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인간에게는 동물들처럼 발 네 개가 아닌, 발은 두 개 그리고 팔도 두 개가 주어져서 팔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도구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따듯하게 포옹해주라는 의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과 포근함, 또 따스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는 우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시에서 배우는 사랑인가 보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2004 10월부터 2005 8월까지 <문학의 숲>에 연재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거의 1년을 연재한 만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글의 주제를 정하여 쓰여졌다.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에 맞는 국내외의 시들을 선별하여 저자는 독자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실상 천양희라는 시인을 처음 알았다. 이는 당연히 내가 시를 잘 모르고, 시를 잘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것이 바로 작년 년 말에 시 낭송회에 참석했을 때 받은 신경림씨가 엮은 <처음처럼> (다산책방, 2006)이 처음이었다. 길지도 않은, 아니 어떤 경우에는 불과 몇 줄에 불과한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함축해서 독자들에게 마치 한 권의 책이 주는 의미를 부어주는 시인들의 능력에 정말 홀딱 반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은 내 생애에 두 번째로 읽는 시집이다. 아니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시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시인은 산문을 써도 시다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이 책은 시를 주제로 한 에세이지만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또 문장 한줄한줄이 그대로 시처럼 느껴졌다. 빨리 읽으면 그 맛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었으며, 어떤 부분은 소리 내어 읽기조차 했다.

 

이 책에는 표지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까지도 시와 함께 펼쳐져 있어, 읽으면서도 시각이 즐거웠다. 100년 혹은 200년 전의 유럽 세계에서 쓰여진 시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21세기 한국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시 속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양희시인은 이 책에서 독자들을 숲 속으로 안내하며 숲의 아름다움을 설명을 해준다. 정말 아름다운 숲이다. 푸르른 숲은 보는 이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소리는 어떠한가! 또 숲이 주는 향기는 후각에까지 떨림을 준다.

 

천양희시인이 독자들에게 데려간 숲은 바로 시의 숲이었다. 그 숲에서 들여오는 소리 중 이 소리가 가장 내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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