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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이 사랑한 천재들 -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ㅣ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1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7년 2월
평점 :
비엔나 커피(Vienna coffee)의 부드러운 크림 맛을 나는 좋아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스트리아와 오스만 투르크의 전쟁 결과 생겨난 커피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비엔나! 다른 말로 하면 빈(Wien)이다. 빈에 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곳에는 항상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도 한다. 이 책 <빈이 사랑한 천재들>(열대림. 2007년)은 빈에서 활동한 6명의 천재들을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이 책 제목에서처럼 빈이 그들을 사랑했을까?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브르크너, 브람스, 슈트라우스 말러가 빈 출신 음악가들이다. 그러니 빈이란 도시에서는 항상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은 월드컵이 열린 해이기도 하지만, 모차르트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오스트리아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모차르트 마케팅을 퍼부었다. 그 덕에 빈과 모차르트의 탄생지인 잘츠부르크에는 엄청난 관광객이 몰렸다고 하니, 위대한 예술가 한 명의 위력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 모차르트도 이곳 빈에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본 그의 삶은 우울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조차도 그의 교향곡 몇 곡의 음조는 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다. 또 저자는 베토벤을 만난다. 음악가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청력을 잃으면서도 작품에 몰두하는 베토벤의 모습과 이로 인한 인간적인 갈등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읽는 나도 괜스레 슬퍼진다.
저자는 그곳에서 또 클림트, 코코슈카, 실레, 쇤베르크와 같은 화가들을 만난다. 클림트와 실레는 내가 알고 있는 화가이다. 클림트는 작년에 그에 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기에 내게는 더욱 친숙히 다가온다.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던 클림트였지만, 클림트를 차지한 마지막 승자는 에밀리 플뢰게 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바로 에밀리 플레게를 보고 싶어 박물관으로 향한다. 카를츠 광장의 빈 역사박물관으로 간 저자는 에밀리를 먼저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에곤 실레의 <자화상>도 오스카 코코슈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대작들 도 지나친다.. 그가 만나고 싶어하던 에밀리 플레게는 벽면의 중앙 부분에 서 있었으며, 턱을 살짝 쳐든 오만하고 도도한 모습이라고 이 책에 적혀져 있다. 내가 그곳에 갔더라도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나도 클림트의 키스 같은 작품보다도 오히려 에밀리 플레게를 만나고 싶어했을 것이다. 황금빛 에로티시즘의 거장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스>보다도 나는 클림트의 사랑을 차지한 에밀리 플뢰게라는 여자에게 더욱 마음이 끌린다.
지그문트 프로이드! 그의 학문적인 업적은 21세기 후반부터 불어 닥친 뇌과학과 신경과학 덕분에 많이 허물어진 상태이지만 20세기에 그는 여러 분야에 영감을 준 정신분석학자이다.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도 그의 영향이라고 한다. 지금도 프로이트가 모든 갈등의 근원을 성이라고 보는 것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는 은연중에 우리 곁에서 마치 진실인양 자리하고 있다.
아돌프 로스와 오토 바그너 이 두 사람은 건축가이다. 건축을 잘 모르고 또한 빈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좀 감흥이 일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두 사람의 작품인 건축물을 보면 예술사적 의미는 이해가 안가더라도 멋지다는 탄성이 나온다. 이처럼 이 책에서 나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야스퍼스의 말은 항상 옳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빈이라는 도시는 인류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국의 찬란했던 영광이 아마 이들의 예술적인 능력을 잡아둘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 막강한 제국의 영광은 없어졌지만 그 시절에 태동한 여러 영웅이나 천재들의 모습은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전 지구인에게 감동과 환희를 주고 있다.
2005년 여름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초청으로 몇 명의 기자들과 처음으로 빈에 갔던 저자는 현재 주간조선 기자이다. 2005년 11월 그는 두 번째로 빈을 방문한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취재로 빈과의 만남을 시작했지만 그는 빈에 빠져들고 드디어는 2006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그곳에서 보내며 이 책을 쓸 준비를 마친다. 저자 덕분에 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그 속에서 삶의 영욕을 맛본 6명의 천재를 만나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빈에 가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게 된다면 나도 에밀리 플레게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카페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시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제목이 거꾸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들이 사랑한 빈’이 더욱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천재들로 인하여 빈이 더욱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