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과 마법의 별 1
데이브 배리.리들리 피어슨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삽화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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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즘도 가끔 날아다니는 꿈을 꾸곤 한다. 멋진 날개가 있어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 손을 바삐 휘저으면 간신이 이쪽 산봉우리에서 멀지 않은 산봉우리까지 날아다닌다. 물론 이런 꿈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꾸는 꿈이어서 개꿈이라고 하지만 나이를 먹은 나이지만 이런 꿈을 꾼 날은 괜스레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아이들은 집에 있는 인형들이 사람이 모두 잠든 시간에 일어나서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혹은 인형들끼리 논다고 생각한다. 동화책에 그렇게 그려지고 있기에 아이들은 그 세계가 실제세계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동심의 세계이다. 이러한 동심은 크리스마스날 밤에는 산타 크로스 할아버지가 진짜로 집을 방문해 선물을 주고 간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머리가 좀 커지면 이 모든 것이 어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그들의 꿈과 자유로운 상상이 산산조각 깨지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이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인데,. 좀 더 어린이로 머물렀으면 좋으련만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물론 그 시절의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기에 오히려 동심을 잃기를 원하기도 한다. 동심을 단순히 유아적이라는 말과 동일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동심을 가지고 있으면 좀 아이 같다고 하기도 하고 나아가 철딱서니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고, 또 즐겁고 행복함까지 느끼게 된다. 철딱서니가 없다는 소리 좀 들으면 어떤가? 즐겁기 위해서는 품위를 좀 버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피터팬과 마법의 별 1,2> (노블마인. 2006년)을 읽으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사실 어떤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팔리게 되면 후편을 만든다. 그래서 시리즈로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유명한 <피터팬>의 전편이다. 결코 후속편이 아닌 것이다.

<피터팬>을 책으로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아마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만화영화는 다 보았을 것이다. 피터팬과 웬디, 후크선장, 요정 팅커벨 등 많은 등장인물과 만화 영화의 환상적인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도 어린 시절 본 영화이지만 여러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피터를 비롯해 몇 명의 고아들은 ‘런둔’으로 팔려가게 되어 ‘네버랜드’란 이름을 가진 배에 탑승한다. 그러나 이 배의 화물 중에는 이 책의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물건이 실려 있다. 트렁크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그것은 유성의 일부분인 별가루이다. 이 별가루는 사람을 날아다니게 할 수도 있고, 사람의 병을 고치게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게도 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를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이 책의 원제목에 있는 ‘별지킴이(Starcatcher)'이다. 하지만 이 별가루를 빼앗고자 하는 조직도 존재했다. 이 별가루를 차지하려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이 별가루를 통해서 피터팬은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또 평생 늙지 않는 즉, 어린이로 살아가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1,2 권을 합쳐 600쪽에 달하는 분량을 정말 쉼 없이 읽어나갔다. 다음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별가루를 빼앗으려는 해적과의 싸움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으며, 또 동물들과의 대화나 별가루의 놀라운 힘은 읽는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피터팬이 항상 어린이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슬픈 생각이 들었다. 삶의 즐거움은 나이의 변화에 따른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성숙해지고 또 남아 있는 삶이 점점 줄어들기에 삶에 좀더 애착을 가지는 맛에 있을 진데, 그것이 없다면 삶이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곧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나올 것이며, 또 봄에는 다시 후속으로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둘 다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것들을 기다리는 동안에 <피터팬>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오늘 밤에는 혹시 유성이 떨어질지도 모르니 하늘을 살펴봐야겠다. 혹시 내가 그 별가루를 주울지 누가 아는가? 만약에 내가 이를 손에 넣는다면 무엇에 쓸까? 그렇다면 나도 ‘별지킴이’의 일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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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우 여우비
이성강 원작, 하은경 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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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간직하는 것 같다. 항상 첫 번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첫 번째 기억만큼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뇌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백 살이나 먹은 암컷 새끼 여우가 있다. 백 살짜리 여우를 새끼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여우들이 천 살까지 산다고 하니 백 살짜리 여우는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열 살 가량이기 때문이다. 엄마 여우는 꼬리를 아홉 개 가지고 있는 구미호(九尾狐)이고 어린 여우는 아직 꼬리가 다섯 개뿐이 없는 어린 여우이다. 그러니 이 여우는 오미호(五尾狐)인 것이다. 이 오미호의 이름이 바로 이 책 <천년여우 여우비> (예담.2007년)의 주인공인 ‘여우비’인 것이다.

