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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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팔아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양심을 팔아본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오랜 동안 괴로워한다. 과연 양심을 팔 만큼 그 이익이 컸었던지 작았었던지 상관없이 후회할 것이다. 다만 이런 일이 자주 반복이 된다면 아마 그는 더 이상 양심을 파는 것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런 그의 행위가 발각이 된다면 그는 자신의 양심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거나, 주위로부터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나의 양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마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심을 팔수록 양심의 가치는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것은 명백할 것이다.

인간이란 동물의 본성에는 아마도 양심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양심을 버리는 것도 본능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중한 본능을 버리게 되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한 대로 이익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아마 명예, 권력, 돈일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주로 남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양심을 팔고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은 거의 남자인 것을 독자들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철저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사기나 속임수가 과학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니 과학자들의 세계는 그냥 시장 상황이나 별 반 차이가 없다.

인간 사회는 항상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 존재한다. 로또를 보라 1등에게 상금이 집중되고 있지 않은가. 과학자들의 세계도 제일 처음 발견하고 알아낸 사람들에게만 모든 것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속임수와 사기를 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2등에게 주어지는 것은 쓰라린 가슴을 가지고 승자를 바라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1등의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것이 본성이다.

과학자들은 1등이 되기 위해 '다듬기(trimming)'를 하고 ‘요리(cooking)’한다. 다듬기란 “평균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는 관측치들을 여기저기 조금씩 깎아내서 너무 작은 값에 붙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험결과가 자신이 예측하고 있는 형태로 도출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든 가설에 맞추어 데이터를 다듬는다는 의미이다. 또 요리하기의 목적은 “평범한 관찰을 정확도가 가장 높은 특성과 형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요리하기의 대표적인 방법은 관찰횟수를 늘려서 그 중에서 합치하거나 합치에 거의 가까운 결과만을 선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예상한 결과에 맞추어 데이터를 요리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 사기의 방법을 분명히 밝힐 만큼 과학에서 사기는 보편적인 것인가 보다.

기원전부터 과학에 속임수가 등장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과학을 시작하면서부터 사기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서기 2세기의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우스는 실제로 수행하지도 않은 천문현상을 측정했서 발표했다고 하며, 아이작 뉴턴의 경우도 날조한 데이터를 삽입했다고 하니 어찌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본은 1982년에 출간된 책이다. 아마 최근에 출간이 되었다면 황우석 사건도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 동물들도 동료들에게 사기를 치는 현상이 발견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기나 거짓은 생존에 필요하기에 진화에서 선택된 능력일 것이다. 사기를 포기하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면 인간사회에서 특히나 과학의 세계에서 사기나 속임수를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승자독식이라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인 질서로 존재하는 한 인간의 본성은 끊임없이 사기를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주 인간적이지 않은가.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데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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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 - 황성혜의 파리, 파리지앵 리포트
황성혜 지음 / 예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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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해, 파리>(예담.2007년)는 기자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로 유학 간 저자 황성혜의 눈에 비친 파리의 모습과 파리지엥의 삶에 대해 부드럽게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직업이 기자이기에 글이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우리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감성적인 글이다.

이 책에서 보면 새로운 문화의 충격 속에서도 그녀는 오히려 그 충격을 즐기는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충분히 자신의 그릇에 담을 줄 아는 감수성과 여유로움이 있었기에 그녀는 파리의 아웃 사이더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파리지엥보다 더 프렌치에 가까이 자리하고 있음을 독자들은 알아챌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도 ‘사랑해, 파리’라고 지었을 것이다.

이 책 중간 중간 펼쳐져 있는 파리의 정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매 사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독자들은 사진을 통해서 저자가 글로서 다 못한 말들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며, 또한 저자의 글에 대해서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역시 파리는 화려한 도시이다. 예술과 문화, 최고급 의상제품 등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도시의 면모도 보여준다. 하지만 파리는 어두운 측면도 같이 하고 있다. 그것은 인종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 구성원의 피부색을 한 번 보라. 검은 색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백인의 얼굴이지만 지단과 같이 북부 아프리카 출신도 있다. 프랑스 주류가 아닌 그 이민자들에게 파리는 결코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다.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외침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톨레랑스(관용)에서 엥테그라시옹(통합)으로 그들이 나아갈 길을 수정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민자이지만 이미 프렌치가 되어 있는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니 말이다. 하지만 엥테그라시옹은 아직도 구호에 머물고 있다. 간혹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프랑스 소식은 암울한 기사뿐이니 말이다..

파리는 흔히 아름다운 도시라고 일컬어진다.

