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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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슐리만은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부는 그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돈이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도구였을 뿐이다. 그는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를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살았다. 그는 <일리야드>에 실린 ‘트로이 전쟁’을이 과거에 실제 일어난 전쟁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발굴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사람들은 <일리야드>를 신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슐리만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슐리만은 집념과 용기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실체로 보여준다. 19세기 후반 슐리만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트로이’를 역사로 끌어낸다. 아마 이 발굴은 고고학사에 있어서 가장 큰 발굴 중의 하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헬렌’도 ‘아가맴논’, ‘아킬레우스’가 모두 역사상에 존재했던 실제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슐리만의 발굴과정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열정덕분에 후대의 우리들은 과거 인간 역사의 진실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랜덤하우스코리아.2008년)은 슐리만과 같은 수많은 고고학자들의 집념어린 노력의 결과 역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많은 유적과 유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땅속으로 사라진 폼페이의 모습과 지중해에서 피어난 크레타-미케네 문명을 보여준다. 또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꽃을 피웠던 거대한 문명의 현장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빛을 발했던 문명의 모습을 멋진 글과 320여장에 달하는 사진으로 그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새겨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고고학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적지를 탐사하고 유물들을 발굴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그 유물들을 자신의 나라로 보낸다. 약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 고고학사에는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지금도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자신의 나라 유물은 없고, 외국에서 약탈해온 유물들로 꽉 채워져 있음을 방문객들은 알 수 있다. 작은 유물뿐만 아니라 신전과 같은 건물조차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고고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과거에 대해서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발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유물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는 유물에 대한 해석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유물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 작업을 통해서 인류는 ‘과거의 재창조’를 이루어 냈다. 또한 유물에 있어서 소유보다도 중요한 것 역시 유물이 우리의 역사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는 것에 있음에도 많은 수의 근세 고고학자들은 소유에 중점을 두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유물의 발굴에 있어서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기술이 부족하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말미암아 유적지나 유물을 망가뜨려 버린 사례도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은 흔치않게 일어났다. 근세도 아닌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71년에 벌어진 무령왕릉 발굴은 불과 하루 만에 끝이 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날림 발굴의 현장이었다.

 

유적지나 유물에 대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낸다는 것은 한 국가의 문화, 교양 및 지적 수준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숭례문 화재사건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이 평소에도 그런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우리들은 평상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그런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자.

 

