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인가 고정관념 Q 8
빅토르 퀘페르맹크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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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실이 아닌 것은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으로써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가지게 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도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를 흔히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스스로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런 잘못된 고정관념은 우리 주위에 널려 깔려있다. ‘유대인’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그 중 하나이다.

<유대인>(웅진지식하우스.2008년)에 보면 우리 세계가 유대인에 대해서 얼마나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상 한국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관념은 서구 유럽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다. 그렇기에 서구인들이 잘못된 고점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영향은 우리에게 고스란히 다가온다.

유대인은 지적인 산업에 종사하며, 육체적인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다면 통념이 있다. 이 말이 진실일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대인 보다는 노벨상을 받은 유대인이 훨씬 많다는 데에서 일단 육체보다는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술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도 많고 금융 분야에도 상당수의 유대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진실이다. 즉 유대인의 나리인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되었을 때, 모든 국민이 지적인 분야에서만 일한다고 하면 나라가 제대로 운영이 되겠는가. 물론 이 때문에 건국 초에는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군인에서부터 농부 등 많은 사람이 육체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다.

위의 이야기는 ‘유대인은 육체 노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이 책에 소개된 유대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17개 중에 16번째의 글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젠트라는 이름의 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매부리코를 한 결코 예쁘지는 않은 얼굴을 가진 배우이다. 그녀는 유대인이다. 과연 유대인은 바브라 스트라이젠트처럼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으며, 신체적인 특성이 있는가? 이 역시도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커다란 코’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미 지나간 민담들을 모아놓은 창고에 처박아야 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다. 러시아에서 온 금발의 키 큰 유대인도 있으며, 흑단처럼 새까만 피부의 에티오피아계 유대인도 있다. 또 머리털이 검은 모로코인과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사브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유대인들의 얼굴도 다양하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프랑스의 군인이었던 드레퓌스는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는다. 즉 역사시대에 걸쳐 꾸준히 유대인은 ‘희생양’으로 존재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이 책에는 우리들이 유대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17가지를 유대인의 역사, 유대인의 특성과 전통, 유대인의 사회와 경제라는 세 개의 분류로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어가면서 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그동안 유대인에 대해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자인 빅토르 퀴페르맹크(Victor Kouperminc)는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의 유대계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하고 있는 저술가이다. 이런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책인 만큼 수록한 내용 또한 전문적이면서도 쉽게 잘 읽힌다.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알기 위해서, 또 중동의 헤게모니 다툼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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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정당한가 고정관념 Q 13
오드 시뇰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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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원인이 어떠하던지 이스라엘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이스라엘이 당연히 그 땅의 주인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영토를 빼앗으려고 하기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분쟁의 원인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종교적이라고 사람들은 생각을 한다.

물론 현재 이스라엘 영토는 자신들만이 배타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땅이라는 주장은 종교적인 해석에 의존한다. 즉 이스라엘 영토는 ‘유대민족에게 약속된 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분쟁의 핵심은 종교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전문가인 오드 시뇰은 종교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점’이라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웅진지식하우스.2008년)의 저자인 오드 시뇰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19가지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면서 문제의 핵심을 독자들에게 풀어주고 있다. 19가지 중 첫 번째가 바로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는 종교문제로 비춰지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종교문제인 것처럼 대외적인 발표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종교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양진영은 오로지 ‘영토 확보’ 때문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저자는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 유입은 2차세계대전후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국가를 수립하게 함으로써 문제가 본격화 된다. 몇 차례의 걸친 이스라엘과 아랍 측의 전쟁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영토를 늘려주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게 전쟁 이전 상태로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결코 그 땅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점령한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함으로써 그곳을 군사적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으며, 또한 요르단 서안 및 골란 고원 지역은 수자원이 풍부해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땅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이스라엘입장에서는 큰 영토를 확보해서 더 많은 유대인을 유입할 수 있을뿐더러 군사적 경제적으로도 강력해 질수 있기에 그들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포기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그 곳에 오랜 기간(거의 2,000년 이상) 거주해 왔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양진영 사이에 지속적인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정관념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팔레스타인인들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정치체제는 부패했다’, ‘야세르 아라파트는 평화를 원치 않았다’ 등으로 이것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라고 하면 나는 우선적으로 밸푸어 선언과 홀로코스트, 디아스포라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용어를 몇 개 알게 되었다. 먼저 ‘알리아’, ‘인티파다’ 그리고 ‘차할’이다.

