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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앙 보고서 -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 E Travel 1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섭씨 0.6~1도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 계속 화석 연료를 사용한다면 앞으로 100년 안에 무려 5도 정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온도 1도의 상승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일교차만 하더라도 10도 이상이나 차이가 나기에 이 정도는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의 체온을 한 번 생각해보자. 체온이 1도만 높아지더라도 우리 몸은 이 열을 내리기 위해 우리 몸 안의 에너지를 사용해 땀을 내서 체온을 낮추는 체온 자동 조절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러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체온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하지만 체온이 5도가 올라간다고 하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의 생명에 관계가 되는 문제가 된다. 5도가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5도라는 작은 온도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을 만큼 큰 온도이다. 그런데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의 온도가 5도가 상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위적 강제력(anthropogenic forcing)’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 변동을 말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가 더워진 원인의 약 80%가 인간에 의한 것이며 자연적으로 된 것은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이 쉬워질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원인 제공을 한 인간의 행위를 없애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우선은 태양 에너지가 제일 가까이 있을 것이고, 또 수소 에너지 이용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에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시설에도 재생 불가능한 지구의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고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의 활용도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이 위기이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5도 상승한다면 지구의 모든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아마 그린란드의 빙상이나 서남극 빙상이 녹는다면 해수면의 높이가 지금보다 11미터는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육지 공간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는 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는 45억 년 전에 생성된 후 끊임없이 기후 변동이 있어왔다. 이런 변화로 말미암아 지구의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또 새로 태어났을 만큼 극단적인 변화도 많이 있었지만 이는 자연 질서의 일부이다. 하지만 인위적 강제력으로 인해 지구의 변화가 급격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살펴보면 해류 패턴의 변화, 지구 궤도의 변화, 태양 에너지 양의 변화, 화산 분화, 빙하 등 매우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기후가 결정되는 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간의 과학 수준은 아직도 이 지구의 비밀을 밝혀내기에는 초보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제임스 러브록의 유명한 책 <가이아>를 보면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하는 ‘가이아 가설’이 나온다. 지구는 유기체와 같기에 항상성이 있어서, 항상 정상적인 평형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가설은 환경론자들이나 회의적 환경론자들 모두에게 인용된다. 특히나 회의적 환경론자들은 이대로 놔두어도 ‘가이아 가설’ 덕분에 지구는 평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성도 임계치가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몸을 한 번 예를 들어보더라도 그렇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의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깨지면 병에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한다. 그 균형이 깨지는 점이 바로 임계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도 그 임계치가 존재할 것인데,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그 임계치가 얼마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회의적 환경론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는 흔히 과학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다. 즉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하지만 아직 자연의 원리를 파헤치지 못하는 인간 과학 수준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해서 이를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무시한다면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가 재연된다는 것에 나는 돈을 걸겠다.
이 책은 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2005년 봄호 <뉴요커 New Yorker>지에 기사 세 편을 올린 것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지구의 재앙이 다가오는 무수히 많은 현장을 답사하며 해당 전문가들을 만나보는 등 발품을 팔며 글을 쓰고 있다. 저널리스트의 철저한 직업 정신 속에서 마치 미스터리를 파헤치려는 탐정과 같이 활동하는 그녀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이 책은 환경 관련 책자들이 가지고 있는 ‘선동적’인 면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사실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으로 보여진다.
‘내일이면 늦으리!’.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일 것이다. 정말 우리는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어리석은 인간의 마지막 이성을 기대하며 희망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