역사의 진실을 위해 고대의 쓰레기장에서부터 무덤 속까지 파헤쳐서 그 의미를 읽어내고 있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들은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열정적인 노력이 이 한 권의 책에 녹아있다. 고고학자들의 발굴은 진실을 위한 진정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49년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고학 책을 저술한 C.W.쎄람이다. 그리고 이 책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1958년에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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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해부 - 뇌의 발견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
칼 지머 지음, 조성숙 옮김 / 해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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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할 때에 우리는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춘다. 즉 비교대상을 상정하고 그것과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동물들과 비교해서 생각이나 감정 등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에 따른 또 하나의 의문점은 이렇게 다른 점이 우리의 신체에 어떤 부분일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심장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이성을 사랑하게 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렇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가슴 즉, 심장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답습했다. 그러나 16세기에 한 영국의 의사인 토머스 윌리스는 이것이 잘못된 이론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영혼의 해부>(해나무.2007년)는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부위가 심장이 아니라 ‘뇌’라는 것을 최초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밝혀낸 토머스 윌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17세기 유럽은 온통 종교 전쟁에 휩싸인 시기였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교도 혁명이 일어난 시기였다. 또 이 시기는 근대과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시기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근대과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최초로 수혈실험을 한 로버트 로워, 혈액순환을 발견하고 생리학을 탄생시킨 윌리엄 하비, 또 토머스 윌리스의 제자였던 정치철학자 존 로크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토머스 윌리스 이전에도 인체를 해부해서 뇌를 직접 연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윌리스가 그들과 다른 점은 우선 뇌를 오랜 동안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다. 또 그는 과거의 통념, 즉 심장이 생각이나 의식의 중추라는 말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즉 과학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통념에 대해서 ‘왜’라고 외쳐야 한다는 것을 윌리스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윌리스는 그의 동료인 보일이 만들어준 와인정제나 방부제를 사용함으로 인해 뇌를 오랜 동안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된 점이 특히 중요했다. 그랬기에 윌리스는 뇌를 온전한 상태로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이로서 윌리스는 인간의 정체성이 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신경학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윌리스의 이론은 150년 이나 뒤에 가서야 빛을 보게 된다. 이는 윌리스의 제자이던 존 로크 때문이었다. 존 로크는 인간의 관념이 뇌의 해부나 화학작용으로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했는데, 사람들이 로크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윌리스가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인 지금은 뇌를 해부하지 않고도 뇌의 기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라는 이름을 가진 장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MRI를 통해 뇌의 기능을 파악해보면 윌리스가 바라본 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과학사적으로 파악했을 때 로크가 승리한 것은 150년간이었을 뿐이고 최후 승자는 토머스 윌리스였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으로도 우리는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들은 뇌의 신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뇌 전체를 안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뇌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칼 지머라는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의 수석편집장을 역임했고, <뉴욕타임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위크>,<사이언스> 등에 정기적으로 과학 컬럼을 기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쓰고 있으며, 더불어 17세기 영국의 정치사까지도 세세히 밝혀주고 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17세기 영국의 과학사와 정치사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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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 백과사전을 통째로 집어삼킨 남자의 가공할만한 지식탐험
A.J.제이콥스 지음, 표정훈,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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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중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가끔 다른 집에 가보면, 책장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가죽장정으로 멋진 모습의 브리태니커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면 괜스레 부러워진다. 물론 책장에 있다고 자주 보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책의 주인이 뭔가 지적인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책의 주인이 얼마만큼을 읽어봤는지가 의문이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활용성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책을 A부터 Z까지 모두 읽은 사람이 있고,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썼다고 하니, 호기심 많은 나를 유혹하는 책이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도한 사람의 이름은 바로 ‘A.J. 제이콥스’라는 잡지사 편집자이다. 자신의 지적인 수준이 점차 내려가는 것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정말 무모해보인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3만3,000페이지, 6만5,000개 항목, 9,500명의 저자, 2만4,000개의 그림 그리고 모두 다해 4,400만 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책 한 권의 분량을 300쪽이라고 생각했을 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단순하게 계산하면 책 110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런데 작은 글씨에 세 줄로 나누어져 있어 실제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권수로 환산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모든 지식을 다루고 있다 보니, 아주 전문적인 부분도 있다. 그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이를 완독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1년에 걸쳐 하루 5시간을 투자하면서 브리태니커를 다 읽고 이에 대한 책을 썼다니...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김영사.2007년)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인 A.J. 제이콥스는 아이비리그인 브라운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에스콰이어』지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뉴욕타임즈』 등에 기고하는 사람이다. 일단 그의 학력이나 경력에서 보면 그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조상 중에는 18세기의 천재 유대학자도 있었으며. 아버지는 법률 논문의 각주 수에 있어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의 손위 처남은 하버드를 졸업하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미국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지만, 수석을 하기 위해 그 다음해에 다시 시험을 치룬 사람이다. 물론 그는 수석합격을 했다고 한다. 이런 주변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지적 능력이 왜소해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브리태니커를 읽어가면서 저자는 좀 더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서 속독법 강의를 듣는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또 자신이 읽은 내용들을 기억에 담아두고자 역시 기억력 강화를 위한 강의를 듣지만 역시 실패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그동안 브리태니커를 읽음으로써 향상된 지식을 테스트하고자 TV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하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아주 유머러스게 표현하고 있는 그의 글솜씨에  실실 웃음이 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했다면 독자들은 어쩌면 그를 질투할 수도 있었겠지만,  참담한 실패에 차라리 그를 동정하게 된다.

