 모임 회원들과 함께 박완서 선생님의 첫 장편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40세에 습작 한 번 없이 작품을 낸 것도 대단한데, 공모까지 당선이 됐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쳐도 40년 전에 씌었던 책이니 시대 차이가 많이 나서 이질감을 느끼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니 웬걸, 순수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었다. 이질감이라니, 내가 알지 못한 시대성을 알게 돼서 좋고, <나목>에 대한 의미와 인물들에 이야기하며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책의 서문만을 모아 놓았다. 글을 읽어 갈수록 선생님을 가까이 뵙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멀리 계시지만 그분이 남긴 서문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계셨다. 독자들도 그리운 마음이 큰데 선생님의 따님은 오죽이나 할까. 어머니가 남긴 글의 서문을 보면서 그때 지었던 표정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하니 또 다른 그리움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소설의 기본 바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밌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런 면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찬성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 문장이라도 더 읽지 않겠는가. 재밌지 않으면 중도 포기하게 된다. 그런 책들이 서재에서 방황 중이다. 여하튼 선생님의 지론과 나의 지론이 꽤 비슷한 점이 많다. 독자로서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선생님은 독자, 또는 작가로서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선생님의 이력을 보니 40세에 <나목>을 쓰신 뒤로 정말 많은 책들이 끊임없이 출간되었음을 보았다. 그게 연재든, 출간이든, 공기를 마시듯 글을 쏟아 내셨다. 소설 <창밖은 봄>이라는 서문에서도 그 시대에 자신에게 지운 짐이 꽤 벅찼지만 절대 그걸 회피하려고 하지 않은 성실성은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정도면 인정할하지 않겠는가.
선생님의 작품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 특히 6.25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고 한다. 그 안에 자신이 경험했던 생생한 삶을 녹여 글로 탄생 시켰으니 더 진정성 있는 글이 나오나보다. 소설이지만 그 안데 자신의 삶이 들어 있고, 또 재미까지 곁들이니 독자들에겐 더할바 없이 행복한 비명을 하게 한다.
선생님의 작품은 소설 뿐만 아니라 콩트집, 산문집, 동화를 출간하셨다. 눈길을 끈 것은 동화다. 손주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 것을 모아 동화집을 내기도 했다는 선생님. 삶 자체가 글로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존경할 만한 분이다.
문학의 한 획을 긋는 박완선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이라는 서문의 글로 글을 마칠까 한다. 선생님에게 글은 연꽃이었고 삶을 꽃피우는 힘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더 그리워지는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이 꽉 차기도 하고, 또 어딘가 구멍이 뚫린 것 같기도 하다. 그리운 마음이 더해져서 서재에서 선생님의 책을 몇 권 빼들었다.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