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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바보상자로 일컫는 TV가 우리들을 영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 책 <바보상자의 역습(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비즈앤비즈.2006년)은 이 물음에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TV 뿐만이아니라 게임, 인터넷, 영화도 우리들의 지능지수를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대중’은 바보 같고 단순한 즐거움을 원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거대 미디어 회사들은 대중이 원하는 것 떠 먹여주고 있었다고 말이다. 대중문화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중문화는 갈수록 지적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저자(스티븐 존슨)은 독자들에게 힘주어 말한다. 스티브 존슨이란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사람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이머전스(Emergence)>와 <굿바이 프로이트(Mind Wide Open)>라는 아주 지적인 그의 책들이 소개되었다. 이런 그가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쾌변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대변하는 말로 슬리퍼 커브(Sleeper Curve)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슬리퍼란 우디 알렌의 영화 <슬리퍼>에서 따온 말로 “지방이나 스테이크, 크림파이와 같이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겨지는 음식들이 실제로는 몸에 좋은 것이었다고 말하는 <슬리퍼>의 미래 과학자의 입을 빌어, 지금 우리가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대중문화가 가치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이 책의 번역자는 말하고 있다.
스티브 존슨은 이러한 자신의 논지를 밀고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인용하고 나아가 과학적인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논지가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대중문화가 우리의 지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만약 본격적으로 연구해본다면 저자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생각에 반대하는 쪽에 돈을 걸고 싶다. 나는 TV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철저히 믿는다.
우리 대부분은 소설을 먼저 본 후 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영화가 소설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지 못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왜 일까?
소설은 읽는 사람이 능동적이어야만 한다. 쉽게 얘기해 읽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영화나 TV시청은 적극적일 필요는 없다. 즉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제작자 측의 의도대로 이끌려 갈 뿐이다. 그리고 책은 읽는 사람이 스스로 내용의 전달을 조절할 수 있다. 즉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천천히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지나온 내용을 정리할 수도 있고, 또 중요한 것은 읽으면서 우리의 머릿속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우리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TV나 영화는 어디 그런가! 우리 스스로 템포나 리듬을 조절할 수도 없고,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영상이 우리의 머리 안에 가득 들어 있어 우리가 상상할 공간이 이미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논리에 전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결론에는 반대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논지가 과학적이라는 판정을 받기 위해 많은 자료를 원용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논리적인 구성을 가져간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들이 다 ‘예스’라고 할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무척어려운 것인데, 저자는 독자들에게 통념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모습이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