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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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0퍼센트이고, 한국의 경우는 85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도시화 비율은 최근에 만들어졌다.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먹 거리를 따라 이동하며 살았으며,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부터 정착생활을 했다. 그리고 도시가 생겨난 일은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산업혁명 이후가 되서야 도시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몸은 구석기 시대인과 비교해서 변함이 없건만, 환경은 아주 달라졌다. 그래서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못하는 도시인의 삶에는 많음 문제가 생겼다. 특히나 도시화의 비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정신분석의인 하지현은 신간 <도시 심리학>(해냄.2009년)에서 이에 대해 심리학을 통해 해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머물기에는 갑갑하고 떠나기에는 아쉬운 도시이지만, 우리가 도시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22가지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현대를 과학 시대라고 부를 만큼 우리는 이성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주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집이나 사주카페가 수없이 많다는 데에 놀란다. 심지어는 신문에서 조차 오늘의 운세가 나오는 형편이다. 우리는 스스로 점이나 사주 등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에 끌리고 있다. 그 이유가 무얼까?

과학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과학이 모든 일에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현대인의 삶에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이럴 때 점집을 떠 올릴 수 있다. 점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이 찾을 때는 그런 사실을 중요하지 않다. 저자는 점집을 찾는 두 가지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답을 확인받기 위해’서다. 즉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본능과 이성적인 판단부분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본인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선택하리라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럴 때 점집을 찾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정한 답을 확인받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해주는 점집을 찾을 때까지 점집을 전전한다.

두 번째 이유는 첫째와 반대의 경우다. ‘강력한 브레이크의 존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신의 망설임을 외부의 입을 빌려 합리화하는 경우다. 불확실성 때문에 나의 선택 결과는 나중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사주팔자에 의해 내 인생은 원래 이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운명론을 받아들인다면 마음이 편해진다. 요컨대 우리는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에 기대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며, 또 위로받기를 원한다. 현대 도시인은 삶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과 벗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는 와인 바와 와인 샵이 성업 중이다. 와인은 종류도 많고, 이름도 매우 다양하다. 또 여러 용어가 있어 와인을 배우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와인을 모르면 남에게 뒤처지는 느낌도 들고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사람들은 책도 사서 읽어보고, 또 와인도 직접 마시면서 맛의 차이를 알려고 노력한다. 사실 소주가 주인 우리네 음주문화와 와인문화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격도 비싸고, 여러 가지 격식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와인을 찾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와인이 현대사회의 새로운 남성 장난감으로 등장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남자들에게는 오디오나 카메라를 사고, 또 이를 업그레이드하고, 좋아하는 음악 CD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와인 셀러에 와인을 채워가며 흐뭇한 미소로 이를 바라본다. 이에는 자신의 내면에 자기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와인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맛을 즐기기 위함과 아울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을 즐긴다는 의미다. 그리고 와인에 대해 알아가면서 쌓인 지식을 술자리에서 풀어놓음으로 사회적인 관계에서 귄위를 내세우려는 욕망이 있다. 게다가 와인은 소주와는 달리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이는 동질성보다는 다양한 취향을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도시의 삶은 과거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을 비롯해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가 많아졌다. 이는 도시인들이 참을성이 없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도시인은 무엇이든 원할 때에 바로 해결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고 있다. 패스트 라이프(Fast life)가 도시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분류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와 닮아 있다. 즉 A형이라고 하면, 소심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즉각적으로 준비할 수 있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본인이 다치지 않고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성격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는 비과학적이다.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로 점집을 찾는 이유와도 비슷하다.

위에서 보았듯이 이 책에는 도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절한 사례를 들어가며 아주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심리를 아주 재미있게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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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구희연.이은주 지음 / 거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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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 탈크(활석)'가 사용되어 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 위생용품에는 벤질알코올과 향료, 폴리에틸렌 글리콜(PEG)복합물질, 파라벤류의 화학물질이 들어있었다. 파라벤류는 내분비계 교란 영향, 향료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벤질알코올은 피부자극과 신경독성 우려, PEG복합물질은 암과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가능한 피해야 할 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위생용품에 이런 유해한 화학물질을 들어 있을까? 소비자들은 이런 물질이 화장품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까? 신간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가치.2009년)에 그 답이 들어있다.