“도시가 아름답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259쪽)

하지만 위에서 말한 저자의 표현 같이 파리는 아름답지만 그 도시 안에서 살고 있는 파리지엥의 모습 하나하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표현한다. 뭐, 인간이 살고 있는 어느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 다리 난간에 기대어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 옆에서 부르는 샹송을 들으며 달을 보고 있으며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놈의 피곤한 도시는 어쩌자고 내 마음을 이렇게 가져가버린 건가’, 그녀의 아음을 빼앗은 것은 바로 파리였던 것이고, 그녀는 사랑하는 파리와 내일 헤어져야 하는 마당이니 슬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쓴 이 책은 정말 사랑하는 애인에게 쓴 편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가면 파리는 반드시 간다고 볼 수 있다. 파리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그리 낯선 곳은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에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샹젤레제 거리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몽마르트르에서 화가들을 만나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황성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러한 파리의 표면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사소함이다. 단순히 관광객의 눈에 비친 파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그곳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유학을 간 그녀가 쓴 이 책에 학교 얘기가 없는 것은 어쩐 일인가? 파리에게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겪은 그녀에게는 학교생활도 상당히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 이 책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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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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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기본적인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지구의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이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먹이는 자연 속에 있으며,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 식물은 그것들을 자연 그대로 섭취한다.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하고 가공하여 먹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화려한 음식 문화를 가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은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도 하지만 우리를 망가뜨리고도 있다.

 

아직도 우리의 몸은 구석기시대 사람과 같지만 너무도 빠른 변화에 우리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에 각종 질병도 생긴다. 산업 사회 이후 시간에 대한 압박과 빠른 변화, 이에 따른 패스트 푸드 등에 인간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활하고 먹어야만 우리는 건강하고 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책에 이에 대한 해답이 있다.

 

이 책<농부의 밥상>(소나무.2007)에는 10가구의 농부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란 자연 그대로에 가깝게 경작을 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수확한 농작물을 가장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만들어서 먹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은 오래 전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농사만 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산과 들에 있는 각종 야채나 나물들을 밥상에 올리고 있다. 이러한 삶이 바로 여유 있는 삶(Slow life)이고 풍요로운 식탁(Slow Food)인 것이다.

 

“ 깻잎짠지를 빼놓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깻잎짠지를 하려면 우선 깻잎을 따 손질하는 것부터 일이 시작된다. 가을에 따면, 낮에는 손질할 시간이 없어 밤에 꾸벅꾸벅 졸면서 ‘깐총거린다, 한 잎 한 잎 차곡차곡 정리한다는 말이다. 깐총거린 깻잎을 적당량씩 실로 꽁꽁 묶어 항아리에 넣고 돌로 꼭 눌러 놓고는 물을 부어 삭힌다.

이 책 93쪽에 있는 이 문장을 읽으며 저자의 우리말에 대한 출중한 능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음식 만드는 법까지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은 저자의 글 솜씨에도 반하지만 직접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많은 음식과 농부의 삶에 대한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눈도 즐겁게 해준다.

 

저자 서문에 보면 “농사를 지으면서 처음으로 나는 사람이 자연 안의 한 생명체임을 실감했다.(6)라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잡지사 기자와 방송국 작가로 일하다가 귀농하여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 그가 유기농 대표 농부 10가구을 찾아서 취재하여 <귀농통문> 2003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다. 즉 저자는 귀농하여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하던 자연의 참모습을 찾으며, 자연에 대해 사랑과 경외까지도 느끼고 있는 것을 독자들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TV에서는 우리의 건강을 오로지 먹거리에서 찾고자 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먹는 것으로 건강을 누릴 수는 없다고 본다. 자연 속에서 적응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한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까 자연 안에서 활동하고 먹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존재임에도 우리는 산업 사회이후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고, 자연을 인간의 마음대로 변형하고 마구 훼손하고 있다. 이것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인간을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산업 사회 이후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생활은 편리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자연과 괴리된 삶은 결코 우리에게 안락함과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결국 편리함의 추구는 다른 그늘을 우리에게 드리우게 된 것이리라. 결코 세상에는 대가 없이 공짜로 생기는 것은 없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농부 10가구의 구성원들은 철저히 자연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아니 그들은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생명에 대한 사랑을 마음 속 깊숙이 지니고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밥상에 올라갈 음식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짓고, 동물을 기르고 또 산이나 들에 있는 온갖 먹거리들을 채집하고 있다. 결코 그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이 자연의 순환에 맞추어 여유 있게 노동을 하고(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 노동의 결과는 그들에게 투박하고 조촐하지만 인간적인 밥상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이 현대 도시인들이 잊어버린 슬로 라이프와 슬로 푸드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삶이 부러워 정말 귀농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온다. 귀농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텃밭 정도는 가꾸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패스트 라이프와 패스트 푸드에 젖어있는 우리의 생활은 우리를 망쳐놓고 말 것이고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않을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이들로부터 단순히 먹거리를 챙기는 것만 배울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을 배우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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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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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로 일컫는 TV가 우리들을 영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 책 <바보상자의 역습(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비즈앤비즈.2006년)은 이 물음에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TV 뿐만이아니라 게임, 인터넷, 영화도 우리들의 지능지수를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대중’은 바보 같고 단순한 즐거움을 원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거대 미디어 회사들은 대중이 원하는 것 떠 먹여주고 있었다고 말이다. 대중문화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중문화는 갈수록 지적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저자(스티븐 존슨)은 독자들에게 힘주어 말한다. 스티브 존슨이란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사람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이머전스(Emergence)>와 <굿바이 프로이트(Mind Wide Open)>라는 아주 지적인 그의 책들이 소개되었다. 이런 그가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쾌변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대변하는 말로 슬리퍼 커브(Sleeper Curve)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슬리퍼란 우디 알렌의 영화 <슬리퍼>에서 따온 말로 “지방이나 스테이크, 크림파이와 같이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겨지는 음식들이 실제로는 몸에 좋은 것이었다고 말하는 <슬리퍼>의 미래 과학자의 입을 빌어, 지금 우리가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대중문화가 가치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이 책의 번역자는 말하고 있다.