아직 어린 것 같은 오미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을 여러 가지 동물로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가장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여우비의 집이 있는 산 아래에 있는 폐교에서 방학을 맞아 캠프가 열린다. 바로 왕따들을 위한 캠프였다. 또래 집단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 것이다. ‘여우비’는 이 캠프에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해 참가하게 된다.

그 캠프에서 ‘여우비’는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금이’였는데, 금이를 만날 때마다 여우비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얼굴이 붉어지는 등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을 느낀다. 즉 10살이란 나이의 소녀인 여우비는 사춘기에 도달한 소녀였던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여우비는 그러나 사람되기를 포기한다. 그것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듯이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간을 먹어야 했던 것처럼 여우비도 한 사람의 영혼을 가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혼을 빼앗긴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생명이 끝이나는 것인데...여우비는 사람으로 변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금이와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를 위해서는 영혼을 가져야 하는데,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보다 오히려 더욱 휴머니즘을 가진 그녀의 모습에 인간으로서 부끄러움까지 느껴진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따스하고 떨리는 만남, 또 친구들과의 대립과 경쟁 등... 이미 이러한 시절을 지나 세상을 많이 살아와 이미 이러한 가슴 설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없어진 세대가 이 책을 읽어본다면 첫사랑 시절로 돌아가 여우비와 금이에게 감정이입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른들이 이미 잃어버린 순수의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세계는 읽는 이에게 가슴 떨림과 미소를 줄 수 있다.

이 책의 소재는 ‘전설의 고향’ 같은 TV드라마에 많이 소개된 것과 같으나 그 풀어내는 것은 아주 다르다. 환상적이고 순수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푸근한 미소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곧 이 책을 내용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가야겠다. 아이들과 그들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면 점점 기억을 잃어버려, 그러다가 자기 모습까지도 잊어버리게 되지. 그래서 어리고 예쁠 때 거울을 많이 봐두려고 해” 라는 대화는 내게 정말로 미소 짓게 했다. 여자들이, 특히 젊은 여자들이 시시때때로 거울을 보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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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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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이란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저자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장정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도 극히 단편적이거나 그의 표상에 한한 것이다. 장정일 하면 그의 외모가 먼저 떠오른다. 마치 현실에 적응치 못하는 반항아처럼 보이는 그의 헤어 스타일(?), 또 하나는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지적인 프로그램인 <TV 책을 말하다>를 진행할 정도로 지적인 모습의 장정일, 마지막 부분은 중학교 졸업이라는 학벌만 가지고도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벌 높은 사람을 비웃을 만큼 독서를 통한 내공이 상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 장정일의 모습이란 이처럼 단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책이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소설보다 어렵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한다. 그 이유는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작중 인물을 통해서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생각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없는 것이다. 물론 소설 전체적인 내용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나 마광수는 소설로 말미암아 고초를 겪었던 사람이긴 하지만...

 

여하튼 이 책의 내용은 작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그의 철학을 그대로 나타내 보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출판하기를 꺼리지 않나 하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이 밝혀질 수도 있는 이러한 책을 낸 것은 아마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아마도 장정일의 생각과 사고방식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장정일이 읽은 책의 독후감 성격을 가진 글들을 모은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한다고 소문이 난 그의 독서는 역시 대단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않는 책들, 다시 말해서 골치 아픈(?) 책들을 그가 많이 읽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읽은 책이라도 나오면 나는 매우 반가워 해당 부분을 더 열심히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것이 이 경우에 딱 들어 맞았다. 하지만 소개된 책 중 내가 읽은 것 보다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많았다.

