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이력서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오영욱 그림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하느님의 이력서>(예담. 2007년)에서는 하느님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라고 보여 진다. 그러나 한글 제목은 하느님이라고 표현한다. 즉 이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한 기독교의 하나님이다. 그가 이제 할 일이 없어져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구의 한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기업의 인사부장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뭔가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평가를 받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독자들에게 웃음도 주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하고 있다.

달은 밤에 너무 어둡기에 조명 용도로 만들었다고 하고, 바람을 만든 이유는 부채를 잊어버려서 라고 하며, 또 인간(인사부장)에게 야단을 맞는 하느님의 모습은 읽는 사람들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하기도 하지만, 하느님이 인간에게 하는 경고는 그대로 독자들을 움츠리게도 한다.

두 번째 날 면접을 보러 가면서 하느님은 일반인 복장을 하고 간다. 그러자 인사부장은 하느님의 복장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하나님이 되기로 했소”. 인간을 하나님의 모습으로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내용을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닮기로 했다....이렇게 이 책은 하느님에 대한 면접이 아니라 조롱과 하느님의 변명으로 짜여 있다.

석유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땅 속에 묻은 것인데, 호모 사피엔스가 이 쓰레기를 퍼 올려 전 지구를 오염시켰다는 표현에서 하느님의 기지 넘치는 대답에 웃었으며. 또 저자의 적절한 표현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인사부장이 하느님에게 모기를 만든 이유를 묻자 하느님은 새들의 먹이로 만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인간들은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 것으로 생각을 한다. 지구에 모든 것은 인간에게 이롭기를 원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해로운 것을 만든 하나님을 원망하는데, 실은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것을... 만일 성경의 표현대로 인간을 지구의 주인으로 만들었다면 하느님은 실수하신 것 같이 생각이 든다.

왜 지구를 둥글게 만들었냐는 인사부장의 말에 정육면체로 지구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서리에 않게 될 사람의 불편함 때문에 둥글게 만들었다는 이유를 댄다. 이렇듯 이 책 곳곳에서 하나님을 희화화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읽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읽다보며 하느님의 말 속에서 인간들의 잘못을 은근히 꼬집어 나무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읽으면서 슬며시 웃고는 있지만 결코 통쾌하게 웃을 수는 없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어쩌면 독자들은 인사부장과의 면접과정에서 인간과 비슷한 문답과정에서 보여 주는 하느님의 모습 속에서 페이소스(pathos)를 읽을 수도 있다.

붉은 머리카락에 피부도 거친 영국 사람을 만든 것은 재고품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에서는 저자가 영국인에 반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이 보여 좀 유치한 느낌도 들었다.

정말 인간과 가까운 하느님의 모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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