스티브 존슨은 이러한 자신의 논지를 밀고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인용하고 나아가 과학적인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논지가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대중문화가 우리의 지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만약 본격적으로 연구해본다면 저자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생각에 반대하는 쪽에 돈을 걸고 싶다. 나는 TV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철저히 믿는다.

우리 대부분은 소설을 먼저 본 후 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영화가 소설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지 못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왜 일까?

소설은 읽는 사람이 능동적이어야만 한다. 쉽게 얘기해 읽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영화나 TV시청은 적극적일 필요는 없다. 즉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제작자 측의 의도대로 이끌려 갈 뿐이다. 그리고 책은 읽는 사람이 스스로 내용의 전달을 조절할 수 있다. 즉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천천히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지나온 내용을 정리할 수도 있고, 또 중요한 것은 읽으면서 우리의 머릿속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우리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TV나 영화는 어디 그런가! 우리 스스로 템포나 리듬을 조절할 수도 없고,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영상이 우리의 머리 안에 가득 들어 있어 우리가 상상할 공간이 이미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논리에 전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결론에는 반대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논지가 과학적이라는 판정을 받기 위해 많은 자료를 원용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논리적인 구성을 가져간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들이 다 ‘예스’라고 할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무척어려운 것인데, 저자는 독자들에게 통념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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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이력서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오영욱 그림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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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하느님의 이력서>(예담. 2007년)에서는 하느님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라고 보여 진다. 그러나 한글 제목은 하느님이라고 표현한다. 즉 이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한 기독교의 하나님이다. 그가 이제 할 일이 없어져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구의 한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기업의 인사부장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뭔가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평가를 받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독자들에게 웃음도 주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하고 있다.

달은 밤에 너무 어둡기에 조명 용도로 만들었다고 하고, 바람을 만든 이유는 부채를 잊어버려서 라고 하며, 또 인간(인사부장)에게 야단을 맞는 하느님의 모습은 읽는 사람들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하기도 하지만, 하느님이 인간에게 하는 경고는 그대로 독자들을 움츠리게도 한다.

두 번째 날 면접을 보러 가면서 하느님은 일반인 복장을 하고 간다. 그러자 인사부장은 하느님의 복장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하나님이 되기로 했소”. 인간을 하나님의 모습으로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내용을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닮기로 했다....이렇게 이 책은 하느님에 대한 면접이 아니라 조롱과 하느님의 변명으로 짜여 있다.

석유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땅 속에 묻은 것인데, 호모 사피엔스가 이 쓰레기를 퍼 올려 전 지구를 오염시켰다는 표현에서 하느님의 기지 넘치는 대답에 웃었으며. 또 저자의 적절한 표현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인사부장이 하느님에게 모기를 만든 이유를 묻자 하느님은 새들의 먹이로 만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인간들은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 것으로 생각을 한다. 지구에 모든 것은 인간에게 이롭기를 원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해로운 것을 만든 하나님을 원망하는데, 실은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것을... 만일 성경의 표현대로 인간을 지구의 주인으로 만들었다면 하느님은 실수하신 것 같이 생각이 든다.

왜 지구를 둥글게 만들었냐는 인사부장의 말에 정육면체로 지구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서리에 않게 될 사람의 불편함 때문에 둥글게 만들었다는 이유를 댄다. 이렇듯 이 책 곳곳에서 하나님을 희화화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읽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읽다보며 하느님의 말 속에서 인간들의 잘못을 은근히 꼬집어 나무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읽으면서 슬며시 웃고는 있지만 결코 통쾌하게 웃을 수는 없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어쩌면 독자들은 인사부장과의 면접과정에서 인간과 비슷한 문답과정에서 보여 주는 하느님의 모습 속에서 페이소스(pathos)를 읽을 수도 있다.

붉은 머리카락에 피부도 거친 영국 사람을 만든 것은 재고품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에서는 저자가 영국인에 반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이 보여 좀 유치한 느낌도 들었다.

정말 인간과 가까운 하느님의 모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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