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해 파리 - 황성혜의 파리, 파리지앵 리포트
황성혜 지음 / 예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사랑해, 파리>(예담.2007년)는 기자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로 유학 간 저자 황성혜의 눈에 비친 파리의 모습과 파리지엥의 삶에 대해 부드럽게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직업이 기자이기에 글이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우리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감성적인 글이다.
이 책에서 보면 새로운 문화의 충격 속에서도 그녀는 오히려 그 충격을 즐기는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충분히 자신의 그릇에 담을 줄 아는 감수성과 여유로움이 있었기에 그녀는 파리의 아웃 사이더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파리지엥보다 더 프렌치에 가까이 자리하고 있음을 독자들은 알아챌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도 ‘사랑해, 파리’라고 지었을 것이다.
이 책 중간 중간 펼쳐져 있는 파리의 정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매 사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독자들은 사진을 통해서 저자가 글로서 다 못한 말들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며, 또한 저자의 글에 대해서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역시 파리는 화려한 도시이다. 예술과 문화, 최고급 의상제품 등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도시의 면모도 보여준다. 하지만 파리는 어두운 측면도 같이 하고 있다. 그것은 인종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 구성원의 피부색을 한 번 보라. 검은 색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백인의 얼굴이지만 지단과 같이 북부 아프리카 출신도 있다. 프랑스 주류가 아닌 그 이민자들에게 파리는 결코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다.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외침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톨레랑스(관용)에서 엥테그라시옹(통합)으로 그들이 나아갈 길을 수정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민자이지만 이미 프렌치가 되어 있는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니 말이다. 하지만 엥테그라시옹은 아직도 구호에 머물고 있다. 간혹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프랑스 소식은 암울한 기사뿐이니 말이다..
파리는 흔히 아름다운 도시라고 일컬어진다.
“도시가 아름답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259쪽)
하지만 위에서 말한 저자의 표현 같이 파리는 아름답지만 그 도시 안에서 살고 있는 파리지엥의 모습 하나하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표현한다. 뭐, 인간이 살고 있는 어느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 다리 난간에 기대어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 옆에서 부르는 샹송을 들으며 달을 보고 있으며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놈의 피곤한 도시는 어쩌자고 내 마음을 이렇게 가져가버린 건가’, 그녀의 아음을 빼앗은 것은 바로 파리였던 것이고, 그녀는 사랑하는 파리와 내일 헤어져야 하는 마당이니 슬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쓴 이 책은 정말 사랑하는 애인에게 쓴 편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가면 파리는 반드시 간다고 볼 수 있다. 파리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그리 낯선 곳은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에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샹젤레제 거리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몽마르트르에서 화가들을 만나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황성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러한 파리의 표면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사소함이다. 단순히 관광객의 눈에 비친 파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그곳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유학을 간 그녀가 쓴 이 책에 학교 얘기가 없는 것은 어쩐 일인가? 파리에게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겪은 그녀에게는 학교생활도 상당히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 이 책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