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지구에는 193종의 원숭이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한 종만이 몸에 털이 없다. 바로 그 동물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이다. 털이 없기에 피부가 그냥 자연 상태로 노출이 되어 있어, 추위나 마찰 등에 허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않고,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제2의 피부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옷이다.

이렇듯 옷이란 우리 인간이 자연에 잘 적응하기 위하여 활용하던 것이었다. 그럼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아주 추운 지방에서부터 더운 지방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에 걸쳐서 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옷은 자연에서 적응을 위한 도구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를테면 군대나 귀족사회처럼 계급이 있는 곳에서 옷은 그 사람의 등급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옷에서 그 사람의 계급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사회에서도 그 옷을 벗겨 버리면 다 똑 같은 사람이 돼버리고 만다.

의식주라고 일컫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필수 조건에서 ‘의’, 곧 옷이 왜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는 아마도 얼굴과 더불어 남에게 나를 보여주는 첫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 보여 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이는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또 이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 것은 아닐까?

 

“옷은 그 사람을 가려주기도 하고 반대로 드러나 보이게도 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를 벗겨줘>(은행나무.2008년)의 서문에 표현되어 있다. 즉 ‘가려준다’는 말은 털이 없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드러나 보이게도 하는 것’이란 의미는 사회적인 과시나 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처럼 사람의 옷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는 19개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 마다 주인공이 등장해서 나이에 걸 맞는 옷 선택의 사례와 이를 심리에 투영해서 해석해주고 있다. 두 명의 공동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분야 전문가로서 사람의 옷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고 날카롭게 해석해주고 있다.

 

어린아이의 옷 차람에는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몸에 자신의 표식을 남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자매간에 옷을 바꿔 입는 경우는 의복이라는 표현수단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혼합하려는 욕구와 관계가 있고, 이런 ‘교환’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또 옷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기분 상태와 슬픔, 피곤함이나 즐거움 등의 색조를 보는 이에게 드러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 옷차람을 바꾸는 것으로도 사람들은 기분을 전환하게 되고 짊어지고 가지에는 무거웠던 자아조차도 벗어 던질 수 있을 듯한 환상을 경험한다고 말하고 있다.

 

돈만 있다면 어떤 옷도 사서 입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옷은 어쩌면 그 사람의 부를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품을 입으려는 마음의 기저에는 마치 귀족처럼 보여 지기를 원하고 있거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원초적인 욕망이 내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털이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옷은 단순히 피부를 보호하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깊은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옷을 통해서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는 이 책에는 인간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능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다 옷은 우리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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