‘알리아’는 19세기 말 시온주의 운동에 힘입어 유대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땅으로 유입된 대규모 이민을 말한다. ‘인티파타’는 원래 민중봉기를 말하는 단어인데, 1987년부터 이 말은 정치적인 의미를 띠는데, 즉 이스라엘 점령에 대항하는 민중의 적극적 저항을 가리킨다고 한다. ‘차할’은 이스라엘 군대를 말한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양에 대해서 잘못된 고정관점을 가지고 부분을 소개한 시리즈 책 중 13번째의 책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의 번역본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19가지 문제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모두 진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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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진실 - 유전공학이 풀어낸 생명의 암호
정연보 지음 / 김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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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타일러 스미스는 동서로는 태평양 연안에서 카스피 해에 이르고 남북으로는 인도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넓은 지역의 아시아주민들을 대상으로 Y염색체 분포를 조사했다. 대상자는 16개 집단의 2,123명이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한 가지 Y염색체와 이와 매우 유사한 Y염색체들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매우 높은 빈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일러 스미스는 그 Y염색체를 '스타 DNA‘로 명명했다. 분자시계(molecular clock)이론으로 스타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대략 1,000년 전에 탄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그 대상자를 탐색해본 결과, 칭기스칸과 그의 혈족에 의해서 오늘날 아시아 각 지역에 무려 1,600만 명의 남자를 후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칭기스칸은 생물학적으로도 대단한 영웅이고 정복자였던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DNA의 진실>(김영사.2008년)에 나오는 하나의 사례로, DNA를 통해서 현재의 분자생물학 기술은 이렇듯 오래된 사람들과 현재의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DNA를 가지고 범인을 검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주 널리 알려져 있다.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에 의해 발견된 DNA는 점차 관련 기술의 발달에 따라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범죄 수사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자의 시신이 많이 손상되어 있을 때에도 그 신원 파악에 활용이 된다. 또 친자확인 및 고대 인류의 이동경로에 대한 단서를 주기도 한다.

 

범죄 수사에 활용된 예 가운데 아마 가장 유명한 사건은 미식 축구선수 였던 O.J. 심슨 재판이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심슨은 이혼한 아내와 아내의 애인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검사 측에서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심슨의 DNA를 찾아내서 그를 살인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드림팀으로 구성된 변호인 측에서는 ‘증거물이 심슨의 것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바로 심슨이 살인자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를 테면 3자에 의해서 심슨의 혈액이 증거물에 묻었을 수도 있으며, 채취된 샘플의 라벨이 바뀌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기에 심슨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종 판결은 ‘무죄’였다. 이는 피의자의 인권에 대한 미국식의 법적 배려에 기인하고 있기도 하다. 즉,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어서 안 된다’는 인권을 존중하는 법적 정신을 충실을 이행한 것이다. 이 경우에서는 DNA를 이용한 범인 찾기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형사재판에서 이처럼 심슨은 무죄로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어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막대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판결하였다. 형사재판에서는 ‘심슨의 목숨’이 달려있었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심슨의 재산’이 달려 있었기에, 민사재판에서는 DNA 증거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과학책의 대부분은 번역서이다. 이는 국내 저자가 그만큼 없다는 뜻인데, 이 책은 한국인이 저술한 것이다. 저자인 정연보는 생물학박사로 한국인의 유전적 다형성을 조사 연구했으며, 기업을 설립하여 지문에서 DNA를 얻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책 속에 수록된 사례들은 매우 재미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칭호를 받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줄루 족의 후예이기에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저자는 ’미토콘트리아 DNA'검사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가족이 살해된 후 매장된 곳에서 발견된 유골에서 DNA를 추출해 이를 확인하는 부분과 미국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이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서 후손이 있다는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DNA를 파악하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기술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이 부분을 건너뛰고 읽어도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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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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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193종의 원숭이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한 종만이 몸에 털이 없다. 바로 그 동물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이다. 털이 없기에 피부가 그냥 자연 상태로 노출이 되어 있어, 추위나 마찰 등에 허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않고,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제2의 피부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옷이다.

이렇듯 옷이란 우리 인간이 자연에 잘 적응하기 위하여 활용하던 것이었다. 그럼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아주 추운 지방에서부터 더운 지방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에 걸쳐서 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옷은 자연에서 적응을 위한 도구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를테면 군대나 귀족사회처럼 계급이 있는 곳에서 옷은 그 사람의 등급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옷에서 그 사람의 계급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사회에서도 그 옷을 벗겨 버리면 다 똑 같은 사람이 돼버리고 만다.

의식주라고 일컫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필수 조건에서 ‘의’, 곧 옷이 왜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는 아마도 얼굴과 더불어 남에게 나를 보여주는 첫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 보여 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이는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또 이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 것은 아닐까?

