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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평점 :
양심을 팔아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양심을 팔아본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오랜 동안 괴로워한다. 과연 양심을 팔 만큼 그 이익이 컸었던지 작았었던지 상관없이 후회할 것이다. 다만 이런 일이 자주 반복이 된다면 아마 그는 더 이상 양심을 파는 것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런 그의 행위가 발각이 된다면 그는 자신의 양심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거나, 주위로부터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나의 양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마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심을 팔수록 양심의 가치는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것은 명백할 것이다.
인간이란 동물의 본성에는 아마도 양심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양심을 버리는 것도 본능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중한 본능을 버리게 되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한 대로 이익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아마 명예, 권력, 돈일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주로 남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양심을 팔고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은 거의 남자인 것을 독자들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철저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사기나 속임수가 과학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니 과학자들의 세계는 그냥 시장 상황이나 별 반 차이가 없다.
인간 사회는 항상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 존재한다. 로또를 보라 1등에게 상금이 집중되고 있지 않은가. 과학자들의 세계도 제일 처음 발견하고 알아낸 사람들에게만 모든 것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속임수와 사기를 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2등에게 주어지는 것은 쓰라린 가슴을 가지고 승자를 바라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1등의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것이 본성이다.
과학자들은 1등이 되기 위해 '다듬기(trimming)'를 하고 ‘요리(cooking)’한다. 다듬기란 “평균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는 관측치들을 여기저기 조금씩 깎아내서 너무 작은 값에 붙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험결과가 자신이 예측하고 있는 형태로 도출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든 가설에 맞추어 데이터를 다듬는다는 의미이다. 또 요리하기의 목적은 “평범한 관찰을 정확도가 가장 높은 특성과 형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요리하기의 대표적인 방법은 관찰횟수를 늘려서 그 중에서 합치하거나 합치에 거의 가까운 결과만을 선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예상한 결과에 맞추어 데이터를 요리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 사기의 방법을 분명히 밝힐 만큼 과학에서 사기는 보편적인 것인가 보다.
기원전부터 과학에 속임수가 등장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과학을 시작하면서부터 사기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서기 2세기의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우스는 실제로 수행하지도 않은 천문현상을 측정했서 발표했다고 하며, 아이작 뉴턴의 경우도 날조한 데이터를 삽입했다고 하니 어찌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본은 1982년에 출간된 책이다. 아마 최근에 출간이 되었다면 황우석 사건도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 동물들도 동료들에게 사기를 치는 현상이 발견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기나 거짓은 생존에 필요하기에 진화에서 선택된 능력일 것이다. 사기를 포기하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면 인간사회에서 특히나 과학의 세계에서 사기나 속임수를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승자독식이라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인 질서로 존재하는 한 인간의 본성은 끊임없이 사기를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주 인간적이지 않은가.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데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