국내 굴지 화장품 회사의 제품 원가를 공개한 자료를 한 번 보도록 하자. 원료 값은 6%에 불과했다. 용기와 라벨의 비중이 8.7%다. 원료보다는 보여주는 용기에 더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연구개발비를 많이 쓰는지 여부를 알아보니 이는 1.8%였다. 광고비와 기타 마케팅 비용이 24%에 달하고, 중간 유통 발생비가 무려 40%다. 무언가 문제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능성 화장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하면 ‘미백에 도움을 주는 제품’,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 ‘피부를 곱게 태워주거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을 일컫는다. 저자는 “기능성 화장품은 일단 그 정의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용어가 주는 환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미백화장품의 경우를 보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경우에는 얼굴이 하얗게 보이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은 미백 화장품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제조자들은 화장품에 수은을 넣는다. 수은은 마법처럼 즉각적인 피부 미백에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수은을 피부에 바르면, 콩팥과 신경 계통에 손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만성 중독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 화장품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그러나 수은 함유 화장품은 중국이나 국내에서 음성적으로 제조되어 유통되고 있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잇거나 효과를 봤다면 그 제품은 일단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이런 제품의 대부분은 산화납, 수은화합물, 하이드로퀴논 등 사용 금지 원료로 만들어진 경우이다”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 조직은 당연히 파괴되며, 체내에 축적되어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한국 여성들은 세안 후엔 반드시 스킨-로션-에센스-크림 ‘4종 세트’를 순서대로 발라야 한다고 알고 있다. 이는 순전히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세뇌된 증거다. 4종 세트에 들어 있는 각각의 화장품은 점성과 탄성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다 같은 제품이다. 유사한 원료에 폴리머를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묽으면 스킨, 점성이 높은 순서대로 로션, 에센스, 크림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여태 화장품 회사의 상술에 속은 셈이다. 그 결과 우리는 화장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피부는 숨 쉴 틈조차 없다. 화장품 회사의 상업성에 여성의 피부는 오히려 망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파우치를 다이어트 하라.”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화장품 원료에 있다. 2008년10월부터는 화장품에 첨가된 전체 성분을 순서대로 표시하는 ‘전성분 표시제’가 의무화됐다. 그래서 화장품 용기에는 성분이 표기되어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이 읽어봐야 잘 모르는 재료뿐이다. 저자는 파라벤, 아보벤젠, 이소프로필 알코올, 소디움 라우릴 황산염 등 위험성이 가장 높은 20가지 화학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피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끝에는 특별 부록으로 ‘반드시 피해야 할 대표적인 화장품 성분 20가지’ 카드가 들어 있어,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실제적으로 화장품 구매 시 선택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화장품 매장에서 전성분 표시를 확인해보면, 이러한 유해 성분이 하나도 안 들어간 제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급적이면 이런 성분이 최소로 들어간 제품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제 공은 소비자에게 돌아와 있다. 화장품 회사의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일단 위험성이 높은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퇴출시켜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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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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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돌아다녀야 한다. 세계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와 그 흔적들을 주의 깊게 읽고, 지혜와 통찰력을 동원해 바르게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변화시킬 때 진정한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다.” (5쪽)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하늘의 움직임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내고, 이를 농경에 이용하기부터 지구와 우주 생성의 비밀, 생물의 탄생과 진화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비밀을 알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중력의 비밀을 알아낸 뉴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밝힌 코페르니쿠스, 인간의 지위를 자연계의 많은 생물종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알아낸 다윈 등의 업적은 세계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독일 밤베르크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인 구트룬 슈리(Gudrun Schury)는 건축학에서 시작해서 인류학, 고고학, 천문학, 의학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수께끼 같은 발견에 대해서 전문가에게 물었다. 그 결과 16가지의 사례를 모을 수 있었다.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다산초당.2008년)이 바로 그 결과이다.

