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필자는 2004년 아주 재미있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일부일처제의 신화>(해냄출판사.2002년)였는 데, 이 책의 골자는 곤충에서부터 조류,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결과는 성적인 일부일처제가 얼마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례를 보면 4천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확고한 1대1 관계를 맺는 것은 겨우 십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듯 흔히 일부일처제로 해로하고 있다고 알려진 동물들조차도 혼외정사는 다반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의 혼외정사는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당연한 귀결이기에 일부일처제는 당연히 ‘신화’라고 보고 있는 책이었다.
<일부일처제의 신화>는 부부가 공저한 책이었는데, 필자는 이 책의 내용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둘은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데이비드 바래시는 이번에는 자신의 아내, 주디스 립턴의 딸인 나넬 바래시와 공저했기 떼문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번에는 바래시가 독자들에게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다.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사이언스북스.2008년)!
책의 제목도 뭔가 특이하다. 원제목을 한 번 보니 <Madame Bovary's Ovaries>이다. 즉 ‘마담 보바리의 난소’라는 뜻인데, 보바리라는 이름과 오바리라는 단어를 가지고 아주 지적인 언어유희를 이 책의 시작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책 표지의 부제를 보니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이다. 저자는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책의 내용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저자는 찰스 다윈의 입장에서 고전독해를 하고 있다. 진화라는 프리즘으로 고전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문학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통합하여, 가장 최근에서야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기 시작한, 생물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개념(진화)을 설명하는 데 있어 소설이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오셀로』는 '남성의 성적 질투’를 건드리기에 그토록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녔다고 보고 있다. ‘수컷의 성적 질투’는 암컷과 다르다. 수컷입장에서 볼 때에 자신의 짝이 낳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 아이를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라고 판단하고 양육을 한다면 그는 남의 자식에게 자신의 많은 자원을 소모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낳은 자식은 무조건 자신의 생물학적 자손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남성의 성적 질투는 여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격렬한 것이 당연한 것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는 부분을 보자.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젊은 처녀들이 원하는 상대는 어떤 남자일까. 그녀들은 좋은 유전자, 좋은 행동거지, 좋은 재산을 가진 남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행동에는 다윈이 말하는 성선택(Sexual selection)론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소아성애를 다룬 저급 포르노라는 악평을 들은 바 있는 <롤리타>는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들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일단 젊은 여성은 나이 먹은 여성보다 결정적으로 우월한 점이 있다. 이것은 남자에게 오랜 기간 동안 자식을 낳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볼 때 남성이 상대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조건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담 보바리>는 쉽게 얘기하면 여자의 간통과 정절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보바리 부인 역시 철저히 다윈이 말하는 대로 행동한 여자였다. 보바리 부인이 여러 남자를 상대로 가진 이유는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줄 가능성 있는 매력적인 남자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아주 많은 수의 고전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진화론적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인 바래시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독법을 쓰고 있는가. 그는 동물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다. 당연히 그의 책에는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이 깊숙이 담겨 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학문인 진화심리학은 생물학과 심리학을 합친 ‘통섭적 학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그는 소설과 생물학을 합치고 있다. 역시 멋진 통섭의 모습이다.
또 이 책의 좋은 점은 번역자의 성실함에도 있다. 번역자인 박중서는 저자의 오류를 잡아낼 정도로 소개된 문학작품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작업을 했음을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학과 생물학이 합쳐져 있는 이런 책은 번역하기에 상당히 힘이 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읽혀지고 있어서 번역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