A.J. 제이콥스 외에도 브리태니커를 완독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조지 버나도 쇼는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브리태니커 9판을 완독했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도 완독했다고 한다. 작가인 C.S. 포리스터는 두 번을 읽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A.J. 제이콥스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참수당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브리태니커는 목이 댕겅 날아간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 귀족이면 더욱 좋다. 나는 브리태니커를 읽을 때 ‘프랑스 혁명가’라는 말로 시작되는 항목을 만나면 그 사람이 몇 살에 단두대에 올랐는지 알아맞히면서 논다.” 저자의 표현이 아주 재미있다.

일곱 번째는 ‘거세를 한다’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한 번 보자. “정말 몸 바칠 의향이 있다면 이력서에 ‘거세되었음’이라고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성 호르몬의 주 공급원을 읽는다 해서 힘까지 잃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절망하지 말자. 오히려 반대다. 아마도 보상작용이겠지만 거세당한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역사에서 패권을 움켜쥐었다. 기원전 4세기의 페르시아 재상 바고아스를 보라,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를 정벌하고, 신전을 약탈하고, 떼돈을 벌고, 왕을 죽이고, 왕자들을 죽이고, 제 손으로 임명한 새 통치자를 독살하려 하다가, 그 독을 제가 마시게 되었다. 음, 잘나가는 동안에는 괜찮았다.” 끔찍한 일이지만 역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이외에도 많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읽는 것과 같이 읽으면서 정말 깔깔 거리며 웃었다. 두 책의 공통점이 여러 가지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 도전’과 ‘브리태니커 읽기’는 둘 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두 책은 모두 아주 재미있다는 것이다. 전철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터져나는 웃음 때문에 아마 주위에서 정신이상자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른 점은 A.J.제이콥스는 성공했고, 빌 브라이슨은 중도에 포기한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책은 분량에 있어서는 브리태니커 하고 비교가 안 되지만, 이 책도 660쪽이나 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글 솜씨는 독자들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처음에는 ‘이 책 언제 다 읽나?’하고 시작을 했건만, 다 읽고 나니, 이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책 속에서 저자가 아이를 낳고 싶어 안달을 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오고, 나중에 아내는 임신을 한다. 지금은 아마 애기가 4살은 되었을 텐데, 많은 부분이 궁금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제이콥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나는 이 목표를 이룬 다음에 무언가 더욱 인상적인 것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브리태니커 한국판의 가격이 얼마인지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할인 가격이 9십8만 원이다. 혹시라도 가격이 싸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날 수 있지만, 일단 가격도 부담이 된다. 물론 제일 큰 부담은 분량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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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 이슬람은 전쟁과 불관용의 종교인가 고정관념 Q 9
폴 발타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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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세종 즉위식에 이슬람 사람(回回 노인)들이 참석한 기록이 나온다.  지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낯선 장면이지만, 이슬람권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봐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각종 문헌을 통해서 보면 신라시대이래로 중동지역과 무역거래 및 인적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전쟁 때에 터키의 참전으로 이슬람사원도 한국에 생기는 등 지리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심정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또한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최근에 와서야 정수일교수나 이희수교수에 의해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한 책이 소개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였으며, 오히려 서양의 기독교권 국가를 통해서 들여온 자료로 인하여 그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무하마드’라는 이름조차도 영어권에서 부르는 이름인 ‘마호메트’로 우리에게 알려졌으며, 경전인 ‘꾸란’도 영어식인 ‘코란’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슬람에대해 잘못알고 있는 것은 정말 많다. 이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프랑스에서 발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웅진지식하우스.2007년)에 보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19가지 경우가 소개되고 있는데, 저자인 폴 발타는 르몽드지의 기자를 거쳐 현재 파리3대학 현대동양학연구소의 명예소장으로 있는 중동지역전문가다.

 

‘이슬람교의 원동력은 정복전쟁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정복전쟁을 통해서 이슬람교가 전파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일단 마호메트가 아라비아 반도에 이슬람교를 전파한 것은 기본적으로 전투를 통해서 였다. 그리고 732년 투르-푸아티에 전투가 벌어지며 서진이 멈추게 되지만, 이 시기에 이르러서 이슬람권 영역은 스페인에까지 미치게 된다. 이렇게 정복전쟁을 통한 전파는 10세기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11세기에 시작된 두 번째 영토 확장은 상인과 선교사들이 이루어낸 평화적인 정복이었으며 17세기까지 지속된다.

