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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사진들과 시를 읽는 것 같은 에세이가 어우러진 따스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 책 <꽃들에게 길을 묻다>(2007년2월) 안에 들어있다. 또한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도 만날 수있다. 이름도 모르는 들꽃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서는 정말 자연은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그가 말하는 나무와 식물에 대한 표현을 한 번 살펴보자.
“(나무는)땅 밑의 유기물들을 공기로 정화시키지만 몸은 항상 깨끗하다....나무는 제 몸이 더러우면 제 삶을 마감할 뿐 남까지 더럽히지는 않는다.”
“식물들은 어두운 땅 속을 뿌리로 더듬어서 세상이 버린 썩고 추한 것들을 걸러내 빨강과 노랑,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나무와 식물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배울 것이 많이 있음을 느낀다.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리인간이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는 경구로 보이며, 저자는 우리 주위에 있는 미물에서 조차도 그 안에 오롯이 담겨있는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저자는 자연을 통하여 사람 세상을 보고 있다. 즉 자연 속에서 우리네 삶의 본질과 의미를 찾고 있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러다보니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기운이 훈훈하다.
사월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날 저자는 사찰에 간다. 그곳에 달려있는 연등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소원을 적은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머니일 것이다. 어머니는 그 자체가 사랑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글이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내 어머니를 생각해본다. 네명의 자식을 키우느라고 쉴 틈 없이 젊은 시절을 사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또 자식들이 다 성장했음에도 불구하며 자주 전화를 거시면서 식구들의 안부를 묻는 어머니의 말에 때로는 귀찮아하며 통화하는 내 모습을 생각해내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야 겠다.
저자는 세상에 없어져 가는 것들에 대해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 ‘꽃’은 피우기가 무섭게 진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다. 또 인위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간이역’과 ‘폐교된 시골 학교’의 모습 속에서 그것들은 없어져 가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닌지....
“겨울, 눈 속에서도 꽃은 핀다. 동백꽃도 매화도 눈 속에서 꽃이 핀다. 매화 중에서도 홍매는 눈 속에서 피어야 색조 대비가 선명해서 더 아름답다. 흔히 눈 속에서 은은한 향을 내며 피어있는 매화를 아취고절(雅趣孤節)이라고 부르며 선비의 꽃으로 취급한다.”
“여름 아침에 길을 걷다보면 보랏빛이 더욱 싱싱하게 보이는 달개비꽃을 만날 수 있다. 둘이 나란히 피어 있는 달개비꽃을 보면 마치 밤을 같이 보낸 신혼부부처럼 수줍고 청초해 보인다.”
이렇게 저자는 우리 주변에 들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그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해석해내고 있다. 이런 글을 읽고 들에 나아가 이름 모를 꽃들을 본다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보여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록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을 보는 내 시야가 달라진 것 같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만큼 마음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이제 들에 풀이나 꽃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인 봄이다. 휴일에 들로 나가 만물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싶다. 그리고 나도 그 꽃들에게 삶의 의미를 아니 ‘길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