알프스의 빙하에서 찾아낸 5,000년 전의 인간인 아이스맨, 이집트의 문자를 읽어낸 상폴리옹, 진시황릉을 지키고 있는 진흙 전사들, 엑스 선을 발견한 뢴트겐, 진화를 거부한 살아있는 고대 물고기인 실러캔스의 발견 등 이 책에는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 수록되어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은 아주 재미있다. 그 발견에는 세 번에 걸쳐 우연한 사건이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881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런던에 온 그는 런던의 병원 가운에 어떤 곳을 갈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가장 현재적이고 규모가 큰 병원으로 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플레밍은 군복무시절 수중 폴로 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 시절 세인트메리 병원 팀과 경기를 했던 일을 기억했다. 그 기억은 그에게 세인트메리 병원에 대해 호감을 느꼈고, 결과적으로 그는 이 병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 병원에는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 즉 세균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었다. 그는 세균학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우연이었다.

세균학을 연구하면서 1차 세계 대전 중에 감염증으로 사지를 절단해야 했던 병사들과 괴저병으로 많은 병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플레밍은 염증의 원인과 이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연구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이 연구를 위해 그의 연구실에는 페트리 접시를 준비해놓고 다양한 균을 배양했다. 1928년 여름 2주간의 휴가를 다녀온 플레밍은 연구실을 둘러봤다. 그런데 박테리아가 들어 있는 페트리 접시 몇 개를 냉장시키지 않고 책상위에 그냥 놓아둔 것을 발견했다. 큰 실수였다. 습하고 더운 날씨로 인하여 페트리 접시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이를 모두 깨끗이 청소를 해야만 할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 페트리 접시를 자세히 보자 곰팡이가 핀 부분에는 박테리아가 번식하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푸른색의 이 곰팡이는 백혈구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우연은 계속된다. 푸른곰팡이의 종류는 약 650종이나 된다. 그런데 그 중 한 종만이 페니실린의 원료가 될 수 있었다. 그 한 종이 플레밍을 찾아온 셈이다. 플레밍은 이 균에서 얻은 약에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니실린은 1944년부터 전쟁터에 대량으로 투입된다. 병사들은 이제 더 이상 세균 감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알렉산더 프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로로 1944년 귀족 작위를 받아 프레밍 경이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5년 프레밍은 하워드 프로리와 에른스트 체인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이 책에 소개된 발견 가운데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한 과정도 아주 흥미롭다.

우주의 시작, 그 순간을 우리는 빅뱅이라고 말한다. 큰 폭발의 개념은 1920년대에 벨기에의 성직자이면서 학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가 별다른 근거 없이 제안했을 때부터 떠돌던 것이지만, 우주론에서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허블과 밀터 휴메이슨이 적색편이 때문에 우주가 팽창하는 증거를 발견하면서 사실로 밝혀졌고, 또 1960년대 중반에 두 명의 젊은 전파천문학자의 발견 덕분에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다.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과 아르노 펜지아스(Arno Penzias)는 1965년 벨 연구소에서 대형 통신 안테나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끊임없이 들려오는 잡음 때문에 실험에 차질이 빚어진다. 잡음은 하늘의 어느 쪽에서나 똑같이 들렸고, 밤과 낮, 계절에도 상관이 없었다. 잡음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안테나를 상세히 점검했으나, 문제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안테나에 비둘기 한 쌍이 둥지를 튼 것을 발견했다. 비둘기를 쫓아내고, 비둘기의 배설물을 모두 청소를 했다. 그렇지만 소음은 여전했다.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불과 50킬로미터 떨어진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디키는 두 사람이 없애려고 한 그 잡음을 찾아내려하고 있었다. 디키는 천체물리학자인 조지 가모브가 1940년대에 주장을 확인하려 했다. 가모브는 우주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폭발에서 남겨진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키의 연구팀은 벨 연구소로 와서 함께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소음의 원인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소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게 된다. 그 소음은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빛, 즉 최초의 광자였다. 그 빛은 오랜 기간 먼 거리를 여행하면서 마이크로파로 바뀌어 있었다.