 

세 번째의 영토 확장은 오스만 제국이 중심에 있었다. 오스만 제국은 1453년에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면서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다. 그리고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생겨나며 발칸반도를 통해 유럽중심부로 나아간다.

 

이렇게 이슬람의 세계 전파는 어느 정도 무력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으로는 모든 것이 해석되지 않는다. 즉 정복전쟁을 통해서 확장을 했다는 것은 이슬람의 역사를 보면 결코 진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랍사람은 모두 이슬람교도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 알아보자. 21세기 지금 이슬람교도는 약 15억 명에 달하며, 그 중 아람사람은 3억 명뿐이다. 또한 예수 탄생이래로 아람사람들 중 약 8퍼센트는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아랍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이슬람교도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전한 착각이라는 말이다. 아랍지역 이외에 이슬람교도의 분포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전체인구 2억3천만 명 중 87퍼센트가 이슬람교도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500만에서 700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있고, 유럽연합의 이슬람교도는 1800만 명에서 2000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세계종교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이슬람교도의 수가 가톨릭교도 수를 넘어서 13억에서 15억 명 정도의 신도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인구수로 보면 이미 이슬람교는 세계 최대의 종교가 된 것이다.

 

이슬람하면 우리에게 쉽게 연상되는 것은 유대교다. 같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유일신을 믿고 있는 등 공통점도 있지만, 가장 대립을 많이 하고 있는 종교이기도 하다.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또 유대인이 디아스포라를 끝내고 자신의 나라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을 연결하여 보자.

<유대인>(웅진지식하우스.2008년)에는 ‘유대인은 지적인 산업에 종사하며, 육체적인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다’는 통념이 있다. 이 말이 진실일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대인 보다는 노벨상을 받은 유대인이 훨씬 많다는 데에서 일단 육체보다는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술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도 많고 금융 분야에도 상당수의 유대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진실이다. 즉 유대인의 나리인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되었을 때, 모든 국민이 지적인 분야에서만 일한다고 하면 나라가 제대로 운영이 되겠는가. 물론 이 때문에 건국 초에는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군인에서부터 농부 등 많은 사람이 육체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다.

 

바브라 스트라이젠트라는 이름의 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매부리코를 한 결코 예쁘지는 않은 얼굴을 가진 배우이다. 그녀는 유대인이다. 과연 유대인은 바브라 스트라이젠트처럼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으며, 신체적인 특성이 있는가? 이 역시도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커다란 코’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미 지나간 민담들을 모아놓은 창고에 처박아야 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다. 러시아에서 온 금발의 키 큰 유대인도 있으며, 흑단처럼 새까만 피부의 에티오피아계 유대인도 있다. 또 머리털이 검은 모로코인과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사브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유대인들의 얼굴도 다양하다.

 

<팔레스타인>(웅진지식하우스.2008년) 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이 종교문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저자인 오드 시놀은 종교문제로 비춰지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종교문제인 것처럼 대외적인 발표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종교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양진영은 오로지 ‘영토 확보’ 때문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저자는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 유입은 2차세계대전후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국가를 수립하게 함으로써 문제가 본격화 된다. 몇 차례의 걸친 이스라엘과 아랍 측의 전쟁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영토를 늘려주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게 전쟁 이전 상태로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결코 그 땅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점령한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함으로써 그곳을 군사적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으며, 또한 요르단 서안 및 골란 고원 지역은 수자원이 풍부해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땅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이스라엘입장에서는 큰 영토를 확보해서 더 많은 유대인을 유입할 수 있을뿐더러 군사적 경제적으로도 강력해 질수 있기에 그들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포기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그 곳에 오랜 기간(거의 2,000년 이상) 거주해 왔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양진영 사이에 지속적인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책 중 세 권으로, 이 시리즈는 21세기의 세계화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파헤치고 이를 수정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프랑스에서 출간본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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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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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침묵의 감각이고, 냄새에는 언어가 없다. 어휘가 부족한 우리에게는 말문이 막힌 채, 불명료한 쾌감과 자극의 바다에서 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2004년)