 

“옷은 그 사람을 가려주기도 하고 반대로 드러나 보이게도 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를 벗겨줘>(은행나무.2008년)의 서문에 표현되어 있다. 즉 ‘가려준다’는 말은 털이 없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드러나 보이게도 하는 것’이란 의미는 사회적인 과시나 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처럼 사람의 옷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는 19개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 마다 주인공이 등장해서 나이에 걸 맞는 옷 선택의 사례와 이를 심리에 투영해서 해석해주고 있다. 두 명의 공동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분야 전문가로서 사람의 옷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고 날카롭게 해석해주고 있다.

 

어린아이의 옷 차람에는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몸에 자신의 표식을 남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자매간에 옷을 바꿔 입는 경우는 의복이라는 표현수단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혼합하려는 욕구와 관계가 있고, 이런 ‘교환’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또 옷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기분 상태와 슬픔, 피곤함이나 즐거움 등의 색조를 보는 이에게 드러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 옷차람을 바꾸는 것으로도 사람들은 기분을 전환하게 되고 짊어지고 가지에는 무거웠던 자아조차도 벗어 던질 수 있을 듯한 환상을 경험한다고 말하고 있다.

 

돈만 있다면 어떤 옷도 사서 입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옷은 어쩌면 그 사람의 부를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품을 입으려는 마음의 기저에는 마치 귀족처럼 보여 지기를 원하고 있거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원초적인 욕망이 내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털이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옷은 단순히 피부를 보호하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깊은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옷을 통해서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는 이 책에는 인간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능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다 옷은 우리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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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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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4년 아주 재미있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일부일처제의 신화>(해냄출판사.2002년)였는 데, 이 책의 골자는 곤충에서부터 조류,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결과는 성적인 일부일처제가 얼마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례를 보면 4천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확고한 1대1 관계를 맺는 것은 겨우 십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듯 흔히 일부일처제로 해로하고 있다고 알려진 동물들조차도 혼외정사는 다반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의 혼외정사는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당연한 귀결이기에 일부일처제는 당연히 ‘신화’라고 보고 있는 책이었다.

 

<일부일처제의 신화>는 부부가 공저한 책이었는데, 필자는 이 책의 내용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둘은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데이비드 바래시는 이번에는 자신의 아내, 주디스 립턴의 딸인 나넬 바래시와 공저했기 떼문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번에는 바래시가 독자들에게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다.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사이언스북스.2008년)!

책의 제목도 뭔가 특이하다. 원제목을 한 번 보니 <Madame Bovary's Ovaries>이다. 즉 ‘마담 보바리의 난소’라는 뜻인데, 보바리라는 이름과 오바리라는 단어를 가지고 아주 지적인 언어유희를 이 책의 시작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책 표지의 부제를 보니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이다. 저자는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책의 내용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저자는 찰스 다윈의 입장에서 고전독해를 하고 있다. 진화라는 프리즘으로 고전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문학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통합하여, 가장 최근에서야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기 시작한, 생물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개념(진화)을 설명하는 데 있어 소설이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오셀로』는 '남성의 성적 질투’를 건드리기에 그토록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녔다고 보고 있다. ‘수컷의 성적 질투’는 암컷과 다르다. 수컷입장에서 볼 때에 자신의 짝이 낳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 아이를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라고 판단하고 양육을 한다면 그는 남의 자식에게 자신의 많은 자원을 소모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낳은 자식은 무조건 자신의 생물학적 자손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남성의 성적 질투는 여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격렬한 것이 당연한 것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는 부분을 보자.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젊은 처녀들이 원하는 상대는 어떤 남자일까. 그녀들은 좋은 유전자, 좋은 행동거지, 좋은 재산을 가진 남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행동에는  다윈이 말하는 성선택(Sexual selection)론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소아성애를 다룬 저급 포르노라는 악평을 들은 바 있는 <롤리타>는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들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일단 젊은 여성은 나이 먹은 여성보다 결정적으로 우월한 점이 있다. 이것은 남자에게 오랜 기간 동안 자식을 낳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볼 때 남성이 상대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조건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담 보바리>는 쉽게 얘기하면 여자의 간통과 정절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보바리 부인 역시 철저히 다윈이 말하는 대로 행동한 여자였다. 보바리 부인이 여러 남자를 상대로 가진 이유는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줄 가능성 있는 매력적인 남자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아주 많은 수의 고전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진화론적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인 바래시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독법을 쓰고 있는가. 그는 동물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다. 당연히 그의 책에는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이 깊숙이 담겨 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학문인 진화심리학은 생물학과 심리학을 합친 ‘통섭적 학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그는 소설과 생물학을 합치고 있다. 역시 멋진 통섭의 모습이다.

또 이 책의 좋은 점은 번역자의 성실함에도 있다. 번역자인 박중서는 저자의 오류를 잡아낼 정도로 소개된 문학작품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작업을 했음을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학과 생물학이 합쳐져 있는 이런 책은 번역하기에 상당히 힘이 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읽혀지고 있어서 번역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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