이상한 소음은 약 1밀리미터의 파장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주에서 오는 배경 방사선이었다. 우주 배경 방사선은 폭발로 비롯된 모든 진화의 처음 시작, 즉 우주 대폭발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150억 년 전에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대폭발 이후 불덩어리의 시기를 지나면 우주의 온도는 캘빈 3도로 떨어졌다. 켈빈 3도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온도이다. 이것은 영하 273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절대 영도에 가깝다.

우주는 높은 밀도의 물질과 매우 높은 기온, 강렬한 광선과 함께 탄생했다. 우주에는 오늘날까지도 불타는 빛들이 남아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 공간 속에서 균일한 잡음의 형태로 여파가 남아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말하자면 대폭발의 메아리인 셈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 배경 복사를 찾고 있지도 않았고,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것을 설명하거나 해석하는 논문을 발표한 적도 없었지만, 197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프린스턴의 연구진은 어떤 상을 받았을까? 동정을 받았을 뿐이다.

우리 눈에도 우주 배경 복사는 보인다. 텔레비전 방송이 없는 채널에서 보이는 무질서하게 물결치는 무늬 중에서 1퍼센트 정도는 오래 전에 일어났던 대폭발의 잔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은 우연한 사건이나 행운도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천재들의 성공 이유는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파고든 그 열정이리라.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현대 과학으로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아주 많다. 이 부분을 밝혀내고자 하는 천재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세상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가게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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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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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부로브니크 성벽
“여행은
돈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이 있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시간이 없다고 떠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아주 오래전에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에 있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을 하고 있다. 사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 이름 조차도 우리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다. 다만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을 한 나라이고, 내전을 겪었으며, 월드컵에 출전해서 4강에 들 정도의 축구의 강국이라는 정도가 아는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신간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가치창조.2009년)를 읽으니, 잊고 있었던 크로아티아와 두브로브니크(Dubrovnik)라는 도시 생각이 났다. 아드리아 해에 면한 두브로브니크에 가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인 보스니아를 지나야 한다. 이를테면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에서 섬과 같은 존재다.

아드리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두브로브니크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볼 만한 여행지를 알려주는 매체는 세상에 널렸다. 하지만 꼭 ‘그 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듣기는 쉽지 않다. 이 필러 게이트(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시작점)를 통과하는 순간 당신은, 당신이 꼭 ‘그 곳’에 갔어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이 도시는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곳에 가면 절로 타임 머신을 탄 느낌이 든다. 중세의 도시이기에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지금도 화약고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발칸반도이니 과거에도 전쟁은 일상사였을 터. 성벽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온통 빨간색이다. 집의 지붕이 모두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곳을 여행하게 된 계기도 바로 두브로브니크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고 한다. 성벽에서 바라본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는 엽서에서 볼 수 있는 사진 같다. 형형색색의 도시의 모습과 바다는 독자들에게 가볼만한 여행지임을 주장해준다.

다음 여정은 플리트비체(Plitvice)다. 이곳은 타임 머신을 타고 태고의 시대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플리트비체에는 울창한 천연림으로 둘러싸인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끊임없이 계단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희귀 야생 동물식물의 보고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유럽인들이 살아있을 때 반드시 가봐야 할 비경으로 손꼽는 곳이다.