우리 인간은 외부 세계의 정보를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분석해 세상을 이해한다.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다. 이 감각들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생존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감각기관들은 수백만 년 아니 수억 년 이상이나 자연선택을 통해서 획득된 기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각기관은 생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식에도 필요하다.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짝이 필요하고, 좋은 짝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 감각기관들을 활용한다. 멋진 상대방을 시각적으로 바라보고, 호감이 가는 상대와 피부로 접촉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한 상대방의 몸에서 나오는 체취를 느낀다.

그러나 자연을 떠난 인간들에게는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의 기능이 현저히 허약해 졌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 사냥을 하기 위해 모든 감각이 골고루 잘 활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인간은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지내다 보니 시각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후각은 상당히 약해졌다. 그러나 자연에서 사는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후각은 상당히 중요한 감각이다.

 

일단 동물들은 후각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며, 또 암컷의 배란 시기를 알 수 있다. 개미는 페르몬을 통해 길을 찾으며, 또한 생식과 전투를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페르몬이 발산되는 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페르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아직 그 메커니즘은 증명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간도 자연 상태에서는 페르몬을 발산해 이를 통해 짝짓기가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사람들 중에는 어느 감각기관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 시각적으로 많은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고도의 청각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미각이 예민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능력이 일반 사람보다 조금 더 발달했다는 의미이지 동물들처럼 아주 발달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사람의 후각이 개와 같이 발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사람이 개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만 후각이  발달한다면 어떨까. 아니 개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책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열린책들.2000년)은 동물적인 후각을 가진 사람의 아주 기이한 이야기다. 

18세기 중엽 유럽의 중심인 파리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시장 상인이었던 엄마가 생선을 팔던 그 자리에서 태어난 후 바로 생선 쓰레기 더미에 던져진다. 왜냐하면 그녀는 몇 차례 사산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의 출산에도 아기가 죽을 것으로 판단하고, 생선 쓰레기 속에 아이를 버린다. 그러나 용케도 아이는 살아난다. 아이를 유기한 그의 어머니는 살인 혐의로 사형 당한다. 그의 탄생은 엄마의 죽음과 맞교환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 책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다.

그루누이는 남에게 맡겨져 자라나지만 그를 길러주는 사람에게도 또 주변의 친구들로 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루누이에게는 체취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기른 유모는  ‘악마의 자식’이라고 부르기 조차했다. 그런 그가 세상의 모든 냄새를 다 맡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그가 느끼는 가장 좋은 향은 바로 어린 소녀들의 체취였다. 그 향을 얻기 위해 그는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 몸에 좋은 체취를 지닌 순결한 여자들을 죽여서, 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을 얻었고, 체취가 스며있는 옷과 머리카락을 수집했다. 무려 25명의 소녀가 희생이 되었다. 25명으로부터 향수의 에센스를 얻어냈지만, 그는 체포되고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독자들은 이제 소설이 끝이 난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연속되는 반전. 그가 소녀들로부터 얻은 향을 가지고 만든 향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얼마나 놀라운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향수>에는 18세기 프랑스의 풍경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인 쥐스킨트가 프랑스 사람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저자 약력에서 보니 독일 사람이었다. 독일 사람이 이렇게 다른 나라를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작가가 일본 에도 시대를 자세히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의 약력을 보니 역사학을 전공했다고 나온다. 아마 역사학을 전공했기에 이런 묘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쥐스킨트가 자신의 방 벽에 큰 프랑스 지도를 붙여 놓고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사실적인 표현을 위한 그의 노력을 읽어낼 수가 있다. 또한 향수의 제조에 필요한 많은 지식도 독자들은 만날 수 있는데, 쥐스킨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매력들이 버무려져 선세계 1,500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읽혀진 것이다.

잠을 잘 때 잠옷대신샤넬 No.5를 뿌리고 잔다는 마를린 몬로는 진정 후각의 중요성을 아는 여자였다. 책을 덮었지만,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를 느끼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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