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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 김희재 장편소설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2월
평점 :

그녀의 전부였던 사랑이 말없이 떠나 버렸다. 꼭 하늘로 증발해 버린 사람처럼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가 그녀의 집의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김희재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궁금증을 야기할만한 소재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영화 <공공의 적 2> <한반도> <국화꽃 향기>의 극본을 썼던 작가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실력을 보증 받았다. 특히나 전작 소설 <소실점>이 프랑스에서 출판 확정이 됐다고 하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기다리다 보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본다.
서원은 사랑하는 승우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돌아오겠지, 기다리면 오겠지, 그녀의 삶은 뼈 밖에 안 남은 자신의 마른 몸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그 힘든 시간 속에 지금의 남편 정진이 있었다. 정진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리라. 어미 잃은 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심정이었을까? 그냥 눈길이 갔던 그녀. 스스로 보호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정진은 서원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진을 남편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서원에겐 승우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승우가 디자인했다던 그 집으로 정진이 데려가지만 않았더라면 절대 정진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거다. 승우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 집은 승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끌림이었다.
정진은 서원이와 함께 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까지 껴안았다. 사랑의 정의를 바꾼 그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적정한 선을 그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함께 하고 있던 어느 날. 그녀가 변했다. 2층에서 혼자 자겠다고 하질 않나, 그전엔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이 정진을 가로막는다. 2층에서 느껴지는 서늘함, 오싹함은 기분 탓일까?,,, 그렇게 정진만 모르는 세 사람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집의 의미를 되새기다.
집, 하우스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가족, 사랑, 부부, 저녁, 귀가, 아이, 등 여러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우후죽순 떠오른다. 저녁이 되면 돌아갈 곳이 있는 공간, 쉼이 있는 공간, 어떤 모양과 형태든 행복하고 싶은 공간이다. 그 공간을 배경으로 김희제 작가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당신에게 하우스는 어떤 의미냐고.
왜 제목을 하우스라고 지었을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가족, 어떤 장소라는 뜻 외에, 임시로 묵게 하다. 집에 들이다,라는 뜻이 있다. 스토리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사적인 영역에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가 몰래 산다는 것, 그것만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초대받지 않은 자의 동거라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유사한 점이 있다. 밋밋한 소재일 수 있는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할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해 흡입력을 더한다.
탄탄한 플롯으로 재미도 잡고,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책.
사랑과 집착, 경계선이 참 모호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우스>는 그 둘 사이를 줄다리기하듯이 왔다 갔다 한다. 서원과 정진(부부 사이) , 서원과 승우(과거 연인)의 각각의 사랑은 무엇이라 명명 지어야 할까? 그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25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다. 그럼에도 꽉 찬 플롯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영화로 만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다. 혹 어떤 독자들은 미스터리한 느낌 때문에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모르겠다 하신 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장치를 쓴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다룰 수 있는 포인트다.
세 사람의 동거로 시작한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분위기를 끌고 간다. 어떤 포인트에서는 서늘하다 못해 얼어버릴 듯한 느낌으로, 어떤 장면에서는 난폭하고 무자비한 사랑의 집착을 보여 준다. 또 독자들을 위해 서프라이즈 반전도 준비했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책이 잘 안 읽혀서 빠져들만한 소재를 찾는 분들, 재밌는 미스터리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조금은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하우스>를 읽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