플리트비체의 호수 물빛은 석회 침전물로 인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여름에는 파란빛을 띠고, 겨울에는 연한 초록빛으로 변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도,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인다. 그러나 본래의 물빛은 터키 옥빛이라고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독자들은 다만 이 책에 수록된 사진으로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유고연방에서 독립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뤘던 스틀리트(Split)를 지나 여행의 마지막은 자그레브(Zagreb)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다. 이 고풍스런 도시에서 남성들의 패션 코드인 넥타이가 탄생했다고 한다. 전쟁터로 나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연인에게 정성스럽게 수를 놓아 목을 매주었다는 넥타이. 사랑하는 이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로 주는 넥타이의 의미는 그 시대와 마찬가지일 테다. 또 아침에 출근하는 남성의 넥타이에는 삶의 전쟁터인 직장에서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도 같으리라.

두 명의 저자(백승선. 변혜정)가 산문체와 운문체로 그려낸 크로아티아의 도시 모습과 자연은 멋진 사진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이 책은 사진집이라고 할 정도로 멋진 수백 장의 사진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온다.

여행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여행은 삶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또 다른 저편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이들의 여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드라보!(Zdravo, ‘안녕하세요’의 크로아티아 어) 라고 나도 그곳을 향하여 외치고 싶어진다. 그곳에 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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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작은 법칙들
피터 피츠사이몬스 지음, 강성희 옮김 / 프리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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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차를 하면 꼭 비가와!'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제일 좋아하는 노래 끝부분이 나와.’, ‘기가 막힌 문구가 떠올랐을 때는 이미 편지 봉투를 봉한 직후야.’

우리 익히 알고 있는 ‘머피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1949년 미국 공군 대위였던 머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누군가 꼭 그중 나쁜 방법을 쓰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이 머피의 법칙은 여러 가지로 응용되고 있다.

머피의 법칙은 과학적인 법칙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법칙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샐리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과는 정반대다. 영화 <해리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에게 연속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는 데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법칙이다. 이를테면 ‘건널목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변한다.’라거나 ‘맑은 날 우산을 들고 나갔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와 같은 것이다.

신간 <인생의 작은 법칙들>(프리윌.2009년)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들을 나타내는 작은 법칙을 소개한다. 저녁 모임이나 가벼운 술자리에서 화제로 삼을 만한 흥미로운 내용으로 위에서 소개한 마피의 법칙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법칙도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도 상당히 많다.

“매주 책을 한 권씩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애덤스의 법칙’은 호주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애덤스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에서 유래했다. 그는 20여 년 동안 주위의 작가, 편집자, 애서가, 서점 주인 등 책과 관련한 사람들과 가까이 해왔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예외 없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닫힌 마음의 비열한 마인드를 가졌을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매주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이야기지만 저자인 피터 피츠사이몬스는 이 책에서 소개된 법칙들 가운데 최소한 51%는 옳다고 말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동전 던져서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과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은 과학적으로 따지지 말고 재미로 읽어야 가치가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재미있는 법칙을 더 살펴보자. ‘2주의 법칙’이 있다. 상대가 약속 날짜를 정하라고 막무가내로 나오면, 2주 후로 시간을 정하는 게 좋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2주라는 시간은 상대방의 열을 식히기에 딱 좋은 시간이며, 일단 기다릴 만도 한 시간이라고 여기는 기간이다. 동시에 상대방이 잊어버리기에도 딱 좋은 시간이다.”(85쪽)
어느 정도 일리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남용하지는 마라. 약속은 인격이다.”라고 덧붙인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싱긋 미소를 짓지 않을까.

‘왼쪽 풍경의 법칙’도 재미있다. 국제선 장거리 여객기를 타고 갈 때 창밖의 좋은 경치를 즐기려면 비행기의 왼쪽에 앉으라고 말한다. 이유가 걸작이다. 기장석이 왼쪽에 있고, 기장은 항상 자신이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비행기를 조종하기 때문.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웃기는 법칙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교적인 자리에 나가 이 책에 소개되는 법칙 몇 개를 말한다면, 아마 분위기가 더욱 유쾌해질 것이다. 유머스러운 사람은 사회관계에서 인기가 좋다. 이 책은 당신을 사교적인 자리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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