 

시사성이 있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봐서 이 책에 수록된 글 중의 일부는 다른 매체에 투고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하는데,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그의 독서 방법을 볼 수 있다. 장정일은 주제와 관련된 여러 서적을 독서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음을 명쾌히 보여주고 있다. 일단 장정일은 독서를 통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도 그의 공부를 돕는 방법이 되는 것도 보여준다.

 

이 책의 부제는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이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책의 내용과 비교해서 좀 거창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무지를 밝히고 무지를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어떤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어느 편을 들든지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 이런 책들을 공부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그는 지식을 위해서 책을 읽는 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독서를 통한 그의 공부 방법이 오늘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제가 이 책의 어떤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인문학의 위기니 하는 등의 말이 떠도는 요즈음 마치 이런 위기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부제인데, 내가 보기에는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상술로서 부제를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학벌과 지적인 부분은 결코 정함수 관계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학벌이 높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야 지적일 수 있겠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있었다. 중학교 졸업의 학력만 가지고 있는 장정일 이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우리나라와 같이 아카데미즘을 중요시하고 있는 사회에서도 학벌보다도 오히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독서만으로 장정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장정일 같이 되는 경우는 아마도 희귀한 경우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장정일의 편협한 부분, 또 독선적인 부분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생각에 크게 동조하기도 했다. 아무튼 시사성 있는 세상 일들을 장정일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니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각 글에서 소개한 책 목록을 권말에 별도로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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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01-2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책을 말하다]를 뒤늦게 보니,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것은 출판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붙인 부제로 장정일 선생님 자신도 당황스러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장정일 선생님의 생각은, 그동안 써오던 [독서일기]의 후속작업으로, 고민하시는 문제를 정면에 놓고 책을 읽는 방식을 택하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정정일의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기 위한 독서일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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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든 살이나 먹은 할머니이고 이름은 나리이며, 지나온 생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나는 이 책의 화자이다. 때는 靑 말기 중국 남서부 후난성의 작은 마을 푸웨이에서 나는 태어났다.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난 나는 중매쟁이를 통해 이웃 마을에 사는 한 소녀와 평생 친구가 되는 계약을 맺게 되고, 그녀와의 관계는 평생 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이 책의 영문 원 제목에 나오는 설화(雪花, Snow Flower)였다. 설화와 나는 한날한시에 태어난다. 역학으로 보면 사주팔자가 같다는 의미이다.

두사람은 어려서 ‘랴오통(老同) 관계’를 맺는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러한 풍습은 ‘여자끼리 감정적인 결속으로 짝으로 묶여 평생을 벗으로 지내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보면 동성애 관계로 보여 지기도 하지만 육체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교류의 의미가 크다고 보여 진다. 둘은 성인이 되는 예식인 전족을 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친자매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며, 어찌 보면 결혼이후에도 연인 관계처럼 보일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오해로 인해 멀어지게 되고 마침내는....

전족(纏足)으로 인해 활동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누슈(女書)’와 랴오통은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족은 원래 여자가 부족한 중국에서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성행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시작된 전족은 이 책에서 보듯이 작은 발이 미인의 상징이었고 보통 크기의 발은 하녀나 몸 파는 여자들에게 해당되었다고 하니 어떤 면에서 문화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은 것 같다.

6세, 7세 정도의 어린 나이에 그러니까 뼈가 부드러운 시기에 전족을 시작하는데, 각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있는 성인 통과의례 중에서도 가장 어린 시기에 시작하며 다른 경우에 비해서 고통이 심하고 오래가며 그 영향이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잔인하다. 주인공에게 전족을 시키고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단다. 오직 인내를 통해서만 평화를 찾을 수 있어, 네 발을 이렇게 감싸고 묶는 사람은 나지만 보상을 네가 받을 거야.”

즉 전족으로 인해 작아진 발(7센터미터)은 좋은 혼처를 마련해주었으며, 또 시댁사람들에게는 출산의 고통뿐만 아니라 어떤 불행에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자제심과 능력을 보여 주는 징표였다. 또 남편에게는 성적 매혹의 도구로 작용했다고 하니 잔인한 페티시즘의 전형처럼 보인다.

남자세계에서는 한문이 사용되었음에 반해 누슈(女書)는 여자끼리만 통하던 글로서 여성들이 이 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부채에 서로가 교대로 편지 스타일로 글을 써서 우정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전족으로 인하여 다리를 잃어버린 중국의 여자들에게 누슈와 랴오통은 큰 의미였다고 보여 진다. 특히나 누슈는 여성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항상 한 왕조의 말기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사람들은 항상 커다란 어려움에 빠진다. 민란이나 전쟁, 전염병 등 남성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건들이 흔히 벌어지며, 또한 그러한 시기에 여자는 항상 더 어려운 법이다. 이 책에서도 보면 여성들이 전혀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의 비참함과 여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질곡을 볼 수 있었으며, 남존여비로 인해 깊게 배어 있는 여자들의 성 콤플렉스는 남자인 내가 보더라도 가슴이 쓰리다.

2권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은 마치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식이나 마을의 풍경 등을 실감나게 표현한 것은 저자가 실제로 그곳에 방문하여 실제로 보고, 듣고, 겪고 느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태어나고 LA에서 자란 저자인데 책의 표지 날개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면 어쩐지 동양인 같은 느낌이 난다. 저자 소개부분을 보니 그녀의 고조부 시대에 미국 대륙 횡단열차 건설을 위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의 후손이었다. 다만 중간에 백인과 혼혈이 되면서 백인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이 책에서 동양인의 마음과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았었던 것은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것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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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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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동물들처럼 발 네 개가 아닌, 발은 두 개 그리고 팔도 두 개가 주어져서 팔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도구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따듯하게 포옹해주라는 의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과 포근함, 또 따스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는 우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시에서 배우는 사랑인가 보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2004 10월부터 2005 8월까지 <문학의 숲>에 연재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거의 1년을 연재한 만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글의 주제를 정하여 쓰여졌다.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에 맞는 국내외의 시들을 선별하여 저자는 독자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실상 천양희라는 시인을 처음 알았다. 이는 당연히 내가 시를 잘 모르고, 시를 잘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것이 바로 작년 년 말에 시 낭송회에 참석했을 때 받은 신경림씨가 엮은 <처음처럼> (다산책방, 2006)이 처음이었다. 길지도 않은, 아니 어떤 경우에는 불과 몇 줄에 불과한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함축해서 독자들에게 마치 한 권의 책이 주는 의미를 부어주는 시인들의 능력에 정말 홀딱 반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은 내 생애에 두 번째로 읽는 시집이다. 아니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시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시인은 산문을 써도 시다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이 책은 시를 주제로 한 에세이지만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또 문장 한줄한줄이 그대로 시처럼 느껴졌다. 빨리 읽으면 그 맛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었으며, 어떤 부분은 소리 내어 읽기조차 했다.

 

이 책에는 표지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까지도 시와 함께 펼쳐져 있어, 읽으면서도 시각이 즐거웠다. 100년 혹은 200년 전의 유럽 세계에서 쓰여진 시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21세기 한국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시 속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양희시인은 이 책에서 독자들을 숲 속으로 안내하며 숲의 아름다움을 설명을 해준다. 정말 아름다운 숲이다. 푸르른 숲은 보는 이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소리는 어떠한가! 또 숲이 주는 향기는 후각에까지 떨림을 준다.

 

천양희시인이 독자들에게 데려간 숲은 바로 시의 숲이었다. 그 숲에서 들여오는 소리 중 이 소리가 가장 내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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